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11. 23. 선고 2020가합5709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설립되어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보험료와 그 밖에 이 법에 따른 징수금의 부과 ·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 보험급여 비용의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1989. 2. 20. 피고의 6급 직원으로 입사하여 2017. 1. 1. 2급으로 승진한 후 2019. 7. 1.부터 2019. 12. 31.까지 피고 B실 C부 부장으로 근무한 자이다.

나.

이 사건 징계의 경위

1)

피고 이사장은 2019. 11. 13. B실 C부 팀장으로 근무하는 D(2019. 1. 1. 전입, 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으로부터 원고와 관련한 성희롱 · 성폭력 고충신고를 받았고, 피고는 2019. 12. 18. 피해자로부터 정식으로 같은 내용의 고충처리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2)

피고의 노사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이라 한다)은 2019. 12. 24. 원고를 조사하였고(이하 ‘이 사건 조사’라 한다),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 성희롱 ·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2019. 12. 30. 원고가 피해자에게 한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면서 원고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하였다.

3)

피고는 2020. 1. 14. 징계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고, 징계위원회는 2020. 1. 17. 아래와 같은 각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를 근거로 원고에 대한 해임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를 의결하였으며, 피고는 2020. 1. 23. 원고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였다.

<2>

<3>

<4>

<5>

<6>

다.

원고의 재심청구 및 고소

1)

원고는 2020. 1. 16. 피해자가 2차 회식에서 원고를 추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하였으나, 피해자는 2020. 6. 25.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이하 ‘관련 고소사건’이라 한다).

2)

원고는 2020. 2. 6. 이 사건 징계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피고의 재심징계위원회는 2020. 4. 23.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의결을 하였고, 피고는 2020. 4. 28. 원고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였다.

라.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 각 징계사유의 비위행위 당시 적용되던 피고의 인사규정, 인사규정 시행규칙,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11 내지 13, 24, 2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를 해임하는 이 사건 징계는 위법하여 무효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복직할 때까지의 미지급 임금 중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가.

절차적 하자

1)

조사절차에서의 하자

공동조사단의 조사자는 이 사건 조사 당시 원고를 소환하면서 그 사유를 통지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그 조사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로 질문을 하거나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유도신문을 하였으므로, 공동조사단의 조사절차는 위법하다.

2)

의결과정에서의 하자

피고의 재심 징계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해임 안건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 차례에 걸쳐 재차 위 안건을 상정하여 가결시켰으므로, 피고 재심 징계위원회의 의결은 위법하다.

나.

실체적 하자

1)

제1-1 및 제1-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가)

원고는 1차 회식에서 제1-1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없고, 다만 직원들과 함께 놀러간 숙소에서 남녀 직원들이 한 방에서 같이 잔 적이 있으나 우려와 달리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을 뿐이다.

나)

원고는 1차 회식에서 제1-2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성적인 이야기에 관하여는 조금 더 개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였을 뿐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의도는 없었다.

2)

제2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2차 회식에서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어 피해자의 성기를 만진 사실이 없고, 다만 피해자가 갑자기 왼쪽 다리를 원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아 피해자의 다리를 밀치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이 피해자의 바짓가랑이 안으로 순간적으로 들어간 것뿐이다.

3.

해임처분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의 존재 여부

1)

조사절차에서의 하자

가)

소환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

살피건대, 피고 인사규정 및 구 성희롱 · 성폭력 예방지침(2018. 3. 30. 전부 개정되어 2019. 12. 26. 개정되기 전의 것)에 징계혐의자 또는 고충 피신청인을 소환할 때 그 사유를 고지할 의무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나아가 위 예방지침 제10조 제7항에서 ‘직무상 성희롱 · 성폭력 고충과 관계된 내용을 알게 된 자(고충상담원 등)는 고충사항의 조사 또는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충신청인 및 그 관계자의 신원, 고충 관련내용 등에 대하여 제3자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공동조사단이 이 사건 조사를 위하여 원고를 소환하면서 그 사유를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조사절차가 위법하게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

