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30,564,806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 B은 2018. 1. 25.부터, 피고 주식회사 C은 2017. 12. 7.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인정사실
원고는 알루미늄 임가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후라이팬 제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재료(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를 주식회사 D(이하 '회사 D'이라 한다)에게 납품해 왔다.
피고 B은 회사 D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원고의 직원에게 이 사건 물품을 주문하였다. 피고 B은 위와 같이 주문을 하면서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면 회사 D이 월말에 정상적으로 그 물품대금을 결재할 것처럼 말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B의 주문에 따라 2015. 4. 23.부터 2015. 6. 30.까지 총 19회에 걸쳐 회사 D에게 대금 226,373,818원 상당의 이 사건 물품을 납품하였다. 그러나 피고 B과 회사 D은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에 대한 물품대금 226,373,818원 중 130,564,806원(이하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 B은 2018. 6.경 '회사 D이 직원들에 대한 급여, 전기세를 지급하지 못하고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피고 B 자신도 파산선고를 받아 신용불량 상태에 있어 원고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더라도 그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B은 위 2)항과 같이 마치 이 사건 물품에 대한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아 편취하였다'라는 취지의 사기 범행(이하 '이 사건 사기 범행'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피고 B은 이 사건 사기 범행과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위반죄 각 범행에 대하여 2018. 9. 21.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고단194, 1509(병합), 2033(병합)호로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2019. 1. 18.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어(인천지방법원 2018노3446호) 2019. 1. 26.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3, 6, 7, 8, 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래 민사재판에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인바(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2905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기 범행에 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의 내용 등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 B은 편취의 고의로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음으로써 이 사건 사기 범행을 저질렀고,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B은 원고에게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 130,564,80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8. 1.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B은 회사 D의 채무를 면탈하는 등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를 설립, 운영해 왔고, 피고 회사와 회사 D은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바, 피고 회사가 회사 D과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회사 D의 채권자인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도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 회사의 주장 요지
피고 회사는 피고 B이 아니라 E가 운영하는 주식회사로서 회사 D과 인적 구성, 주요 거래처 등이 다르고,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바, 피고 회사가 회사 D 또는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이행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관련 법리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고,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었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다13690 판결 등 참조).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 3, 4, 7, 8, 11, 12, 15, 1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1, 4, 7, 9호증의 각 기재, 김포세무서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회사 D을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회사 D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회사 D을 폐업하고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피고 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을 11호증의 기재는 믿을 수 없으며, 을 3, 5, 6, 8, 9, 10, 12 내지 1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결국 피고 B은 회사제도를 남용하여 피고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다고 할 것인바, 피고 회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회사 D의 채권자인 원고에게 회사 D과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피고 B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130,564,80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7. 12. 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와 회사 D의 설립 및 폐업 시기와 임원, 주주 내역은 아래와 같은바, 피고 회사는 회사 D의 폐업 직후 설립되었고, 공통된 주주 및 임원으로 F와 G, E가 등기·등재되어 있다. 특히 위 주주 및 임원 중 H는 피고 B의 딸이고, E는 피고 B의 사위이며, G는 피고 B과 동일한 주소지에서 4년 이상 동거하면서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사람인바, 피고 B과 특별한 인적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 D : ① 2014. 5. 28 설립등기, 2017. 6. 16. 폐업, ② 설립 당시 대표이사 F, 사내이사 F, I, 감사 J, 그 후 2016. 5. 2. F, I가 사임하고 피고 B이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 G가 사내이사로 각 취임, ③ 주주 I(3,000주), F(3,000주), E(4,000주)
피고 회사 : ① 2017. 7. 12. 설립등기, ② 설립 당시 대표이사 E, 사내이사 E, G, 감사 K, ③ 주주 H(2,000주), F(1,000주), E(2,500주), G(4,500주)
피고 B은 2014. 5. 28. 김포시 L 소재 사업장을 본점으로 한 회사 D을 설립하여 실질적인 대표자로서 회사 D을 운영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위와 동일한 사업장에서 주식회사 M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 또한 주식회사 M의 설립 및 폐업시기와 임원, 주주 내역은 아래와 같은바, 주식회사 M의 주주 또는 임원인 F, J, G는 회사 D 및 피고 회사에 등기·등재된 주주 또는 임원과 동일한 사람들이고, N는 G의 오빠이다.
