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피고인들이 작성한 선행기술지원서는 회사 내부문서에 불과하고, 이러한 문서를 이용하여 특허출원을 하거나 피고인들이 작성한 설계도면을 가지고 제3자와 별도의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행위 또한 없었고, 피고인들이 자발적으로 설계도면 이용행위를 중지하였으므로, 이러한 이용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의 예비나 음모에 해당할 뿐이므로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인들이 자진하여 모든 행위를 중단함으로써 피해자 회사가 어떠한 손해를 본 바 없고, 설령 피해자 회사에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과 D 또는 제3자 누구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바 없으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피고인 A :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피고인 B :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은 각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필요가 없으며,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에 의하든 상관 없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하며, 한편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화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도7962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등 참조).
한편 증인 G의 법정진술, G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등 기록에 의하면, G은 피해자 회사의 주주 회사인 F의 설비팀에서 팀장으로 근무하였으나(2012. 10. 23.경 이 사건으로 퇴직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관리인원이 적어 평소 F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피해자 회사의 일을 하여 왔었고, G도 당시 피해자 회사에 파견되어 있었던 사실, G은 2011. 5.경 피해자 회사의 회장 P으로부터 D/E 기술(유리가공기술) 기계의 노즐바가 회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기계의 위치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종전부터 F와 거래하여 오던 D의 피고인 A에게 이를 의뢰한 사실, 피고인 A은 G으로부터 이 사건 기술이 포함된 USB를 교부받을 당시 샌드블라스터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5개 파일만 복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 피고인 B은 2011. 7. 29. 인천 남동구 I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D/E 공정현장에 들어가 설비외관을 상세하게 촬영하였던 사실, 피고인 A은 이와 같이 작성된 설계도면을 가지고 한화 등에 영업행위를 하였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 피고인 A이 G으로부터 샌드블라스터의 업그레이드 의뢰를 받을 당시 G이 피해자 회사에 파견되어 있었던 점, G은 피해자 회사 사장의 지시로 피고인 A에게 샌드블라스터의 업그레이드를 의뢰하였고, 이 사건 기술은 피해자 회사의 것으로서 위 샌드블라스터의 핵심기술이며 이것이 G이 교부한 USB에 포함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샌드블라스터 업그레이드 의뢰가 피해자 회사를 위한 것인지, F를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이 가지 아니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하여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라고 봄이 옳다. ㉯ 그리고 피고인 A이 G으로부터 USB 저장장치에 있는 이 사건 기술을 우연한 기회에 습득하였다고 하더라도 G으로부터 5개 파일만 복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것이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동종 업계에 널리 알려지지 아니한 주요한 자산임을 알 수 있었던 이상(피고인의 업무 내용이나 이 사건 기술을 취득한 후 피고인들이 행위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특허출원을 신청하거나 판매행위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폐기하거나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자신들의 회사인 D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반출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설계도면과 특허출원을 위한 선행기술조사서 등을 작성하여 영업행위까지 한 것만으로도 넉넉히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비록 피고인들이 영업행위를 스스로 중단하여 피해자 회사에 가시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이상 피해자 회사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 배임죄의 기수 인정 여부, 피해자 회사에 대한 손해 발생 여부와 관련한 원심의 위와 같은 각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나아가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 이익의 취득 인정 여부에 대한 항소이유 주장에 대해서도 보건대,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술이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동종 업계에 널리 알려지지 아니한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이상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가 있다 할 것인데, 피고인들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이를 폐기하거나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반출하여 D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한 것 자체로 D으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결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배임죄에 있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이 자진하여 이 사건 기술을 이용한 특허 출원이나 제품 개발, 영업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피해자 회사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는 아니한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직원은 아니어서 이 사건 기술에 대한 비밀준수의무를 적극적으로 고지받거나 비밀준수를 선서한 경우는 아닌 점, 피고인들과 D 사장 J의 관계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 가담 경위 등에 있어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 점, 피고인 A은 2006. 11.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인한 벌금 50만 원의, 피고인 B은 2002. 8. 음주운전으로 인한 벌금 70만 원의 각 형사처벌 전력만 있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기는 하나, 피해자 회사 보유 이 사건 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적어 보이지 아니하고, 특히 개별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기업 간 무한 경쟁 시대에 타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용 자산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산업 범죄의 사회적 폐해를 고려할 때 그 엄단 필요성이 매우 큰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와 합의한 바 없는 점,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새롭게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 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성행, 가담 정도, 환경,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 이사건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적정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옥(재판장) 김희수 권경선
각주1) 'K'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