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 및 추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형틀목수이고, 피고는 E 주식회사로부터 서울 은평구 C건물 건설 현장(이하 '이 사건 건설 현장'이라고 한다)의 건물 신축 공사를 하도급받은 회사이다.
원고는 2015. 8. 24.부터 이 사건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였고, 피고는 당일 오후 원고에게 건강진단서 제출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2015. 8. 27. 피고에게 제출한 건강진단서에는 원고의 좌, 우 청력이 모두 비정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는 2015. 8. 28. 원고에게 작업 중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으므로, 내일부터 이 사건 건설 현장에 나오지 말라고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6호증의 기재, 갑 22호증의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해고된 다음 날인 2015. 8. 29.부터 이 사건 건설 현장의 공사완료일인 2016. 7. 12.까지 피고의 부당해고로 인하여 일을 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의 일실수입 54,060,000원(= 318일 × 일당 17만 원) 및 위자료 1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가 난청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아니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이 체결된 것이므로, 피고는 착오 또는 사기로 인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한다.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임금 상당액 및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유효성
착오로 인한 취소 주장에 관한 판단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시 '원고의 청력이 정상일 것'을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사기로 인한 취소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하여는 거래당사자 중 일방에 의한 고의적인 기망행위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다6264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시 피고에게 고의로 건강상태에 대한 기망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가 착오를 일으켰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사기를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부당해고 여부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 한편 일용근로자는 계약한 1일 단위의 근로기간이 종료되면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기준법상의 해고는 계속적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간에 원고가 2015. 8. 24.부터 공사 완료일까지 일당 17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이 사건 건설 현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로 하는 계속적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8호증의 3, 갑 제20호증의 각 기재, 갑 제22호증의 일부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원고에게 제시하였던 계약서가 '일용근로계약서'인 점, ②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당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있기는 하나 보수를 근무일수에 따른 '일당'으로 책정하기로 한 것에 동의한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한 4일 동안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일용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더 이상 이 사건 건설 현장에 나오지 말라고 하여 일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이러한 통보가 근로기준법상 해고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2015. 8. 29. 종료되었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가 일방적으로 종료시켰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의료법위반교사 및 사문서위변조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의료법위반교사로 인한 위자료 주장
피고의 직원인 F은 원고의 청력검사결과를 가지고 있던 G이비인후과 의사 H로부터 청력검사결과지 사본을 제공받아 의료법위반교사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따라서 F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사문서위변조로 인한 위자료 주장
F은 H가 작성한 청력검사결과지에 가필하여 원고가 중도난청인 것처럼 청력검사결과지를 위변조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따라서 F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의료법위반교사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갑 제10호증의 1, 2, 3 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H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직원 F로부터 원고에 대한 청력검사 결과를 알 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F에게 2015. 8. 30.자 청력검사 결과지를 보여주고 그 사본을 제공하였다'는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에 처해진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을 제1호증의 4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해고의 절차를 거칠 것도 없이 종료되었음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바 청력검사 결과 유출로 인하여 일용근로자인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인 I을 의료법위반교사로 고발하였으나 2018. 1. 19. 각하처분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0호증의 1, 2, 3 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사문서위변조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사문서위조죄는 그 명의자가 진정으로 작성한 문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어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사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이면 성립하는 것이고, 반드시 그 작성명의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사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 여부는 그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그 문서의 작성경위, 종류, 내용 및 일반거래에 있어서 그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도10195 판결 등 참조). 또한 사문서변조죄에 있어서의 변조란, 권리, 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내용에 동일성을 해하지 않을 정도로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작출함으로써 사문서에 대한 거래의 안전과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575 판결 등 참조).
갑 제12호증의 기재, 증인 F의 일부 증언을 종합하면, F이 청력검사결과지에 '난청 측정 계산식'과 '우측 : 중고도난청, 좌측 : 중도난청'이라는 문구 등을 가필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12호증, 을 제1호증의 1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기존 문서인 청력검사결과지에는 500, 1K, 2K, 4K이라는 청력검사 수치에 동그라미 표시만 되어 있는 점, ② 동일한 문서에 컴퓨터 인쇄 항목과 수기 항목이 섞여 있어 다른 사람에 의하여 문서가 가공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점, ③ '중고도난청, 중도난청'이 가필되어 있는 위 가공된 청력검사결과지만으로 원고에게 중고도난청과 중도난청 진단이 내려졌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점, ④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인 I을 사문서변조로 고발하였으나 2018. 2. 5.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일반인이 F의 가공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문서를 기존 문서와 다른 새로운 증명력을 가진 문서로 오신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갑 제11, 12, 1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며, 원고의 청구(이 법원에서 확장 및 추가한 부분 포함)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규설(재판장) 김혜선 태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