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인천지방법원
제 2 1 민 사 부
결 정
사건 2015카합142 전직금지가처분 채권자 A 주식회사 채무자 1. B 2. C 3. D
주 문
1. 채권자의 채무자들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 청 취 지
채무자 B, C는 2017. 1. 8.까지, 채무자 D은 2017. 2. 27.까지 각 E 주식회사 기타 채권자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에 취업하여 근무하거나 그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채무자들이 위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각 위반행위 1일당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권자 회사는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단일 칩 시스템 개발 및 반도체 설계 용역서비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주로 F 주식회사(이하 'F'라고 한다) 등으로부터 반도체 설계 용역을 수주하여 그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나. 채무자 C는 2010. 9. 1., 채무자 B, D은 2010. 11. 1. 각 채권자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채무자 C, B은 2015. 1. 9. 각 퇴사하였고, 채무자 D 2015. 2. 28. 퇴사하였는데, 채무자들은 채권자 회사에 재직할 당시, 채권자 회사와 F와의 '반도체 설계용역 서비스계약'에 따라 F 기흥사업장에 파견되어 F의 반도체 설계업무 중 마지막 단계인 '자동배치 및 배선'작업[Automatic P&R(placement and Route)]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다.
라. 채무자들은 2013. 2.경 "4. 본인이 재직 중에 직무와 관련하여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발명, 발견, 개발, 설계, 고안한 기술과 정보 기타 이에 준하는 산출물에 관한 소유, 사용 처분 등의 일체의 권리는 회사에 있음을 인정하며, 재직 중 또는 퇴직 이후라도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이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영업비밀보호서약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2015. 1.경 내지 같은 해 2.경 퇴사하면서 채권자 회사에 대하여, "1. 회사에 재직한 기간 중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취득한 기술정보(발명, 특허, 개발, 생산 등 제반 기술) 및 경영정보 (재무, 관리, 기획, 영업, 인사 등 제반 정보) 등 모든 영업비밀은 전적으로 회사의 소유이며, 회사가 사용하거나 처분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4. 퇴직 후 2년간 회사의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창업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퇴직 정보보호 서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이하 위 영업비밀보호서약서, 퇴직 정보 보호 서약서에 기한 약정을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라 한다).
마. 채무자들은 채권자 회사를 퇴직한 직후 경쟁업체인 주식회사 E(이하 'E'라고만한다)에 입사하여 채권자 회사에서 담당하던 업무와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 채권자 회사의 주장
채무자들이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F가 제공하는 반도체 설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F에서 발주한 과제를 수행해 본 경험이 없는 일반 엔지니어들은 결코 접해볼 수 없는 정보를 접했고, 위 정보를 이용하여 반도체 칩설계를 하였다는 경력 및 그 설계 과정에서 채무자들이 축적한 노하우가 채권자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
채무자들이 채권자 회사에 재직 당시 '퇴사 후 2년간 채권자 회사와 동종 또는 유사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위하여 채무자의 영업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하였으므로, 채무자는 채권자 회사에 대하여 채권자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동종 또는 유사제품을 생산하는 E 등 동종업체에 취업하여서는 아니 되는 전직금지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자 회사를 퇴사한 후 E에 취업하여 채권자 회사에서 하던 것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고, E가 채무자들의 경력을 이용하여 F로부터 반도체 설계용역을 수주하고 채권자가 위 용역을 수주할 수 없게 되는 등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결정을 구한다.
3. 판단
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과 같이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 회사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나. 기록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채무자들은 F 기흥사업장에서 F 반도체 설계담당자 등의 지시를 받아 용역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서 그 용역수행의 결과는 채권자 회사와 채무자 사이의 용역계약에 따라 모두 F에 귀속되는 것이지 채권자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점, ② 채권자 회사와 유사하게 F로부터 반도체 디자인 설계 용역을 수주하여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가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채무자들이 채권자 회사에 근무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가 채권자 회사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채무자들이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F 기흥사업장에서 용역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는 경력이 F로부터 반도체 설계용역을 수주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위 경력은 채무자들의 것이지 채권자 회사의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채무자들이 이 사건 경업금지 약정의 체결로 인해 특별한 대가를 수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퇴직 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업이 금지되어 있는 점, ⑤ 채무자들의 채권자로부터 지급받은 연봉이 2,800만 원 정도 내지 3,600만 원 정도이고 퇴직 전 직급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채무자들이 하는 업무는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그 학력과 경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채무자들에게 일신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인격적 성질의 것인 점, ⑦ 채권자 회사가 2014. 7. 16. 채무자들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경영실적이 악화되어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을 축소하고 조직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이러한 사정이 채무자들의 퇴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약정은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그 효력이 의문시된다.
또한 기록상 현재 채무자들의 전직으로 인하여 채권자 회사에게 실제적으로 급박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관한 사정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아니하는바, 그렇다면 채권자 회사가 주장하는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만족적 가처분에서 요구하는 정도로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 회사의 채무자들에 대한 신청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5. 8. 11.
판사 황기선(재판장) 윤명화 박용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