살피건대, 을 제4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조사 당시 작성된 원고에 대한 문답서에 공동조사단의 조사관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조사가 끝난 후 위 문답서를 열람하고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사 당시 원고에게 진술거부권은 고지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공동조사단의 이 사건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는 원고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수사가 아니라 징계를 위한 조사로서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공동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는 수사절차에서 부여되는 진술거부권, 변호인 참여권 등의 각종 절차적 권리가 똑같이 보장된다고 바로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 직원에 대한 징계권자가 징계혐의자에 대하여 징계사유에 관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사절차에서와 같은 진술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의 절차상 권리를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피고 규정, 지침상의 근거도 없다. 따라서 설령 공동조사단의 조사관이 원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그 조사절차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다)

강압적인 태도로 질문을 하였다는 등의 주장

을 제14호증의 1 기재에 의하면 피고 고충처리위원회 조사과정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I은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공동조사단의 조사관과 외부 전문가의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자유롭게 진술하였고, 조사가 끝나고 출력한 문답서를 건네받아 열람 · 수정한 후 서명하였다고 서면으로 확인해 준 점, 원고는 이 사건 조사를 받은 이후 피고 고충처리위원회에 피해자의 진술을 반박하는 취지의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한 점(을 제4호증의 2)에 더하여, 원고의 피고 공단에서의 근무 경력, 직급과 조사관들의 직급, 구체적인 문답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주장과 같이 공동조사단 조사관 등이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원고에게 강압적인 태도로 질문을 하였거나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유도신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의결절차에서의 하자

가)

을 제22, 25 내지 2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재심 청구에 따라 2020. 3. 3. 재심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다가 징계위원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심의사항을 표결하지 못하고 관련 고소사건의 수사결과가 나온 후 속개하기로 한 사실, 위 재심 징계위원회는 2020. 4. 23. 회의를 속개하여 징계위원들의 토론을 거친 후 투표 결과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재심 징계위원회가 2020. 4. 23. 심의사항을 표결에 부친 후 적법하게 징계위원 3분의 2 이상의 결의에 의하여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재심 징계위원회의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하여 장시간 토론이 이루어져 위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었고, 징계위원들이 이 사건 각 징계사유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등 구체적이고도 충분한 토론 과정을 통하여 징계위원 7명 중 5명이 이 사건 징계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였다.

②

속개된 재심 징계위원회에서 위원장이 표결에 앞서 위원에게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및 징계양정에 관한 의견을 묻고, 이에 대해 징계위원들이 토론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수차례 피력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나,<7> 이러한 과정을 두고 위원장이 원고의 ‘재심청구 인용 여부’라는 심의 안건을 수차례 정식으로 표결에 부치고 징계위원회가 결의까지 반복하여 나아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피고 인사규정에는 징계의결 방법에 관하여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7조 제1항). 재심 징계위원회는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징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표결하였고, 이에 징계위원 7명 중 5명이 위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징계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어서(다만 재심청구 기각에 반대한 징계위원 중 1명은 징계의결서에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징계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다.

다.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징계사유와 같은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해자는 이 사건 각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2019. 12. 20. 피고 고충처리위원회에서, 2020. 3. 12. 관련 고소사건의 수사기관에서 각 조사를 받았는데, 피해자의 주요 진술 내용은 아래와 같다(을 제7호증의 1, 을 제15호증 참조).

(2)

살피건대, 을 제6 내지 9, 15, 16, 20, 21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각 징계사유와 같은 각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된다.

①

원고는 제1-1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1차 회식 자리에서 “과거 스키장에 남녀 직원이 굳이 방 두 개를 잡을 필요가 없는 것에 동의하여 방을 한 개만 잡았고 통상의 우려와 달리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는 것까지는 소장에서 인정하고 있는 점, 위 징계사유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원고도 인정하는 위 이야기의 상황을 기초로 한 것으로 그 내용이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워서 신빙성이 있는 점 등에 더하여 을 제9호증의 기재, 증인 J의 증언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가 제1-1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②

원고는 제1-2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자인하고 있다.

