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이라는 상호로 철도부품 중대형 변압기용 라디에이터 등 제작·납품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2021. 7. 2.부터 2024. 6. 24.까지 김포시 D에 있는 피고의 공장에서 일용직 용접공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
원고는 2024. 7. 8.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에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경찰에 원고가 2024. 7. 10.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고, 피고 및 사망한 피고 부친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의 의자를 절취하였다고 고소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24. 9. 9.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원고는 진정을 취하하였고, 피고는 경찰에 원고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2024. 10. 7.부터 2024. 10. 17.까지 재차 피고에게 근무를 제공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청구의 요지
원고는 2021. 7. 2.경부터 2024. 6. 24.경까지 근로를 제공한 뒤 퇴직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32,448,739원[= 1일 평균 임금 362,528원 × 30일 × 근로일수 1,089일 ÷ 365일] 및 이에 대하여 퇴사일로부터 14일 이후인 2024. 7. 8.부터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퇴직금 등 모든 임금채권에 대하여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부제소의 특약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합의 제1, 2항에 의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등 임금 채권에 대하여 청구하지 아니하며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한 사실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퇴직금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으로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장래 발생할 임금이나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반면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져 있으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이상(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4다2780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부제소합의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2024. 6. 24.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퇴직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후 재입사 여부와 관련 없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일단 2024. 6. 24. 유효하게 단절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0다60630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가 체결된 2024. 9. 9. 당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청구권은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원고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원고의 처분에 맡겨져 있었던 이상, 그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와 피고가 서로 쌍방에 대한 진정 및 고소를 각 취하하고, 원고는 퇴직금 청구를, 피고는 손해배상 청구를 각 포기하고 이에 대한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며, 원고는 피고에게 재고용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바,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피고가 원고를 재고용할 의사 없이 원고를 출국시까지 재고용한다는 내용으로 체결한 것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한 법률행위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피고는 2024. 10. 7.경 원고를 다시 고용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는 점, ② 원고가 2024. 10. 17. 이후 피고 공장에서 근로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제시하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부터 원고를 재입사시킬 의사 없이 오로지 진정사건을 취하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재입사 및 출국할 때까지의 고용'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체결된 것인데, 피고의 고의적인 책임 회피로 인하여 2024. 10. 17. 고용관계가 지속되지 못하게 되었는바, 이 사건 합의는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보듯 이 사건 합의 제6항에 '24. 9. 중 원고는 재입사한다. 단 귀국시까지 고용한다'고 기재된 사실, 원고가 2024. 10. 7. 다시 피고 공장에서 근무하였으나 2024. 10. 17. 이후 피고 공장에서 근로하지 아니한 사실은 각 인정되나,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원고가 제출한 피고 공장 근로자의 출력일보(갑 제4호증)는 위 출력일보 당사자가 누구인지, 그의 업무내용과 피고의 업무내용이 동일한지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가 그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도 부여할 수 있는 업무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는 점, ② 원고가 제출한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원고는 마지막 근로제공일인 2024. 10. 17. 오전 피고에게 '할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2024. 11. 13. 이전까지 약 1개월 동안 근무 제공 기회를 요청하지 않았고,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항의한 것 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③ 재입사 이전부터 원고는 피고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로하였고, 고정적인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업무 유무에 따라 근로 제공 여부가 변경된 것으로 보이며, '출국할 때까지 고용'이라는 합의서의 내용이 원고의 근로가 필요없는 때에도 무조건적으로 고용한다거나 일당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제시하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고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였다거나 근로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합의에 반하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결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은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