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0. 10. 8. 선고 2019고단1335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11.경부터 2017. 6.경까지 피해자 B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가 C 주식회사(이하 ‘C’)로부터 하수급한 군포시 D에 있는 ‘E’ 본점 사옥 철근콘크리트 공사현장에서 공사에 대한 인력 및 자재조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3. 27.경 피해 회사로부터 공사 관련 인부들의 노임 지급 명목으로 5,999,450원을 피고인의 아들 F 명의 계좌로 입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 5. 8.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총 7회에 걸쳐 피해 회사로부터 공사 관련 인부들의 노임 지급 명목으로 합계 52,921,110원을 입금받아 피해 회사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피고인의 노임을 제외한 합계 46,215,850원을 그 무렵 공사경비, 개인채무변제 등으로 임의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상 보관 중이던 피해 회사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과 피해 회사의 관계

피해 회사 대표자 G은 피고인을 피해 회사에서 고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가 C으로부터 수급한 공사의 인력 및 자재조달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 공사계약은 원청업체인 C의 H 현장소장과 피고인 사이에 공사대금을 총액(8억 원)으로 정하여 체결된 점, 피해 회사는 피고인과 C의 계약 체결 이후 H 소장의 소개로 C과 공사도급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고, 계약 체결 무렵까지 피고인과 접촉하지 않았으며, 피고인도 피해 회사와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H로부터 피해 회사 명의로 공사계약이 체결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H은 법정에서 피해 회사가 면허대여를 하였고, 비용처리만 피해 회사 명의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해 회사에서는 공사현장에 파견된 인원이 아무도 없었고, 피고인이 자재를 공급할 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면 피해 회사는 대금을 지급하고 피해 회사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한 점(G의 일부 법정진술), G도 경찰에서 ‘피해 회사가 수급한 공사대금에서 4% 정도 감하여 공사비용을 마무리 짓도록 (피고인에게) 요청하였다.’, ‘공기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로 공사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C으로부터 공사를 수급한 하수급인이고, 피해 회사는 일정한 법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하여 명의를 대여하고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면허대여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피해 회사가 일부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거나 가설재 임대료 등의 비용을 직접 지급한 이유는 면허대여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일괄하도급(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제29조 제1항)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임금으로 청구하여 지급받은 돈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비록 피해 회사가 면허만 대여한 공사업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경찰 및 경찰 조사에서 ‘노임으로 지급된 돈은 모두 임금으로 지급되어야 하고, 다른 곳에 사용할 재량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이나, H이 경찰 조사에서 ‘노동부 등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하므로, 임금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임금으로 지급된 것은 임금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일부 근로자는 피해 회사로부터 직접 임금을 입금받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노임수령위임장을 작성하여, 피해 회사로부터 근로자나 인력회사에 직접 지급된 임금을 제외한 돈을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고, 이를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도 있다.

2)

그러나 앞서 본 피고인 및 피해 회사의 관계와,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게 임금으로 청구하여 지급받은 돈은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①

피고인은 H을 통하여 C에 기성금을 청구하였고, 청구한 기성금을 공사현장에서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지출하였다[H은 ‘피고인이 기성금을 모두 지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공정에 비하여) 기성금이 과다 지출되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법률에서 도급금액 중 노임에 해당하는 금액은 도급계약에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고(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2호), 건설업에서 직상 수급인(또는 건설사업자가 아닌 수급인의 상위 수급인)은 근로자의 임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근로기준법 제44조의2), 건설현장에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공기 지연이 다수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기성금을 지급하는 경우 임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출내용을 관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H과 피고인의 1)항 진술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지급받은 전체 공사대금의 사용권한은 수급인에게 있어, 수급인은 현장의 필요에 따라 임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 중 일부를 다른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임금 등의 미지급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건설현장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있는 건설업자가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다른 공사항목으로 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사대금을 여전히 도급인 소유의 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C의 현장소장 H은 피고인이 기성금 부족을 호소하자 공사대금으로 1,000만 원을 빌려주었고, 공사과장 I은 피고인에게 공사대금 1,260만 원을 빌려주고 기성금이 나올 때마다 분할하여 변제받았다고 진술하였다.

I은 매일 공사현장에 출근하는 인원을 파악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실제로 작업일보와 맞추어 보지는 않았고, 전체 일수의 30% 정도는 인원 파악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G도 노임수령위임장의 진위를 모두 확인하면 현장에서 일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알면서도 넘어간 사례가 있다고 진술하였다.

H과 I은 피고인이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초과하여 임금 등을 지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H, I, G은 피고인이 임금으로 청구하는 돈이 실제로 모두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④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에게 피해 회사에 청구한 금액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이 제출한 예금계좌 거래내역에서도 임금 지급내역이 확인되는데, 피고인이 지급한 임금이 다른 공사현장에서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이었음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G은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배우자 또는 자녀의 예금계좌 거래내역에서 파악되는 임금 및 비용지출 내역 일부는 다른 공사현장에서 지출되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G은 모든 공사비용은 피해 회사를 통하여 지출되었으므로 피고인이 임금으로 청구한 내역은 전액 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진술하였으나, 실제로 피고인이 현장에서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지급내역(운반비, 회식비, 숙박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이 있고, 그 지급내역이 다른 공사현장에서 지출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피고인이 2016. 11.경부터 2017. 4.경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한 달에 23일 내지 27.5일 출근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그 기간 다른 공사현장을 관리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인이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임금 또는 공사비용을 지출하였다면[위 1)항의 피고인 진술은 이러한 전제에서 진술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피고인이 지급받은 임금 명목의 돈은 사용목적이 엄격하게 특정되어 위탁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조종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