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피해자 F에 대한 사기의 점)
피고인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는다고 하여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 F를 기망하여 위 대출금에 대해 연대보증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은 당시 무리한 회사 운영으로 선급금 2억 원 상당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었고, 별건 채무에 대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변제능력에 대한 기망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양시 덕양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2013. 7. 1.경 위 E 사무실에서 피해자 F에게 "내가 신용불량자라 처제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자라서 사업운영에 지장이 많으니 네가 대표이사를 맡아주면 아무런 피해가 없게 하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E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후 2013. 12. 10.경 피해자에게 "내가 돈이 필요하여 법인신용으로 2억 원의 대출이 필요하다. 법인이 주채무자이고 너는 명목상 대표이사이므로 형식적으로만 연대보증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알아서 너에게 피해가 없도록 다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E은 받은 대출금 전액을 즉시 기존 거래처대금, 카드대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어려웠었고, 2014. 4.경부터는 직원들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였으며, 2014. 1기 부가가치세 약 2,356만 원 조차 납부하지 못할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연대보증을 하게 한 뒤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는다 하여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E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2억 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도록 하여 2014. 1. 22.경 E 명의 계좌로 199,925,000원을 교부받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을 당시 변제의사나 자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E의 장래 자금 사정 악화를 예상하였다거나, 피해자 F에게 연대보증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 시에 고려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점에 관하여 증명이 없어 피고인의 기망행위 또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E은 2014. 1. 22.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피해자 F는 당시 E의 위 대출 채무를 연대보증(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이라 한다)하였는데, 대출금은 E의 거래처 등에 사용되었으며, 약 3개월 후인 2014. 4.경부터 E의 직원 4명의 급여가 연체되었다.
그런데 E과 같은 고철업체는 공사현장으로부터 고철을 매입하고 압축기를 통하여 이를 정리한 후 구좌업체(제강업체에 고철을 직접 납품할 수 있는 중간업체를 말한다)를 통하여 포스코 같은 제강업체에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데, 고철업체가 자신의 자금으로 고철을 매입하기 보다는 구좌업체로부터 매입자금을 융통하여 고철을 매입, 압축정리하여 인도한 후 이를 공제한 나머지 판매대금을 지급받아 왔다.
이 사건 연대보증 당시인 2014년 E의 재고자산은 4억 9,000여만 원이었고, 그 직전 분기에 2억 원 상당의 당기 순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그 후 고철가격의 하락으로 E이 매입해 둔 고철가격보다 싼 값에 고철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구좌업체가 E에 고철 매입자금을 신규로 지급해 주지 않거나 매입처에 대금을 주고도 고철을 확보하지 못하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피해자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당시 변제기에 대출금을 갚아 줄 능력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E의 운영형태와 당시 고철가격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E의 단기적 자금경색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해자 F는 피고인의 형이 운영한 고철업체에서 15년 이상 피고인과 함께 일하던 사이라 피고인과 긴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고, E은 불과 4명의 직원을 둔 업체로 피해자 F는 집게가 달린 트럭을 운행하면서 고철을 매집·운반하는 역할을 해 온 점, 피해자 F가 경리직원으로부터 E의 상황에 대해 확인하였을 때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던 점, 피해자 F가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하기 전에 E의 대표이사직을 승낙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F도 E의 신용상태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1194 판결 참조).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말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참조).
판단
원심에서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F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F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2013. 7. E의 대표이사직을 맡을 즈음에 회사의 현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당시 E의 매출액이 1년에 70~90억 원 정도여서 2억 원을 대출받는다 하여도 이를 변제기에 갚아줄 능력이 있었으며, 법인통장에서 이자도 제때 납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당시 E의 재정상태나 신용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E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줄 것을 부탁하거나 이 사건 연대보증을 부탁할 당시 E의 재정상태나 신용상태, 변제계획, 차용조건 등 연대보증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말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고철업체는 건설현장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고철을 입도선매 형식으로 매집하는데, 건설현장에서 분쟁 발생 등으로 뜻하지 않게 수억 원의 선급금 상당의 손해를 볼 수 있고, 고철을 매입한 시점과 매출하는 시점에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그 사이에 고철가격이 하락하는 때에는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는바, 설령 피해자 F가 연대보증인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피고인의 말을 믿었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 스스로도 고철가격의 하락 등의 사정변화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보이는 이상 기망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13. 12. 말경 E의 재무상태를 보면, 자산이 1,211,972,723원이고 부채가 688,042,049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5억 원 넘게 많은 상태였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이 473,930,674원이고 당기순이익이 206,844,312원이었으며, 2013년도 총 매출액은 10,479,983,320원으로 100억 원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E은 고철가격의 하락뿐만 아니라 2014. 4. 구좌업체인 Q 이 매입자금의 지급을 중단함에 따라 급격히 회사경영이 어려워져 2014. 5.부터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였고, 2014. 7.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을 부탁할 당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E이 2013. 12. 당시 세금체납과 채무연체가 존재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2013년도 재무상태표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서, 앞서 본 당해 년도의 매출이 100억 원을 초과하였고 당기순이익도 2억 원에 이르렀던 점에 비추어 그것만으로는 주채무자인 E의 경영파탄이 예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H로부터 용서받거나 피해 전부를 회복시키지 못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한편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자를 위하여 1,000만 원을 공탁한 점, 유죄로 인정한 사기죄는 원심 판시 첫머리 기재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 및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선고형을 정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결의 양형 이유에다가 대법원 양형위원회 제정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당심에서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도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길(재판장) 홍주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