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 D에게 휴게시간을 제공하였고, D이 근무하였던 피씨방(이하 '이 사건 피씨방'이라 한다)은 요금수납은 무인전자시스템으로, 음료·식품은 자판기로 판매되고 있어 사람이 할 일이 많지도 않았으므로, 휴게시간에 대하여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휴게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만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근로자 D에게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휴게시간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근로자 D은 수사기관과 원심법정에서, "매시간 10분의 휴게시간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손님이 드나드는 것이 보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얘기를 들었고, 나 혼자 근무하였기 때문에 휴게시간에 밖에 나가거나 밥을 먹으러 나갈 수도 없었고, 손님이 들어오거나 부르면 응대를 해야 했다."라는 취지로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D은 이 사건 피씨방에서 08:00경부터 16:00경까지 혼자 근무하면서 주로 매장청소 및 손님 응대 등과 같은 매장관리업무를 하였는데, 휴게시간에 주로 주된 업무공간인 카운터나 손님이 이용하지 않는 좌석 등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D은 다른 대체근무자가 없었으므로 휴게시간에 손님의 요청 등으로 응대하여야 할 업무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피씨방에서 24:00경부터 08:00경까지 근무했던 E도 원심법정에서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던 중 손님의 요청이 있는 경우 급한 일이면 바로 도와드리고, 좀 기다려도 될 것 같으면 휴게시간이 끝나고 처리해 주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휴게시간에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로운 휴식을 취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D은 이 사건 피씨방에서 사직할 무렵, 매니저 F으로부터 휴게시간에 잠을 잤다는 이유로 휴게시간에 휴식을 하는 것은 허용되나 잠을 자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도12876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243078 판결,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 내용과 해당 사업장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이 방해되었다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3다28926 판결,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3다60807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다.
㉠ D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 휴게시간은 매 1시간마다 10분씩 자율적으로 취한다. 휴게시간은 무급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이 사건 피씨방에는 "BREAK TIME 저희 직원은 현재 휴식 중입니다. 잠시 후에 카운터에 문의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기재된 탁상용 달력 형태의 안내판이 비치되어 있다.
㉢ 이 사건 피씨방에는 식품과 음료를 판매하는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반면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 이 사건 피씨방에는 직원 1명이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2명 이상이 동시에 근무하지는 않아 대체인력은 없었으며, 직원을 위한 휴식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 따라서 근무시간 중에 어떠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근무자 자신이 스스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 이 사건 피씨방에는 지폐교환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5만 원 권 지폐를 인식하지 못하여 5만 원 권 지폐를 가져오는 고객들에게는 직원이 1만 원 권 지폐로 교환해주었고, 자판기나 지폐교환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직원이 필요한 조치를 하곤 하였다.
㉣ D은 미성년자들이 연령제한 게임을 하는 것을 감시하거나 고객들의 불편사항 시정요구(컴플레인)에 응대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2쪽).
㉤ D은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을 50분간 일하고 10분간 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매니저로부터 손님들이 많거나 치워야 할 자리가 많거나 청소를 다 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먼저 다 처리하고 나중에 휴식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75쪽).
㉥ D은 이 사건 피씨방에 채용될 당시, 피고인이 아닌 매니저의 면접을 거쳤고, 임금도 매니저와 협의하여 결정하였다(증거기록 9쪽).
㉦ 이 사건 피씨방에서 24:00경부터 08:00경까지 근무하였던 E도, 휴게공간이 없어서 빈 좌석에서 쉬거나 밖에 나가서 쉬었고, 쉬는 도중에 고객이 호출기 벨로 자신을 호출하면 피씨방으로 돌아와서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피씨방 밖에 나가서 사온 음식을 피씨방 카운터에서 먹었고, 피씨방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한 적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 및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D이 이 사건 피씨방 카운터, 고객용 좌석 중 빈 곳, 흡연부스 등에서 잠깐씩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대기상태 또는 가면상태(일탈수면, parasleep)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씨방 업종의 특성상 고객불만, 기계고장 등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채용 및 업무수행 과정에 비추어 D은 매니저의 지시를 사용자의 지시로 이해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근로자 D이 이 사건 피씨방에서 근무하면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을 가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판단에 관하여는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사후심적 성격을 가지는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에게 동종의 벌금 및 기소유예 전과가 있는 점, 미지급 임금이 비교적 적은 금액이기는 하나 여전히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점, 동종·유사사건에서 일반적인 양형과의 균형,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씨방업계의 현실적 상황이나 영세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다소 높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아니하고, 당심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성(재판장) 이문세 한정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