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3. 7. 14. 선고 2021노2484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화성시 E 주상복합주택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하고, 위 현장을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에서 단순 노무를 제공한 일용직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근로자 28인(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의 사용자가 아니다. 또한, 위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임금액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도 다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I 주식회사는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후 그 중 골조공사 부분을 J 주식회사(이하 ‘J’이라고 한다)에 하도급하였고, J은 위 골조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H에게 하도급하였으며, H은 철근콘크리트 및 비계 부분을 K에게 재하도급한 점, ② K가 2018. 3. 하순경 위 재하도급 공사를 중단하자, H은 피고인에게 K가 진행하던 위 공사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인과 H 사이에 평당 단가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일단 실비는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응하였고 L을 철근반장으로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도록 한 점, ③ 피고인은 J로부터 노임 명목으로 2018. 8. 24. 1,200만 원, 2018. 10. 16. 13,049,000원, 2018. 11. 23. 21,916,360원을 지급받은 점, ④ 피고인은 위와 같이 J로부터 노임을 지급받은 후 이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피고인을 단순한 소개자로 볼 수는 없고, H과 사이에 평당 단가가 확정되지 않았을 뿐 일단 공사를 재하도급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정하고, 수급인의 지위에서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평가함이 타당한 점, ⑤ 이 사건 근로자 F, G를 자신의 책임과 계산 하에 인력을 투입하고 공정을 진행하는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H으로부터 철근공사를 재하도급받아 진행하면서 L을 통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사용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L이 수사기관의 전화조사시 소위 ‘F 팀(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4번 기재 근로자들, 이하 ’F 팀‘이라고 한다)’의 6월 공수가 79.5라는 메모를 작성하여 이를 확인해준 적이 있다고 진술하여 위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에 관한 주장과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각 미지급 임금 액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실과 사정들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 및 피고인이 임금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중 ‘체불임금’란 기재 금액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1)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J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 공종을 하도급받은 H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이하 별도의 기재가 없으면 H의 진술은 원심 법정진술이다) ‘이 사건 현장의 철근, 콘크리트 부분을 재하도급 받아 공사를 하던 K(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 관여하기 이전에 H으로부터 일부 공종을 재하도급 받아 공사를 수행하던 사람이다)가 2018. 3. 하순경부터 현장에 나오지 않자,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K 대신 재하도급을 받아달라고 부탁하였다’, ‘피고인이 재하도급 받는 평당 단가에 대하여 이견이 있어 금액이 합치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이 일단 일을 하면서 금액을 다시 협의하기로 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하면 최소한 피고인이 투입한 원가(출력일보에 따른 인부들의 노임)는 맞춰주겠다고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 관여한 것은 단순한 노무의 제공 차원을 넘어 피고인이 일정한 공사를 완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H으로부터 그에 대한 대가를 수령하기로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H은 ‘J 통장에 4,000만 원이 남아 있는데, 피고인과 금액 합의가 안 되어서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 ‘저와 피고인이 J 본사가 있는 부산까지 내려가서, 미지급된 돈에 관하여 3,000만 원에 협의를 했었는데, 피고인이 그 돈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3,500만 원으로 올렸다가, 4,000만 원으로 또 협의를 했었는데, 피고인이 받지 않은 것이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바,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별달리 없고, 이는 피고인이 재하도급을 받은 사업자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할 것이다.