주식회사 M : ① 2012. 4. 17. 설립등기, 2014. 12. 31. 폐업, ② 설립 당시 대표이사 J, 사내이사 J, N, 감사 G, 그 후 2012. 6. 13. J, G가 사임하고, G가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 J이 감사로 각 취임, ③ 주주 J(4000주), F(4,000주), N(4,000주를 가지고 있다가 F에게 주식양도), G(2,000주)
피고 회사와 회사 D은 모두 주방용품 제조업, 다이캐스팅 주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특히 김포시 L 소재 동일한 공장에서 영업을 해 왔다. 또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소제기 전인 2017. 11.경까지 피고 B 소유의 다이캐스팅 기계를 이용하여 후라이팬을 주조하는 영업을 하였다[피고 회사는 회사 D이나 피고 B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기계를 매입하였다는 증거로 견적서 및 기계리스실행통보(을 17호증의 1, 2)를 제출하였으나, 위 서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제품생산을 위한 기계를 구매한 시기는 이 사건 소제기 후인 2017. 12. 22.이다]. 피고 회사의 주요 매출처인 주식회사 O, 주식회사 P, Q은 회사 D의 거래처였다.
피고 B은 이 사건 사기 범행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에, '피고 B이 파산 선고를 받은 신용불량자라서 주식회사 M의 대표이사로 다른 사람을 내세운 것이다', '피고 회사의 설립 당시 대표는 사위 E, 사내이사는 G로 했다. 당시까지는 G와 사실혼관계에 있었고, E는 피고 회사에서 직원('대리'라고 부름)으로 있으면서 일을 배웠다. 피고 B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를 운영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고 회사는 피고 B이 위와 같이 진술한 것은 'C'이라는 상호의 개인사업체와 피고 회사를 착각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피고 B은 위 진술 과정에서 피고 회사인 'C 법인'과 'C 개인사업자'를 구분하면서 'C 법인의 대표는 사위 E지만, 피고 B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 B이 사실혼관계였던 G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고 많은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G에게 피고 회사의 주식 지분을 주고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재해 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G가 피고 회사의 주주 및 임원이 된 경위까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는바, 피고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회사 D의 사내이사로 등기된 I는 수사기관에서, '주식회사 M, 회사 D에서 근로자로서 근무를 하던 중 실질적인 대표자였던 피고 B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회사 D의 사내이사로 등재하였으나, 그 이후에도 계속 근로자로서 피고 B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실제 회사 D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사업자명의가 계속 바뀐 이유는 세금 문제 때문인 것 같다. 피고 B이 명의를 빌린 사람은 대부분 직원들이었는데, 이후 세금이 수 천만 원씩 부과되었다. 피고 B이 명의상 대표자에게 오는 법원의 우편물조차 수령하지 말라고 말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특히 회사 D의 대표이사로 등기된 F는 수사기관에서, '피고 B이 주식회사 M와 회사 D을 운영하였는데, 주식회사 M의 직원이던 F에게 자신의 신용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잠시 신용회복이 될 때까지 대표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F가 명의상으로만 회사 D의 대표이사가 된 것이다. 회사 D의 주식 중 40%를 F에게, 30%를 I에게, 30%를 E에게 준 것은 서류상으로 준 것이고, F가 회사 D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F는 주식회사 M에 2013. 7. 5.경 입사하여 주식회사 M가 폐업하고 주식회사 D이 설립된 후 2018. 4. 30.까지 계속하여 직원으로 근무하였는데, 2017. 7. 12. 피고 회사가 설립된 이후에도 동일한 공장에서 동일한 물품을 생산하여 대부분 같은 업체에게 납품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 B은 수사기관에서 주식회사 M, 회사 D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하여, '주식회사 M를 설립하여 운영하다가 불량품의 대량 생산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자 폐업을 하였고, 주식회사 M의 사업장이었던 김포시 L 소재 공장에서 회사 D을 설립, 운영하다가 불량품의 대량 생산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자 다시 폐업을 한 다음 피고 회사를 설립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위 진술 내용에 의하면, 피고 B은 동일한 영업장소에서 여러 차례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동종의 영업을 계속하다가 채무가 과다해지면 폐업을 반복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사 D은 ① 2015년경 매입채무와 미지급금 차입금 등이 매출채권과 현금성 자산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상황이었고, ② 이 사건 사기 범행 당시 회사 D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 3,000만 원과 전기세 8,000만 원을 연체하고 있었으며, ③ 2015. 7.경 이후에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 130,564,806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바, 피고 B은 회사 D이 위와 같은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2017. 6. 16. 회사 D을 폐업처리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인혜
각주1) 제1항에서 본 피고 B의 손해배상채무와 피고 회사의 이 사건 잔여 물품대금 지급 채무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부진정연대 채무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70822 판결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