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각주1>
누구든지 관련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20. 1. 13.경부터 2020. 7. 5.경까지 양주시 B사업소 C에서 재직한 공무원이고, D은 C팀장으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6. 17. 14시경 양주시 부흥로 1533에 있는 양주시청 C 사무실에서, D의 직무상 비위 사실을 적발할 목적으로 D이 방문자인 E과 나누는 대화 내용을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있던 녹음 기능을 이용해 녹음함으로써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사건정보
사건
2022고합329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피고인
A
검사
석동현(기소), 홍성표(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화평
담당변호사 이광웅
판결선고
2023. 4. 20.
증거의 요지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각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D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피의자 제출 자료(증거목록 순번 7), 녹취록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이루어졌고, 피고인은 가청거리 내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위 대화를 자연스럽게 듣다가 이를 녹음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다.
설령 D과 E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D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라 한다) 위반행위를 적발‧신고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녹음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D과 E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인지 여부
관련법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도15616 판결).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0도1007 판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E이 D에게 준 선물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 및 D이 위 선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 대화 중 D은 딸의 생활 습관이나 결혼 의사 등 자신 또는 가족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 내용에 비추어, 위 대화는 비밀스러운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D과 E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된다.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양주시청 C팀 사무실)가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실 내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민원창구가 있는 부분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를 넘어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이 실제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에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가 ‘일반 공중’에 공개된 장소였다고 할 수는 없다.
D은 수사기관에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양주시청 C팀 사무실은 각 직원들의 자리가 얼굴까지 오는 칸막이로 서로 분리되어 있었고, 대화 내용도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기 때문에, 자신의 대화를 누가 엿듣거나 녹음을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달리 D과 E이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사무실 내 다른 직원들이나 민원 업무를 보는 민원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공개하려 하였다거나, 자신들의 대화가 제3자에 의하여 녹음되어도 무방하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대화의 내용, 대화 당사자의 수,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의 성격이나 출입의 통제 정도,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일반 공중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피고인과의 관계에서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법리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공개되지 아니한 D과 E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오로지 사적 감정이나 기타 불순한 의도 없이 D의 비위사실(뇌물수수 내지 청탁금지법 위반)을 적발하기 위한 동기‧목적에서 D과 E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D의 비위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글[2020. 12. 31.자로 감사원 홈페이지에 “F”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의 본문(증거기록 69면)에는 “어느 날 한 사람이 뭘 들고 왔는데 D 팀장이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원래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이 여자한테 좋은 차라면서 D 팀장한테 줬고 D 팀장은 너무 좋아하면서 친절하게 대화를 했습니다. 그때서야 전 제가 준 커피나 이런 건 저 사람 맘에 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런 걸 사주는 절 그냥 호구로만 봤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의 대화를 녹음을 했습니다. 아마 제가 그런 좋은 차 같은 걸 갖다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승진을 시켜줬을지도 모를 것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위 글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녹음 동기 및 경위에 더하여, 피고인은 범행 당시 2020. 1.경 D이 팀장으로 있는 C팀으로 발령받고 D로부터 여러 차례 업무미숙이나 근무태도에 관하여 지적을 받는 등으로 인해 D에 대한 반감이 누적되고 있었던 정황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오로지 D의 비위사실을 적발‧신고한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해당 녹음에 착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즉, 피고인에게 그런 목적이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차적인 목적일 뿐, 오히려 피고인은 직장상사로서 자신을 대하는 D의 태도에나 발언에 서운함, 불만 또는 앙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평소에 품고 있던 상태에서, D을 해하려는 의도로 당시 공익적 필요성이 그다지 요청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법을 무릅쓰고 위 대화 녹음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피고인에게 이 사건 녹음행위 당시 공무원인 D의 비위사실을 적발하기 위한 공익적 동기나 목적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사건 녹음행위가 정당행위에서 요구하는 법익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객관적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 피고인이 녹음에 착수할 무렵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누군가가 D을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차(茶)와 관련된 물품’을 선물 명목으로 주는 듯 하다”는 정도에 불과한데, D이 E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차 및 보온병<각주2>’으로서 그 품목 자체가 공무원이 통상적으로 불법성을 띠고 수수하는 금품이나 향응이라고 보기에는 사뭇 일반적이지 않은 점, ㉡ 위 대화에서 언급된 보온병의 가격도 24,000원 전후로서 청탁금지법에 의하여 수수가 금지되는 수준의 물건이라 보기 어려운 점<각주3>, ㉢ 달리 위 대화에 E이 교부한 선물이 D의 직무와 간접적으로라도 관련되어 있음을 추단케 할 만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D과 E 사이의 대화가 오고갈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D이 E으로부터 청탁금지법, 형법 등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매우 막연한 의심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위와 같이 공무원이 현재 비위를 저지를 지도 모른다는 매우 막연한 의심에만 기초하여, 그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공익적 목적 또는 의도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부여한 개인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이라는 사익 및 통신비밀의 일반적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1항, 제4조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취지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편 D과 E 사이의 대화 및 E의 선물 교부가 다른 공무원들도 업무를 보고 있는 시청 사무실 내부에서 이루어진 점, E의 방문 사실이나 물품 수수 사실 등은 다른 방식이나 경로로도 확인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의 긴급성‧보충성을 갖추었다고도 섣불리 보기 어렵다.
양형의 이유
아래 각 정상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건강상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범행의 동기와 수단 등 여러 양형 조건을 두루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은 초범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녹음 파일을 유포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가청거리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녹음한 것인바,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리한 정상 :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함부로 녹음하여 그 대화참여자들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대화 참여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다.
판사 조영기(재판장) 김민지 두홍륜
각주1)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사실 일부를 수정하였다.
각주2) 대화 내용만으로 보온병이 D이 받은 선물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D이 받은 선물(차)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에 불과한지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피고인의 주장 취지에 따라 보온병도 D이 받은 선물에 포함된다는 전제 하에서 판단하기로 한다.
각주3)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 제3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항 [별표 1]에 의하더라도 공직자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받는 사교 등 목적 선물의 가액이 1회 5만 원으로 제한될 뿐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