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산시 C에서 'D'이라는 상호의 건강즙 판매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2006년 10월경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였으며 2017. 3. 17.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6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월 50,000원, 2009년 5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월 100,000원, 2009년 1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월 150,000원, 2010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월 200,000원,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월 250,000원, 2011년 5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월 300,000원, 2011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월 350,000원, 2012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월 400,000원,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월 450,000원, 2013년 5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월 5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원고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에 퇴직금 등 체불에 관하여 진정을 제기하였고, 근로감독관은 조사를 거쳐 2016. 8. 31. 원고에 대하여 합계 20,208,271원(= 퇴직금 2,083,411원 + 임금 18,124,860원)의 체불금품이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각 작성하였다.
피고는 2017. 2. 17.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6고약4958호로 2010년 10월경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원고에게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였고, 임금 25,464,955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간 협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원고에게 교부하지 않았고, 퇴직금 2,083,411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협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의 근로기준법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최저임금법위반죄로 벌금 4,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피고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아니하여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으며 조력자도 없이 중학교 졸업 후 사회경험이 전무한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원고의 이러한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원고의 과도한 근로시간, 상당한 노동력을 요했던 원고의 작업내용 등을 고려하면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바, 이 사건 근로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미성년자의 근로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원고의 노무를 제공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최저임금 미달분에 해당하는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를 고용한 사실이 없으며 원고가 피고를 따르면서 호의로 이 사건 사업장의 일을 도와준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는지에 관한 판단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2006년 10월경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양파, 호박, 칡, 배 등을 끓여 즙을 낸 후 이를 포장하여 배달하는 등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였고,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6년 10월경부터 원고에게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하였으며, 6개월마다 50,000원을 인상하여 지급한 점, ② 원고는 2016년 6월경 피고가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내용으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에 피고를 진정하였으며,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피고로부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는 최저임금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범죄사실로 위와 같이 벌금 4,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146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인 사실, 원고가 최저임금에 상당히 미달하는 돈을 지급받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21호증의 1, 2, 을 제3호증,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는 원고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받고도 원고에게 최저임금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최저임금 미달분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준사기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2017. 6. 30. 원고의 장애정도가 준사기죄의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고가 원고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한 점, ②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보험료 5만 원을 납부하기 위하여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미용실에서 알게 된 피고를 찾아가 "5만 원이 필요한데 여기서 일 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여 피고가 승낙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원고가 먼저 근로의사를 밝히며 급여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에게 지적장애가 있기는 하지만 원고는책이나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고 물건을 사는 등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며 화폐가치를 알고 있고, 자신이 경험한 일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작성할 수 있으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일도 기억하여 진술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2010. 5. 10.부터 2011. 2. 4.까지 거의 매일 간략히 작성한 일지에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작업한 내용 뿐 아니라 그 날 있었던 일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피고를 누나라 부르며 피고, 피고의 이성친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등 피고에 대하여 인간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최초로 근무할 당시 피고로부터 월 5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그 당시의 업무형태, 시간, 강도를 알 수 없어 원고의 노무 제공과 피고의 급여 제공에 있어 현저한 불균형이 있었는지 여부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원고가 궁박, 경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고 피고에게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었다거나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원고의 피고에 대한 구소는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소의 교환적 변경으로 취하되어 이에 대한 제1심판결은 실효되었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한(재판장) 이유영 구자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