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8. 7. 3.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GFP)로 위촉되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2019. 3. 4. 일정기간 안정이 필요하여 근무를 할 수 없고, 해당 기간 동안 원고를 해촉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2019. 3. 10. 피고의 출근 독촉에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여 쉴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고는 2019. 4. 23. 원고를 2019. 4. 30.자로 보험설계사에서 해촉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 2019. 4. 24. 그 내용증명이 원고에게 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촉행위’라 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 계약서, 피고 내부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이하 ‘관련 규정’이라 한다)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8, 19, 22호증, 을 제4, 10, 13, 14, 1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해촉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
피고가 원고를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한 것은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를 임의로 해촉할 수 없다.
설령 원고가 보험설계사로 위촉된 것이 위임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관련규정에 근거하여 원고를 보험설계사에서 해촉하였는데, 관련규정은 약관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2018. 7. 3. 원고를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할 당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3조 제3항에서 정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최저실적기준을 해지사유로 정한 관련규정은 약관규제법에 위반되는 불공정한 약관이기도 하다.
설령 관련규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등록계약서 제22조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업무의 일시 중지를 요청한 상황이었으므로, 동 기간 동안의 실적부진을 근거로 원고를 해촉할 수는 없다.
피고의 해촉절차는 GFP 자격유지기준 제3조 제2항에 위반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26,934,160원(= 해촉이 없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수수료 16,934,160원 +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대법원 2000. 1. 28. 선고 98두9219 판결 등 참조),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 위촉과 해촉에는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며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다118860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되어 근무장소의 지정 없이 원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출퇴근을 하여 왔고, 본인의 보험모집 및 유지실적에 따라 매달 보험수당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도 근로관계가 아닌 위임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민법 제689조 제1항은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으로,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관하여 이와 다른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324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해촉행위도 관련규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가)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은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 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보험설계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등록계약서 및 그 위임에 따른 GFP 해촉규정, GFP 자격유지기준을 미리 마련하여 두었고, 위 등록계약서 등은 그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된 서면으로, 보험설계사로 위촉되려고 하는 사람은 계약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함 없이 등록계약서 하단에 자필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피고와 위촉계약을 체결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관련규정은 약관규제법에서 정하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전문은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사업자에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이러한 약관의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 사업자에게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객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근거가 있다. 따라서 약관에 정하여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사업자에게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사유로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라는 요건은 해당 약관 조항이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인지는 소송당사자인 특정 고객에 따라 개별적으로 예측가능성이 있었는지의 측면에서 각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4호증, 을 제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등록계약서 제25조 제1항에서는 위촉계약유지를 위한 최저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조 제3항에서는 위촉계약의 해지에 관하여 GFP 해촉규정 등에 일임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되면서 등록계약서 하단의 그 내용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다는 란에 자필서명하였던 점, ② 보험설계사로서 영업실적이 위촉계약의 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는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 사이에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상식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 위촉되기 이전에도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 일하여 왔고, 위와 같은 위촉계약 유지 조건의 관행에 관하여서도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관련규정에 대하여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에서 정한 명시·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GFP 자격유지기준은 일정한 영업실적을 보험설계사 등록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위 기준에서 언급하는 ‘등록취소사유’는 단지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로서의 등록취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 보험업법 제86조에서 정하는 금융위원회에 의한 보험설계사 자격 자체의 등록취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바, 보험업법에서 정한 것보다 용이하게 보험설계사를 해촉하는 것을 정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보험업법 제85조의3 제1항 제3호에서는 ‘위탁계약서에서 정한 해지요건 외의 사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그 반대해석상 보험업자와 보험설계사 사이에 계약으로 정한 해지요건은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달리 보험업법 기타 관계 법령에서 일정한 영업실적을 위탁계약해지사유로 정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③ 피고의 GFP 자격유지기준에서만 다른 보험회사와 달리 계약해지사유로서 영업실적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나타나지 않고, GFP 자격유지기준에서 정하는 영업실적이 사회통념상 보험설계사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관련규정이 약관규제법에 위반하는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해촉행위의 적법성 내지 유효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9호증의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생손보 합산 장기신계약 월납초회 보험료’의 3개월 월평균액은 48,516원(= 145,548원/3)이고, 손보(자동차)의 3개월 월평균액은 1,218,463원[= (2,468,180원 + 549,750원 + 637,460원)/3]이며, 손보(일반)는 3개월 실적이 없어 GFP 자격유기기준 제1조 제2, 3, 4호의 각 기준에 미달하였는바, 원고에게는 관련규정에 따른 해촉사유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원고가 피고 측에 당분간 건강회복을 위하여 결근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있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등록계약서 제22조에서 정하는 ‘출산, 질병, 불의의 사고 등으로 위탁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위탁업무 일시 중지 요청을 하여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점, ③ GFP 자격유지기준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계약해지시 해지 예정일로부터 20일 전까지 보험설계사에게 해지대상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지하여야 하기는 하나, 원고와 피고의 결근 관련 다툼의 경위상 원고는 2019. 3. 4.경에는 피고가 이를 해촉사유로 주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고 보이는 점, ④ GFP 자격유지기준 제3조 제2항에서 20일의 기간을 두도록 한 것은 해지 예정일 이전에 보험설계사에게 의견진술기회를 보장하여 갑작스러운 계약종료로 인한 불의의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보이는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해촉예정일 이전인 2019. 4. 26. 이 사건 해촉행위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는 등 충분한 의견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이 사건 해촉행위 이후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별다른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해촉행위가 위법하다거나 효력이 없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더군다나 피고가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보험수당은 그 종류가 다양한데, 원고는 보험수당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종전에 받아왔던 수당을 근거로 향후에 비슷한 보험수당을 수령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위자료와 함께 청구하고 있는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 주장 손해액이 이 사건 해촉행위의 위법성 내지 유효성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액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기현(재판장) 윤영수 서동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