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3. 7. 4. 선고 2013노463 판결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D, E, F, G, H, I, J, K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고, 이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만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공소기각 부분은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사회복지법인 L(이하 'L'이라 한다) 대표에 불과한 자로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들에게 L이 운영하는 N(이하 '실버타운'이라 한다)에 입주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에게 '입주계약이 종료되면 퇴거일로부터 1개월 후에 입주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기망한 바가 없고(이 부분은 계약내용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은 실버타운의 현황 등을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의 판단 하에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피해자들이 입주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6.부터 2009.까지 L이 순이익을 내고 있었고, 2006.부터 2009. 4.까지의 미반환 보증금은 5,500여만 원에 불과하였으며, L이 보유하는 부동산의 감정가액이 2010. 8. 6.자 기준으로 158억 원 상당에 달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하여 L 기본재산인 부동산의 매각을 시도하였으나 주무관청인 인천광역시의 기본재산처분 불허가 결정에 의하여 보증금 반환이 무산되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이 입주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6. 10.경부터 2009. 1.경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피고인 또는 L은 변제능력 및 변제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편취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편취의 범의 인정여부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산상태,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5. 4. 25. 선고 95도424 판결, 2004. 12. 10. 선고 2004도3515 판결 등 참조).

2)

우선 L의 재산상태와 관련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영하는 L은 피해자들과 입주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을 수령할 당시 위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① 피고인은 1995.경 L의 건축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40억 원 상당의 당좌수표와 어음 등을 발행하였으나 1997년경에 도래한 IMF 경제위기로 인한 저조한 분양실적 때문에 자금경색을 가져왔으며, 이로 인하여 L 명의의 계좌가 압류되어 피고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P 주식회사(변경후 상호 : 주식회사 AE) 명의의 통장으로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송금받은 점, ② 위와 같은 부도로 신용보증기금이 위 채무를 대위변제하고 L에 구상금을 청구하였고, L이 신용보증금액에 상환한금액은 총 6,156,655,333원이고, 피해자들이 입주계약을 체결할 즈음의 상환금액은 2004년도 549,451,807원, 2005년도 470,477,899원, 2006년도 555,075,857원, 2007년도 1,378,848,576원, 2008년도 1,610,729,162원, 2009년도 781,118,637원, 2010년도 787,191,004원(이 중 444,158,466원은 P 주식회사가 대위변제)으로서 매년 상환금액이 수억 원 내지 십여억 원에 달하였던 점(2011형제30667호의 수사기록 제407면 이하), ③ 2006년경 L은 자본금이 20억여 원인 것에 비해 결손금 규모가 60~70억여 원에 이르러 이미 자본잠식율이 100%를 훨씬 초과한 상태이고, 2007년, 2008년에도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초과하여 채무초과상태이었던 점, ④ L의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하여 가압류 31건, 근저당권 25건, 강제경매 3건 등이 설정되어 있었던 점, ⑤ L은 2002년, 2005년, 2007년, 2008년에 각 지방세를 체납하였고, 2005년, 2008년에 L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관할 노동청에 임금체불 사건이 접수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영하는 L은 피해자들과 입주계약을 체결하여 보증금을 수령할 당시 위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었다고 할 것이다.

3)

이와 같은 L의 재산상태에 더하여, 앞서 든 각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은 사회복지법인의 존립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처분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거쳐야 하고 허가를 거치지 않은 기본재산의 처분행위나 기본재산에 대한 낙찰은 그 효력을 가질 수 없는바, 기본재산 전부를 환가한 금액이 부채총액에 상당하거나 이를 초과한다고 하여 그 사회복지법인에 변제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L은 당시 재무제표상 기본재산을 포함한 자산총액이 부채총액에 미치지도 못하였다), ②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2조 제 1항에 따르면,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설치하려는 자는 입소자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입소계약 체결 후 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입소자별로 담보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바, 피고인이 운영하는 L은 부도로 인하여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고, L 부동산에 이미 많은 가압류,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 입소자별로 담보설정 등의 조치를 취할 여력이 없었는바,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를 채무변제 명목으로 사용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신용보증기금이 연체이자 등 28억 원을 감면해주겠다는 제안에 따라 '경영판단'으로서 신용보증기금에 채무를 일시에 상환하였고 이로 인하여 예기치 못한 유동성 위기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보증금 미납사태가 벌어진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편취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변소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채무변제는 피해자들과 입소계약 체결 이전부터 매년 상당한 금원을 분할상환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변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편취범의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나.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인정여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L의 위와 같은 열악한 재산상태와 노인복지법이 정한 보증금 반환을 위한 보증보험이나 담보설정이 불가능함에도 이러한 사정을 고지하지 않고 단순히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계약내용으로 피해자들과 입고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입소계약 체결 전에 실버타운에 방문한 점은 인정되나 이는 시설이나 운영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이와 같은 방문으로 L의 보증금 반환능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다면 입소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므로 그 인과관계도 넉넉히 인정된다.

다.

소결

따라서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한꺼번에 살피건대,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2억 7,500만 원, 미지급임금이 4,200여만 원에 이르는 점, 피고인이 위 편취금액 중 피해자 Q, R에게 각 3,000만 원, 피해자 T에게 6,600만 원을 변제하거나 공탁한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공소가 제기되기 전까지 피해회복 노력을 매우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편취범의를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고려하여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재철(재판장) 권순열 장기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