③

제2 징계사유에서 적시된 원고의 추행행위(이하 ‘이 사건 추행행위’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당시 이 사건 추행행위를 목격한 자나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녹음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징계사유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뢰할 수 있는 반면, 원고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 피해자가 피고 이사장에게 고충처리 신청을 하면서 기재한 구체적 내용, 동료인 J에게 진술한 내용 및 고충 조사시 조사관에게 진술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추행행위 일시, 장소에서 원고와 피해자가 나눈 대화, 술에 취해서 졸다가 잠에서 깨게 된 경위, 잠에서 깨었을 때 원고와 피해자의 동작, 피해자가 저항하면서 한 행동, 그에 대한 원고의 반응, 피해자의 주관적인 정서 상태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면서 비교적 자연스러워 실제 경험한 사실을 진술할 때 나타나는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위 진술들이 그다지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 피해자는 원고의 손이 피해자의 바지 속으로 들어가게 된 구체적인 경위에 관하여 “술에 취해서 졸다가 음부에 자극을 느껴서 정신을 차렸는데 원고가 어떻게 제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원고로부터 이 사건 추행을 당한 이후 상황에 관하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진술 당시 기억나지 않거나 모르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인정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 태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는 전체적으로 사건을 허위로 재구성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사실 중 기억하는 내용을 그 기억대로 가감 없이 진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피해자가 원고의 이 사건 추행 당시 다리를 발버둥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원고의 추행을 제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폭력에 직면한 피해자의 심리와 대처방식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원고의 가슴을 손으로 수차례 밀었는데 밀쳐지지 않았다는 것인 점, 피해자가 당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고, 이 사건 추행행위가 일어난 2차 회식 장소는 사택 근처의 개방된 술집인데다가 원고가 피해자의 직장상사였으므로 급작스런 원고 행위에 당황하여 피해자로서 순간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 점까지 고려하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는 없다.

⒟ 피해자는 공동조사단의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회식 다음 날에 회식 당시 입고 있었던 바지를 확인해 보니 사타구니 위치에 흰색의 자국들이 손가락 모양으로 길게 문지른 것처럼 있었다.”라고 진술하면서도, 위 바지를 보관하지 않고 버렸다고 진술하여 피해사실과 관련된 증거를 쉽사리 폐기하였다는 점에서 그 진술에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피해자는 위 바지를 버린 경위에 관하여 관련 고소사건의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회식 다음 날 퇴근 후에 위 바지를 세탁기에 돌렸는데, 흰 자국이 없어지지 않아 비누로 애벌빨래를 해서 다시 세탁기에 돌렸다. 이후에 바지를 볼 때마다 그 때 기억이 나서 10월 말쯤 사택 탕비실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바지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피해자가 원고의 추행으로 인하여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껴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추행행위가 있은 다음 날 위 바지를 바로 세탁한 후 버린 경위가 납득할 만하다.

⒠ 원고는 본사에서 근무할 당시 피해자로부터 피고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C부 부장으로 전보된 뒤에도 피해자로부터 인사 관련 부탁을 받았는데 원고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피해자가 앙심을 품고 원고를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갑 제7호증의 1, 2 참조). 그런데 원고는 2019. 6. 5.까지 K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 7. 1. C부 부장으로 전보되었는바, 원고의 종전 업무에 비추어 보아도 원고가 피해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피해자로부터 피고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원고가 들어주지 않아 피해자가 앙심을 품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 B실은 C부, L부 등 5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고, 피해자는 원고가 C부 부장으로 전보되기 전인 2019. 1. 1. L부 팀장으로 전보되었는바, 피해자가 속한 L부와 별개 부서의 부장에 불과한 원고가 피해자에게 어떠한 인사상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위 C부 부장으로 전보될 무렵인 2019. 7.경 피해자가 사내 메신저를 통하여 원고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보더라도(갑 제7호증의 2), 피해자가 원고에게 L부의 팀장급 업무 배치에 관하여 조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당시 원고에게 인사에 관한 부탁을 하여 원고가 이를 관철시켜 줄 수 있을 것이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C부 부장으로 전보된 후에도 피해자로부터 인사 관련 부탁을 받았다는 원고의 주장 또한 납득하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가 원고를 무고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뒤늦게 피고 이사장에게 고충신고를 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고소관련 사건의 수사기관에서 뒤늦게 고충신고를 한 경위에 관하여 “처음에는 피해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원고를 회사에서 계속 만나야 했고, 원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니까 너무 힘들었다. 10월 말경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해서 제가 원고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정확히 확인한 후 원고를 형사고소 하려고 하였는데 CCTV가 없다고 해서 형사고소는 하지 못했고, 다만 원고가 없는 안전한 상황에서 일하고 싶어서 고충신고를 했다.”고 진술한데다가, 피해자는 2019. 10. 21. 이 사건 회식에 동석한 J 과장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원고의 추행을 목격하였는지 물었고, 2019. 10. 중순경 여성 선배인 M(가명)에게, 2019. 11.경 남성 동기인 N(가명)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상담하기도 한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고충신고를 한 사정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그와 같은 사정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

