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8. 5. 16. 선고 2017고단3472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4. 7.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017. 4. 15.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B의 대표이사인 자이다.

피고인은 2013. 5. 2. 피해자 C가 운영하는 ㈜D과 건설 가설재를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피해자로부터 경기 용인시 수지구 E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유로폼, 서포트, 파이프 등 건설 가설재 2억 5,000만원 상당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하던 중, 2016. 2. 18.경 위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각파이프 4m 1,000개, 원형파이프 4m 200개를 F 차량에, 유로폼(6012-180개, 5012-80개, 4512-120개, 4012-240개, 3012-50개, 2012-100개)을 G 차량에, 유로폼(4012-120개, 4512-120개, 3012-50개, 2512-50개, 4090-60개 3090-50개) 각 파이프 3m 300개, 인코너 100*150 357개를 H 차량에 싣고 가 다른 곳에 임의로 처분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6. 2. 25.경 위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유로폼(4512-120개, 3012-360개, 6012-180개, 5012-120개, 4012-150개)을 I 차량에, 유로폼(3012-360개, 5012-360개, 4512-240개, 2012-300개)을 J 차량에 싣고 가 다른 곳에 임의로 처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시가 불상의 피해자 소유 건설 가설재를 횡령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변소 요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피해자로부터 공급된 것 외에도 다른 업체들로부터 공급된 가설재와 피고인 소유의 가설재가 섞여 있었으므로, 공소사실에서 특정한 종류 및 수량의 가설재가 피해자 소유의 가설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약정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공급받은 가설재 그 자체가 아닌 동종·동량의 물건으로 반환하면 족하였으므로, 피해자로부터 특정물을 임차하였다는 전제에 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부당하다.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취거하여 처분하였다는 공소사실 기재 가설재가 피해자 소유 물건임을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서 2013. 5. 2. 피해자(또는 주식회사 D)와 피해자 소유 가설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서의 제목은 '가설재 임대차계약서'이고, 그 주된 내용은 '피해자가 주식회사 B에 가설재를 빌려주고 주식회사 B은 피해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한다. 임대기간이 종료하면 주식회사 B은 지체 없이 가설재를 반환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B은 가설재를 반환할 때 본래 물건과 다른 물건으로 대체하여 반환할 수 없으나, 피해자가 인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가설재는 주식회사 B이 시공하는 현장 내의 용도 외에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 및 이동하지 못한다. 주식회사 B은 가설재의 소유권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을 공사 관계자에게 고지하여 피해자의 소유권을 보호하여야 한다. 주식회사 B은 가설재에 대하여 제3자에게 권리양도, 사용수익, 전대, 담보제공 등을 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2)

위 계약서의 기재 내용만을 두고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간 체결된 계약은 특정된 가설재를 사용 수익케 하고 임대료를 지급받는 임대차계약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가설재 즉, 각파이프, 원형파이프, 유로폼, 인코너 등은 공사현장에서 재활용되는 규격화된 물건으로서, 가설재에 별도로 소유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여러 업체가 하나의 공사현장에 가설재를 공급할 경우 어느 가설재가 어느 업체가 공급한 것인지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와 같은 공급업체도 이를 전혀 알 수 없다. ② 가설재 거래업계에서는 가설재를 임대인에게 반환할 때 그것이 본래 그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한 것인지 따지지 않고 같은 규격·수량의 가설재만 반환하면 그 반환채무가 이행된 것으로 보는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 ③ 피해자의 직원이자 고소대리인인 K도 이 법정에서 '이 사건 가설재는 어느 회사에서 들어온 것인지 물건을 봐도 알 수 없다. 서로 혼입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회수할 때 개수만 맞춰서 가져간다.'라고 분명하게 진술하였다. ④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피해자가 공급한 것 외에도 L, M, N, O 등 다른 업체가 공급한 가설재가 섞여 있었다. 이러한 실제 거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 임대차계약서의 형식적인 기재 내용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는 피고인이 모양과 규격이 일정한 대체물인 가설재를 피해자로부터 공급받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한 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같은 규격·수량·품명의 물건으로 반환하면 되는 소비임치 유사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소비임치의 경우 목적물의 소유권이 수치인에게 이전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가사 계약서의 기재대로 이 사건 계약을 순수한 의미의 임대차계약이라고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여러 업체가 공급한 가설재가 뒤섞여 있었으므로, 그로부터 반출된 공소사실 기재의 가설재가 피해자 소유의 물건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한 후이기는 하나 그 합의서에는 '이 사건에 관하여 2018. 1. 12. 피고인 측(주식회사 B, N) 가설재도 현장에 많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는 기재가 있기도 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