위 K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H을 많이 도와주라고 말하였다’, ‘많이 도와주라는 것은 많은 일을 적은 인원을 가지고 최대한 열심히 하라는 것’, ‘피고인이 나의 지위(재하도급업자)를 이어받아주기를 원하였다’라고 진술하는바, 이는 H의 위 진술에 부합한다. 한편, K가 피고인과 H 사이에 재하도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듯한 진술을 하기도 하였으나, K 역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경위에 관하여 ‘평당 단가에 관한 협의가 안 되어서, 피고인이 인원을 공사현장에 투입하면 H이 인건비를 주겠다고 하여 일하러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피고인과 H 사이에 피고인의 책임 하에 이 사건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면 H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의사의 합치는 있었다는 것이므로, 결론적으로 H의 진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현장에서 피고인의 역할에 관하여 살펴본다. H은 ‘피고인이 L을 고용하여 L을 이 사건 현장의 관리자로 데려다놨다’, ‘피고인이 연락이 되면 피고인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피고인이 없으면 L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 ‘보통 L이 출력인원점검표를 나(H)에게 주면, 내가 확인한 후 일할 내용을 L에게 지시하였고, L이 인부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F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L이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여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고, G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전화로 일당 19만 원에 차비 3만 원을 줄테니 이 사건 현장에 와서 일을 해달라라고 말하여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현장에 직접 또는 L을 통하여 근로자들을 투입하고, 그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과 L은 단지 피고인이 L을 H에게 소개해주어 L이 이 사건 현장에서 반장으로 일하게 된 것뿐이라고 주장하나, 그 진술에 의하더라도 L은 피고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인 점, L이 H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는 점, 근로자들의 임금에 관하여 L도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이하 별도의 기재가 없으면 L의 진술은 원심 법정진술이다) ‘피고인이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와서 그 돈을 받았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점, L은 ‘피고인은 개인이니 회사에서 돈을 줘야 한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재하도급받았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L은 피고인에게 고용된 후 이 사건 현장의 반장으로 배치되어 피고인을 대신하여 이 사건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를 지시하고, 임금을 분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현장에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 살펴본다. H은 ‘이 사건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은, 철근·콘크리트 부분은 피고인에게, 목수 부분은 다른 어떤 사람(P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됨)에게 일괄 지급되었다’라고 진술한다. 피고인 명의 Q조합 계좌의 거래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이 J로부터 노임 명목으로 2018. 8. 24. 12,000,000원, 2018. 10. 16. 13,049,000원, 2018. 11. 23. 21,916,36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 스스로도 J로부터 합계 151,746,270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 명의 계좌 및 피고인의 아들인 R 명의 계좌의 각 거래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이 J로부터 지급받은 돈을 L, F 등 이 사건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분배하여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과 계산 하에 이 사건 현장에 근로자들을 투입하고, 그에 대한 임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아 이를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 사건 근로자들 중 ‘F 팀’ 또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일부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이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일부 공종을 재하도급 받았다는 사실과 부합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H이 근로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하여 피고인의 계좌를 단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임금 명목의 돈을 일괄하여 지급받은 다음 이를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은 각 근로자의 노무 제공 일수를 일일이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지급금액에 대한 책임도 따르는 것인바, 이 사건 현장에서 단순히 일용직으로 근무하였다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중요도를 가지는 업무를 부담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② J로서도 1억 5,000만 원가량의 거액을 H이 아닌 일개 일용직 근로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할 이유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F와 G는 소위 ‘소그룹 팀장’으로 피고인이나 L의 연락을 받아 이 사건 현장에 인력을 보내고, 소그룹의 임금을 일괄하여 받은 다음 각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F와 G를 자신의 계산 하에 근로자를 투입하고 해당 공정을 진행하는 독립된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L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F와 G는 ‘일당’을 받기로 하고 이 사건 현장에 인력을 데리고 와서 철근일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5)

한편, 피고인은 ‘F 팀’의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체불임금 액수는 이 사건 현장의 출력인원점검표 기재와 상이하여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① F는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근로자들 중 불법 체류자가 있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있고,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이미 이수한 사람의 이름을 대신 쓰기도 한다’고 진술하고, H 역시 ‘이 사건 현장 출력인원점검표에 불법 체류 등의 이유로 실제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어쨌든 L이 출력인원점검표를 나에게 줄 때 인원은 맞는 상태로 온다’라고 진술한 점, ② L은 ‘이 사건 현장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일보를 가지고 오면, 그에 따라 내가 출력인원점검표에 근로자들 이름을 작성하고, 각 근로자들이 자기 이름 옆에 싸인을 한 것을 H에게 갖다주었다’라고 진술하여 F, H의 위 각 진술에 부합하는 점, ③ ‘F 팀’이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의 대상인 6월 공수는 79.5일인데, L이 F 팀의 6월 공수가 79.5일이 맞다고 서명한 메모가 존재하고, L은 수사기관의 전화조사시 위와 같이 F 팀의 공수가 79.5일이라고 확인해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점, ④ L은 원심 법정에서, 위 메모의 서명이 자신의 것과 다른 것 같다고 하면서도 ‘내가 6월에 쭉 해놓은 거, 지네 식구(F 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가 와서 한 게 10명인가, 내가 확인해준 게 있다’라고 하여 위와 같이 F 팀의 6월 공수가 79.5일임을 확인해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 점, ⑤ 이 사건 현장의 임금은 피고인이 J로부터 지급받은 다음 피고인 또는 L이 F나 G 같은 각 소그룹 팀장에게 지급하여 그 팀장이 각 근로자들에게 배분하였는바, 이와 같은 지급 구조하에서 각 소그룹에 대한 임금 산정의 핵심적인 요소는 투입된 근로자의 수와 근무일수이지 개별 근로자의 이름이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F 팀에 대한 미지급 임금의 공수가 ‘79.5일’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6)

피고인은 2018. 7. 21. L을 통하여 F에게 1,500만 원, 2018. 11.경 F의 계좌로 30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F 역시 2018. 7.경 1,500만 원 및 2018. 11.경 300만 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다만, F는 위 1,500만 원을 L이 아닌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다). 다만, L이 F 팀에 대한 미지급 임금의 공수가 79.5일임을 확인해준 위 메모상 기재 일자는 2018. 7. 31.이므로 위 79.5일은 위 1,500만 원이 지급된 이후 남은 부분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점, 2018. 11.경 지급된 300만 원은 법정기간, 즉 임금의 지급기일인 근로 제공 종료일(2018. 6. 11.)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의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4번 ‘임금’란 기재 금액에서 공제될 금액이 아닌 점(다만, 원심은 2018. 11. 지급된 금액을 기지급 임금으로 인정하여 체불임금액에서 제외하였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F 팀 근로자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4번 기재 ‘체불임금’란 기재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7)

피고인이 2018. 11.경 G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G 팀(이 사건 공소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5 내지 28번 기재 근로자들)’에게 일부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임금의 지급기일인 근로 제공 종료일(2018. 6. 27.)로부터 14일이 지난 이후에 지급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균(재판장) 한승철 김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