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3, 6, 8, 10, 11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공소를 기각하고,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2, 4, 5, 9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근로자 F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만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검사만이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관하여 항소하고 공소기각 부분에 관하여는 검사와 위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2, 4, 5, 9 기재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4. 11.부터 파주시 D 소재 주식회사 E에서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른 관리인으로서 위 사업장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은 위 업체 사업장에서 2007. 12. 17.부터 2014. 4. 6.까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I의 임금 3,969,990원을 비롯하여 원심 별지 순번 1, 2, 4, 5, 9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5명의 임금 합계 15,814,99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피고인은 위 업체 사업장에서 2007. 12. 17.부터 2014. 4. 6.까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I의 퇴직금 21,134,350원을 비롯하여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4, 5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3명의 퇴직금 합계 39,670,44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 및 당심의 판단
원심은,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토대로,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주식회사 E의 회생절차에서 법원으로부터 선임된 관리인으로서 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공소사실 기재 퇴직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2014. 4. 11. 14:00 주식회사 E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같은 날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주식회사 E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과 피고인이 대표이사가 아님에도 관리인으로 선임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주식회사 E의 전 경영진이 위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회사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고 또한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등 여러 비리로 인해 검찰에 구속수사를 당하게 되어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결국 위 회사는 기본적인 운영자금마저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고 금융기관 차입금의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재정적인 파탄상태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2014. 4. 14.(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된 2014. 4. 11.은 금요일이다) 파주시에 있는 주식회사 E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였다. 위 회사의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2014. 4. 11. 모두 해임되어서 피고인이 이들로부터 업무에 관한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였다. 한편, 서울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던 경리팀장 H은 2014. 5. 초경에서야 피고인에게 재무상황, 공익채권 등에 관한 업무보고를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은 2014. 5. 초경에서야 퇴사한 직원들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하여 알 수 있었다.
퇴직일부터 14일 내에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 5명 중 I, J, K, L은 모두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되기 5일 내지 10일 전에 퇴직하였다. 근로자 M은 관리인 선임일 4일 후인 2014. 4. 15.에 퇴직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M의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난 2014. 5. 초경에서야 재무상황, 공익채권 등에 대하여 업무보고를 받았다.
주식회사 E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될 당시(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될 당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은 합계 3,186,936,000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4. 4. 14. 기준으로 압류 또는 가압류되지 않은 상태로 피고인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23,930,962원 정도였다.
퇴직근로자 중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I, K 2명이다. 이들이 회사 측에 퇴직연금 해지에 의한 퇴직금 지급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설령 이들이 퇴직연금을 개별적으로 해지하더라도 퇴직금 중 각 일부만 지급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의 퇴직금은 각 21,134,350원과 16,485,160원에 이르는데, 공익채권이라고 할지라도 1,000만 원 이상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심의 판단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피고인이 관리인으로서 주식회사 E의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공소사실 기재 퇴직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은택(재판장) 김성래 이준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