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6. 5. 19. 선고 2015노3122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피고인이 노동조합원 80여명과 함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P공사는 피고인 등의 사용자와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도급인으로서 피고인 등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수인할 의무가 있고, 피고인 등은 통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1인 시위를 하였을 뿐이며, 설령 1인 시위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등은 P공사의 퇴거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고 피고인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조합원들과 함께 P공사의 퇴거요구에 불응하고 시위를 지속한 것은 퇴거불응죄 및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피고인은 조합원 80여 명과 2014. 9. 3. 08:40경부터 같은 날 09:40경까지 약 1시간 동안 L 여객터미널 3층 1번~14번 출입문 실내 및 각 체크인 카운터와 로밍 카운터 입구, 여객터미널 1, 2층 각 출입문과 A~F번 입국장, 교통센터 내 연결통로 등을 비롯한 약 80여 개 장소 앞에서 '하루 공항 이용객 16만 명의 안전, 300명 비정규직 보안요원이 책임진다!!!', '비정규직 과다, L 제2의 S' 등의 문구가 기재된 피켓을 들고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약 30~40m 간격으로 서 있는 방법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있던 도중 공항시설의 운영과 여객의 공항 이용에 피해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P공사로부터 퇴거요청서를 교부받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노조 조합원 80여 명과 공동으로 퇴거요구에 불응하였다.

2)

업무방해

피고인은 위 노조 조합원 80여 명과 공모하여 제1항과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피해자 P공사의 퇴거요구에 불응한 채 제1항과 같이 피켓을 들고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약 30~40m 간격으로 서 있는 방법으로 다수인의 위세를 보여 공항시설의 운영과 여객의 공항 이용에 피해를 초래하고, 피고인 등은 조합원들에게 퇴거요청서를 교부하려는 P공사 보안 경비팀장 및 소속 직원들의 진로를 가로막고 '무엇이 불법이냐? 퇴거요청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노조 조합원 80여 명과 공모하여 위력으로 P공사의 공항 질서유지와 관리·운영 등에 관한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피고인은, (1) P공사는 도급인으로서 피고인 등의 통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수인할 의무가 있고, (2) 피고인 등은 집단적 쟁의행위가 아닌 1인 시위를 하였을 뿐이며, (3) 설령 1인 시위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등의 행위는 퇴거불응죄 및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바, 이하 피고인의 주장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먼저 P공사에 수인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P공사는 피고인 등이 소속된 경비용역업체들과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한 도급인으로서 피고인 등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나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원칙적으로는 제3자의 지위에 있기는 하나(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79439 판결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P공사는 경비업무에 관하여 경비용역업체들과 3년 단위로 경비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P공사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업체로 고용이 대부분 승계되어 P공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온 점, ② P공사는 용역업체들과 체결한 경비용역도급계약을 통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중 일정 부분에 대해 영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③ P공사가 비록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직접적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근로자들에게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위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의 결과를 향유해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P공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1항의 '쟁의행위와 관계 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 등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하여 업무의 지장이 초래되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권리 내지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다음으로 피고인 등의 행위가 1인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과 조합원 80여명이 사전에 각 조합원이 서 있을 장소를 물색·배정한 후 단체로 제작한 피켓을 나눠들고 동시에 이 사건 시위를 진행한 점, ② 피고인 등은 L의 여객터미널에서 서로 30~40m 간격을 두고 동일한 형태의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 있었는데, 당시 위 여객터미널을 통행하는 일반인들로서도 동일한 목적을 가진 복수의 시위 참가자의 존재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P공사의 직원들이 일부 시위 참가자에게 퇴거요청서를 교부하자 이에 대응하여 다른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항의를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과 조합원들은 사회통념상 동일한 공간에서 동시에 시위를 진행한다는 점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80여명의 조합원들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다수인의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형식상의 1인 시위를 하였다고 보이고 진정한 의미의 1인 시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그렇다면 피고인 등의 행위가 P공사의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발생 장소인 L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 공항의 이용객인 내·외국인들의 안전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장소이고, 항공법에 의해 공항시설의 무단점유, 호객행위, 소란행위 등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항공법 제106조의2), 위 공항을 관리하는 P공사는 공항시설의 보안과 안전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 점(P공사법 제16조) 등에 비추어 위 공사의 직원이나 일반 공중이 임의로 공항 내에서 집회를 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는 개방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인을 비롯한 80여명의 조합원들은 30~40m 정도 간격을 두고 마스크를 쓴 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방법으로 집단적 시위를 단행하였는데, 비록 구호를 제창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의 별도 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건장한 성인 남성 80여명이 마스크를 쓴 상태로 '제2의 S'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줄지어 서 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L의 이용객들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퇴거요청서를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위 공사 직원과 조합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감으로써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 등이 집단적 시위를 단행한 목적은 그들이 소속된 경비용역업체와의 단체협약 중 일부 항목(유급 특별휴가, 경조사 등)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엄밀하게는 P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도 '이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노조간부 1~2명이 여객터미널에서 1인 시위를 하였는데 경비용역업체에서는 여전히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강력하게 의사를 밝히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1인 시위를 하기로 계획하였다. P공사에서 신경을 써 줄 것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본 건 시위를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18, 323, 325쪽).

④

피고인과 조합원들은 이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2014. 7.경에는 옥외집회 신고를 하고 조합원들 약 200~300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하였고, 한 달 전부터는 실질적 의미의 1인 시위를 계속하여 왔으나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경비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P공사를 압박할 의도로 이 사건 집단적 시위를 개최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약 80여명의 조합원들이 여객터미널 내에서 집단적 시위를 단행하자 P공사는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을 위 시위 현장에 투입하였고, 이에 따라 위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지 못한 채 여객터미널 내의 시위 현장에서 퇴거요청서를 나눠주거나 불상의 사태에 대비함으로써 P공사의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보인다.

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P공사는 피고인 등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나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원칙적으로는 제3자의 지위에 있고, 여기에 이 사건 발생 장소가 불특정 다수 내·외국인의 출입이 빈번한 L이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등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P공사가 부담하는 수인의무의 한계를 엄격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등의 행위는 P공사의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그렇다면 피고인이 조합원 80여명과 함께 집단적 시위를 단행한 것은 P공사의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이 P공사의 시위 중단 및 퇴거요구에 불응한 채 계속해서 시위를 지속한 것은 퇴거불응죄 및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이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조합원 80여명과 함께 L에서 집단적 시위를 하여 P공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며 이에 대한 법리만을 다투고 있는 점, 시위의 방법에 있어 물리력이 행사되지는 않은 점, 피고인에게 동종전과가 없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과 조합원들이 사용자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제3자인 P공사를 압박할 의도로 다수의내·외국인이 통행하는 공항의 여객터미널에서 1인 시위의 형식을 빌려 집단적 시위를 단행함으로써 위 공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퇴거요구에 불응한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은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천(재판장) 오창훈 김샛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