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 관할의 B초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 한다)에서 2009. 2. 4.부터 2015. 8. 31.까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학교에서 근무하기 전인 1977년부터 2005년까지 약 19년 8개월 간의 교원 경력이 있었고, 2009년 당시 27호봉이었으나 연금수령 대상자는 아니었다.
원고가 2009. 2. 4. 이 사건 학교와 체결한 계약제교원 채용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 중 보수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조(호봉 및 보수지급방법)
을의 호봉은 14호봉이며,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득세와 국민연금 등을 원천징수한다. 이 경우 을의 호봉 획정 및 승급은 공무원 보수규정에 의한다.
을은 본 계약에 규정된 보수 이외에는 일체의 다른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
을의 보수에 관련한 사항은 공무원보수규정 및 공무원수당규정을 적용한다.
제13조(기타 채용조건)
위 계약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은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교육공무원 인사 및 복무 관계규정 등을 준용한다.
원고는 채용계약 및 계약갱신 당시 이 사건 학교 측에 계약서 등 작성에 필요한 도장을 교부하였고, 이 사건 학교의 교감 C은 채용계약서, '원고가 해당기간 동안 기간 제 14호봉에 계약함에 대하여 동의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동의서(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 한다), '원고가 기간제 교사 임용에 14호봉을 받음에 있어 본인의 원에 의하여 임용을 원하므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이를 확인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에 원고의 도장을 날인한 후, 인사발령서와 채용계약서 1부는 원고에게 교부하고, 위 동의서 및 확인서는 이 사건 학교에 보관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14호봉을 기준으로 산정된 급여합계액 100,946,200원을 지급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학교의 대표였던 소외 D을 상대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임금 체불 등을 이유로 하여 진정하였으나, 위 노동청은 '원고와 이 사건 학교가 매년 기간제 교사채용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14호봉에 준한 급여를 주고 받기로 합의하였고, 원고에 이에 대해 이의제기하였던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학교에 근로기준법위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호증, 을 제1 내지 3, 7, 13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주위적 청구원인
인천광역시교육청이 2015. 6. 제정한 유·초·중등·특수학교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이하, '이 사건 운영지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퇴직교육공무원을 기간제로 임용하는 경우 연금지급자(일시금수령자 및 연금수령 미도래자 포함)는 14호봉을 넘지 못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바, 원고는 연금지급 대상자가 아님에도 부당하게 원고의 본래 호봉인 27호봉을 산정받지 못하고 14호봉에 기초한 급여만을 수령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계약서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에 근거하여 원고의 호봉발령일로 소급하여 호봉을 정정한 후 본봉, 기타수당, 퇴직금 등에 관하여 14호봉으로 산정한 금액과 27호봉으로 산정한 금액의 차액인 68,919,313원을 지급받아야 한다.
예비적 청구원인
가사 원고의 호봉이 호봉발령일로 소급하여 정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소속 공무원의 법령 적용상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68,919,313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14호봉을 지급받고 임용되는 것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을 확인한 바 있고, 이는 부제소 합의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을 제2호증의 1 내지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확인서에서 원고가 확인한 내용은 '원고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14호봉으로 산정한 급여만을 받기로 한다'는 특정한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확인서의 진정 성립을 다투고 있고, 위 확인서의 작성 당시 원고가 14호봉이 아닌 본인의 27호봉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확인서의 내용을 곧바로 부제소의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니,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학교의 교감 C이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원고로부터 인장을 교부받은 뒤 이 사건 확인서에 직접 날인한 뒤 이를 원고에게 교부하지 않고 학교에 보관한 사실은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나, 한편, 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C은 이 사건 확인서에 원고의 인장을 날인한 뒤 이를 원고에게 확인시킨 후에 보관하였다고 증언한 점, ② 가사 C을 비롯한 이 사건 학교의 관계자들이 원고에게 위 확인서를 확인시켜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미 '퇴직 교원의 경우 14호봉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내용과 '본 계약에서 규정된 보수 이외에는 일체의 다른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이 사건 확인서 및 동의서는 새로운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 계약서의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취지에 불과한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확인서를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학교로부터 교부받은 기간제교사 발령서의 붙임서류 중에는 계약서 이외에 '서약서'와 '확인서'가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학교에 요구하여 그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던 점, ④ 원고로서는 총 4년 5개월간 이 사건 학교에 근무하면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본인은 연금지급 대상자가 아니므로 14호봉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내 갱신과정에서 이를 호봉산정을 다시 요구하거나 그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계약서는 원고의 의사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이 사건 동의서 및 확인서가 원고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서 제5조 및 위 동의서와 확인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아가 원고는, 가사 이 사건 동의서 및 확인서가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 중 원고의 호봉을 14호봉으로 제한한 제5조, 이 사건 동의서 및 확인서는 원고의 보수청구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므로, 강행법규인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 위배되어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따라야 할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관련 법령은 그 계약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사인과 사법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법한 절차에 따를 것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강행규정이라 할 것이고(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 등 참조),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에서 입찰절차를 거쳐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주체로서 행하는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법령 및 이를 보충하는 조례나 규칙 등에 의하여 계약자유의 원칙(계약체결의 자유, 상대방 선택의 자유, 계약 내용의 자유, 방식 또는 절차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설정되어 있거나 적격심사에 의한 경쟁입찰절차에 있어서 추정가격 및 예정가격의 산정을 위한 기준 등을 두는 경우에는 그 법령 등을 따라야 하고 법령 등이 정한 입찰 또는 계약 상대방에 대한 심사절차를 따르지 않거나 추정가격 및 예정가격의 산정을 위한 기준 등을 따르지 않은 하자가 그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9. 19. 선고 2000마5084 결정 및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 등 참조).