⒢ 원고는 이 사건 소장 및 변론 과정에서 2차 회식에서 피해자가 갑자기 왼쪽 다리를 원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아 피해자의 다리를 밀치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이 피해자의 바짓가랑이 안으로 순간적으로 들어가 피해자의 음부를 만지게 된 것뿐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묘사하는 위 상황과 음부를 만지게 된 과정은 경험칙상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조사 당시에는 조사관에게, “피해자가 본인에게 딥키스를 하면서 달콤하다는 말을 했고, 술을 마시다가 본인의 셔츠 속으로 피해자의 손이 들어왔고, 왼쪽 가슴 젖꼭지를 만졌다.”, “본인의 손이 피해자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넣었고 피해자의 성기에 접촉을 하니, ‘야 빼, 빼라고’라고 피해자가 말해서 다시 뺐다, 이후 피해자가 왼쪽 다리를 본인의 무릎 위에 올리고 가슴을 만지고 빨고를 두세 번 하고, 통이 넓은 바지라 본인 손을 피해자의 다리 쪽으로 넣어 성기에 다시 넣었다, (피해자가) 만지기 좋게 다리를 벌린 자세였고 그 후 본인은 정신이 번쩍 들어 그만 가자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진술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당시의 행위와 상황에 대한 묘사가 이 사건 변론에서 원고가 진술하는 내용과 너무 상이하여 원고의 현재 진술은 신빙성을 부여할 수 없다.

⒣ 원고는 이 사건 조사 당시의 진술 내용과 같은 취지로 2020. 1. 16. 피해자가 2차 회식에서 원고를 추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강제추행죄로 고소하였으나, 피해자는 2020. 6. 25.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2)

구체적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성적인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 언어적 ·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제1-1 및 제1-2 징계사유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각 징계사유 기재 발언은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피고 인사규정 제38조 제4항을 위반한 성희롱에 해당하여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①

원고와 피해자는 모두 피고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원고는 피해자를 비롯한 피고 본사 직원들과의 회식장소에서 위 징계사유의 각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모두 원고와 피해자가 근무하는 피고 본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마련된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②

설령 원고가 성에 대해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해당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성희롱인지 여부는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나 동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원고의 내심의 의사는 위 언동이 성희롱으로 판단됨에 있어 장애가 될 수 없다.

③

해당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 및 상황, 그 내용이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연상하기에 충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상 객관적으로 상대방인 피해자로서는 해당 발언으로 충분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④

1차 회식에 참여하였던 J 과장은 이 법정에서 “원고로부터 그와 같은 발언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고, 피해자는 당시 조금 더 기분이 좋지 않게 표현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다.

(2)

제2 징계사유(이 사건 추행행위)

원고는 피고 본사 직원들과의 회식장소에서 이 사건 추행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로서는 극심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추행행위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피고 인사규정 제38조 제4항을 위반한 성희롱에 해당하여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에 관한 부가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37조 제1항 [별표 2] 제3항 ‘성폭력등 징계양정기준’은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임에서 파면까지의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2 징계사유는 형사상 준유사강간죄 또는 그 미수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비위행위이고, 그 비위행위의 피해자가 피고 소속 직원이라는 점에서 피고의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점, ③ 피해자는 원고의 이 사건 각 징계사유와 같은 비위행위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징계 과정에서 도리어 피해자를 고소하여 2차 가해를 하는 등 진지한 반성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하에서 원고가 피고 공단에서 계속하여 근무하게 될 경우 재직 중인 피해자에게 뿐만 아니라 피고의 직장질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성희롱 · 성폭력 예방지침을 제정하고 성희롱 · 성폭력 재발방지대책의 수립,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시 등으로 성폭력 예방과 건전한 직장질서 유지를 강조하고 있고, 원고로서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가 징계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 · 남용하여 행하여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를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미지급 임금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영기(재판장) 강희구 정재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