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E와 퇴직금을 사전에 정산하기로 합의하고 모두 지급하였는데 위 합의가 무효이므로 E는 피고인에게 이미 수령한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인은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E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였으므로 피고인은 E의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양시 일산동구 B건물, C호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실제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4명을 사용하여 전자상거래업을 경영하는 사업주로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4. 11.부터 2022. 12. 7.까지 경리 업무하며 근로한 E의 퇴직금 차액 6,314,554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E의 퇴직금 차액 6,314,554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과 E는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인은 위 합의에 따라 2018년부터 3년간 매년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며, E의 2020년 근로계약서에 '매 1년에 대해 1개월분의 평균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으로 규정되기도하였다. 위와 같은 퇴직금 선지급 약정은 근로자의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내용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으나(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참조), 피고인은 위 약정에 따른 금액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E가 퇴직할 무렵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인식하였을 것이다.
E는 이 사건 회사에서 경리·회계 업무를 담당하였던 직원으로서 자신의 퇴직금 선지급액이 포함된 '정산내역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하고, 외부 회계사무소에 퇴직금 산정을 요청하였으며 산정된 금액을 자신의 계좌로 직접 입금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E는 피고인과의 약정에 따라 퇴직금을 미리 지급받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E는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기 전까지 피고인과의 선지급 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고, 세무법인 직원에게 '총 퇴직금에서 중간정산금만 제외하면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퇴직금 선지급 약정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선지급된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만을 퇴직금으로써 요구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E와의 약정이 유효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퇴직금 선지급 약정만을 내세워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으나(대법원 2007. 8.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은 E와의 약정에 따라 퇴직금 상당액을 모두 지급하였고 E는 퇴직 무렵 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지 않은 경우라면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과 같은바, 제3의 나항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임태혁(재판장) 김석수 김수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