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 판결은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피고인이 2014. 5.경 임금체계를 정액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하면서 E을 포함한 근로자들과 협의 하에 동의를 받았으며 이러한 새로운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퇴직금에 대하여는 E이 퇴직할 무렵 지급기한 유예키로 합의했었다는 것이다.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C에 있는 D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0명을 사용하여 제조업을 행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2. 4.부터 2015. 2. 23.까지 근로한 E의 임금 차액 2,636,362원, 연차미사용수당 746,4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 2. 4.부터 2015. 2. 23.까지 근로한 E의 퇴직금 2,116,4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 법원은, 그 판결서 2쪽 '증거의 요지'란에 거시한 증거들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였으며, 부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덧붙였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2014. 5.경 임금체계를 위와 같이 전환하면서 E과 개별적으로 이에 대해 합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근로계약서, E이 서명한 확인서 등을 찾아볼 수 없음), ② E은 이 법정에 출석하여 당시 일방적인 통보를 받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은 당초 약정과 달라 이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일을 계속 하면서도 경리 등을 통하여 이의를 표시하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③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당수의 근로자들과는 합의하였고(이 부분 역시 명확한 증거는 없음)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종전보다 급여가 인상된 효과를 보았다고는 하더라도, E은 당시 야간근로를 하고 있어 위 전환에 따른 이해관계가 위 근로자들과 같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E과의 합의로 보기도 어려운 점, ④ 퇴직 무렵 지급기일에 대한 부분 역시 피고인과 E 사이에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E과의 합의 없이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항소법원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미지급 임금의 액수
고소인 E은 피고인이 추진한 시급제로의 변경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쟁점은 E의 동의 여부에 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E이 시급제로의 변경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E이 요구하는 기존 정액제로 계산한 데 따른 임금 차액은, 피고인이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을 개연성이 있다.
E은 2014. 2. 4.부터 피고인의 사업체에서 피고인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였다. 쌍방은 위 근로계약 당시에, 월급제로서 기본급 월 130만 원에 토요일 격주 근무라는 등의 조건에 합의하였다. 이때 피고인이 E에게 서면에 써 가면서 설명하였는데, 여기에는 일당으로 치면 43,333원(=1,300,000÷30)이라는 것 등의 상세한 근로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가 피고인이 모든 직원들 14인을 대상으로, 2014. 3. 전체회의를 열고 또한 2014. 4. 개별 면담을 실시하였다. 피고인은 "월급제를 시급제로 전환하면서 주 5일 근무제로 하고 특근수당을 지급한다."는 등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급여액의 변동을 설명하는 표가 기재된 '월급체계'라는 제목의 서면을 나누어주었다. 과반수의 직원들은, 그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 이에 반대하지 아니하고 동의하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H와 마찬가지로 당시 야간근로였던 E은 위 전체회의 참가 및 피고인과의 개별 면담 후, 그 후 퇴사 무렵까지 근로 및 이의 유보 없는 급여수령을 계속하였다.
위 사업체의 근로자들 중 시급제로의 변경에 동의하지 아니하고 2014. 5. 퇴사한 사람도 있었으나 E은 2015. 2. 23.까지 근로한 후 퇴사하였다.
퇴직금 지급기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다.
"E이 퇴사하던 날, 피고인은 E에게 2015. 3. 31.까지 돈을 주겠다고 말했고, 같은 취지로 그 자리에 있던 경리 G에게 지시하였으며, E은 이의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피고인의 진술이다. 관련 민사사건의 증인 G 녹취서가 같은 내용으로서 이를 뒷받침한다. 원심 공판조서 중 증인 E 진술기재 역시 어느 정도 부합한다. 그렇다면 E이 그런 말을 듣고도 즉시 이의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지급기한이 유예되었거나 적어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유예되었다고 받아들이고 말았을 수 있었다.
E은 위와 같은 일이 있은 지 불과 며칠 만인 2015. 2. 26. 노무사에게 진정서 접수를 위임하였고, 노무사는 2015. 3. 17.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하였다.
피고인이 퇴직금에 한해서는 액수 및 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전격적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바람에 지급이 미뤄진 측면이 있다. "피고인이 노무사에게 '퇴직금에 한해서는 당장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이 있다. 퇴직금의 액수가 피고인 운영 사업체 규모, 당시 채무 규모에 비추어 크지 않은 금액인 점도 고려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이유는 타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제2항 기재와 같다. 제4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서 무죄를 선고한다.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홍창우(재판장) 오현석 정유미
각주1) 인천지방법원 2017. 7. 6. 선고 2017나445 청구이의 판결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