위 각 규정들 및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지방계약법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는 경우 그것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때에는 위 특약이나 조건은 무효라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계약서 제5조, 동의서 및 확인서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인 원고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1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여러 가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채용계약서에는 '보수에 관련한 사항은 공무원보수규정 및 공무원수당규정을 적용한다'는 내용과 '위 계약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은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교육공무원 인사 및 복무 관계규정 등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의 호봉을 14호봉으로 제한한 것은 이 사건 학교의 자의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의 공무원보수규정과 이를 구체화하여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 2008. 12. 제정한 초, 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근거한 점, ③ 14호봉의 제한은 원고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소외 E 등 같은 상황에 있었던 다른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던 점, ④ 각 계약서에서 정해진 계약기간은 모두 1년 미만의 단기로서 원고로서는 각 계약이 종료될 때마다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도 있었던 점, ⑤ 원고가 이 사건 학교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공무원 보수규정은 2010. 1. 7. 개정되었으나, 기간제 교사의 호봉 산정에 관하여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원에 대하여는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된 호봉의 봉급을 지급하되, 고정급으로 한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기간제 교원의 호봉은 14호봉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 ⑥ 2015. 6. 제정된 이 사건 운영지침은 '퇴직교육공무원을 기간제로 임용하는 경우 연금지급자(일시금수령자 및 연금수령 미도래자 포함)는 14호봉을 넘지 못함'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원고가 이 사건 학교와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할 시점에 적용되었던 2008. 12. 제정한 초, 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는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⑥ 원고도 2015. 7.에 이르러서야 연금지급 대상자만 14호봉의 제한을 받는다는 이 사건 운영지침의 내용을 인지하고서 이 사건 학교에 호봉 정정을 요구하였으나 이 사건 학교가 이를 거부하여 계약갱신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결국 이 사건 계약서 제5조, 동의서 및 확인서가 원고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여 그것이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소속 공무원의 법령적용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으나, 피고가 불법행위의 직접 행위자가 아니고 그 소속 공무원의 과실에 기인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인 피고에게 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다.
살피건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 때에는 이 법에 의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어떠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그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행정청이 관계 법령의 해석이 확립되기 전에 어느 한 설을 취하여 업무를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빚었다고 하더라도 처분 당시 그와 같은 처리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4. 06. 11. 선고 2002다31018 판결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갑 제4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여러 가지 사정들 즉, ①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 2008. 12. 제정한 초, 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계약제 교원 운영참고자료)에서는 당시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1에 관하여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원에 대하여는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된 호봉의 봉급을 지급하되, 고정급으로 한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1항 제4호(교육공무원이었던 자의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을 때)의 규정에 의한 기간제 교원의 호봉은 14호봉을 넘지 못한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었고,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2015. 6. 제정한 이 사건 운영지침과 같이 퇴직교육공무원 중 연금지급대상자만을 14호봉 상한 적용대상으로 제한하는 내용은 없었던 점, ② 원고의 채용 당시의 공무원보수규정(2010. 1. 7. 개정되기 전의 것)이나 현재의 공무원보수규정(2010. 1. 7. 개정된 것)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원에 대하여는 제8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된 호봉의 봉급을 지급하되, 고정급으로 한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한 기간제 교원의 호봉은 14호봉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에 관하여 변함없이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 ③ 원고는, 원고의 임용이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1항 제4호가 아니라 같은 법 제32조 제1항 제1호(교원이 제44조 제1항 각호의 1의 사유로 휴직하게 되어 후임자의 보충이 불가피 한때)에 의한 임용이라고 주장하나, 원고는 전직 교육공무원이었고 이 사건 학교는 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원고를 임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이 사건 학교의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서는 위 공무원보수규정과 운영지침에 비추어 원고가 14호봉의 제한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피고 소속 공무원에게 고의나 과실 등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