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7. 6. 16. 선고 2016노502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D, E, H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 B를 각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A, B가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 B에 대하여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C, D, E, H 및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 B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의 점은 각 무죄.

무죄부분에 관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F, G의 각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B, F, G에 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신고옥외집회개최)의 점

위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없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A, B, C, D, E, H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의 점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해당하므로, 퇴거불응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피고인 A, B, F, G에 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신고옥외집회 개최)의 점에 대하여

1)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참조).

2)

위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피고인들이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피고인들이 속한 보건의료노조 K지역본부(본부장 AA)는 2015. 6. 29. AB경찰서에 옥외집회 신고를 하면서 2015. 7. 9., 같은 달 15., 같은 달 16. R병원 앞 사거리에서 집회 개최 예정임을 신고하였고, 피고인 A는 2015. 7. 7. AB경찰서에 옥외집회 신고를 하면서 2015. 7. 9. 부터 8. 6. 까지 집회 개최 예정임을 신고하였는바,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당일인 2015. 7. 6. 과 같은 달 8.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할만한 긴급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긴급성 요건 불충족).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정당행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 A, B, C, D, E, H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의 점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 B, C, D, E, H은 공모하여 2015. 8. 7. 12:00경 T에 있는 R병원 내 식당에서, 피고인 A는 '노동인권탄압 중단하고 가톨릭정신 구현하라!'고 기재된 피켓을, 피고인 C는 'R병원은 노조지부장에 대한 집단괴롭힘 중단하고 노동인권 보장하라!'라고 기재된 피켓을, 피고인 E은 'R병원 노조탄압 10년째 기본권을 보장하라'라고 기재된 피켓을, 피고인 H은 'R병원은 근무 중인 여성 직원에게 집단 괴롭힘을 자행한 가해자를 처벌하고, 공개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라고 기재된 피켓을 각 들고 서 있고, 그 옆에서 피고인 B는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유인물과 요구르트를 나눠주고, 피고인 D은 그 옆에서 이를 촬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던 중, R병원을 관리하는 행정실장 U과 위 식당을 관리하는 R병원 영양사 팀장 V 등으로부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식당 밖으로 나가달라'는 취지의 퇴거요구를 받게 되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같은 날 12:30경 R병원 관계자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위 R병원 식당 밖으로 나가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위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퇴거불응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노동조합의 활동은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조에 의하여 형법상의 위법성이 부인되는바,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사업장 내의 조합 활동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도1000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1)

R병원의 근로자 11명은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라 한다)에 가입되어 있고, R병원장은 보건의료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단체협약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R병원 측은 "조합활동과 관련된 각종 유인물 및 인쇄물의 게시와 배포를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2)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은 2015. 2.경 R병원 직원식당에서 캠페인 활동을 한 적이 있었고, 그때는 R병원 측과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3)

피고인 A, B, C, D, E, H들은 모두 보건의료노조의 간부들로서 그중 피고인 B, C, E, H은 R병원 지부장인 S과 함께 2015. 8. 7. 12:00경 R병원 내 직원식당 퇴식구 앞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들에게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캠페인과 'R병원은 노조지부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중단하라. '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유인물과 요구르트를 나누어주었다.

(4)

피고인 B, C, E, H이 유인물을 나누어주기 시작하고 약 10~15분이 경과될 때까지, 직원들은 별다른 불편 없이 식사를 하였고, 위 피고인들과 직원들과 사이에 마찰이 없었다. 그런데 영양사 팀장 V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게 식당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R병원 직원들 다수가 위 피고인들을 둘러싸고 나갈 것을 요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다툼이 생겼다.

(5)

R병원 직원들이 피고인 B, C, E, H을 둘러싸고 언성이 높아지면서 유인물 배포가 어려워지자, 피고인 B가 병원 밖에서 집회 중이던 피고인 A와 D을 불렀고, 피고인 A와 D은 피켓을 들고 위 직원식당으로 들어온 후에야 위 피고인들 중 일부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6)

한편, R병원 지부장 S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8467호로 R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AF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2017. 1. 13. 선고된 위 사건 판결에 따르면, 위 법원은 R병원 직원들이 2013. 11.경 및 2015. 4.경 S을 집단 방문한 행위, 위 병원의 인사노무부장 W가 2015. 7. 9. 실외배너를 설치하여 S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위 병원 병원장이자 운영자인 AC가 2015. 11. 사외보 'AD'에 게시물을 게재함으로써 S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각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사용자인 학교법인 AF이 S에게 손해배상금 9,941,988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

위 법리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의 퇴거불응행위는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정당하다고 판단되므로, 퇴거불응죄에 있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

(1)

산업별 노조에 있어서는 그 노조의 구성원인 근로자들이 직접 산업별 노노에 가입하므로 그 산업별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이 사용자가 다른 기업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그 산업별 노조가 단위노조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모든 근로자를 대표하여 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들, 즉 사용자 단체와 직접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그 밖에 노동조합의 운영 조직에 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된다.<1>, 따라서 산업별 노조인 보건노조를 대표하는 간부들은 가입 사업장인 R병원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을 대표하여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R병원 측의 지부장 S에 대한 R병원 측의 집단 괴롭힘은 실제로 발생하였고, 위 피고인들이 이를 규탄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의 행위로 볼 수 있다.

(3)

위 피고인들이 유인물을 배포한 장소는 직원식당 퇴식구 앞으로서 R병원 직원들이 나갈 것을 요구하면서 다수가 모여들기 전까지는 유인물 배포로 인해 직원들이 식사를 방해받았다거나 출입에 불편을 겪었다고 보이지 않고,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위 직원식당은 일반인을 마주치지 않고 R병원의 전 직원을 상대로 홍보할 수 있는 장소로서, R병원의 영업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직원식당 출구는 곧바로 비상구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서 위 피고인들이 직원식당 밖에서 홍보활동을 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위 피고인들의 활동 시간도 점심식사 시간으로 R병원의 운영에 큰 방해가 된 바 없다.

(4)

R병원 측은 다수 직원들로 위 피고인들을 에워싸고 압박하면서 사측의 허락이 없으니 직원식당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였을 뿐, 단체협약에 따라 위 피고인들이 유인물 배포를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장소를 제시하거나 활동을 보장해주려는 시도를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의 식사가 방해된 것은 위 피고인들의 유인물 배포행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R병원 측이 위 피고인들의 유인물 배포를 막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또한, R병원 측이 유인물 배포를 막은 이유도 식당의 운영이나 업무에 직접 방해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내용이 R병원 측에 불리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5)

위 피고인들의 그러한 유인물 배포가 그 행위의 동기나 시기, 태양 등 측면에서 사회통념상 R병원의 영업이나 업무를 방해하였다거나 지장을 초래하여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규율이나 제약을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6)

결국 위 피고인들이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유인물 배포를 하는 가운데, R병원 측에서 한 퇴거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병원에서 다수의 직원들을 동원하여 위 피고인들을 에워싸고 부당하게 퇴거를 요구하였고, 그 와중에 위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고성이 오가고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R병원 측의 부당행위에 맞선 행위로서 여전히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은 유지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위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F, G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C, D, E, H의 각 항소는 이유 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B의 항소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의 점에 관하여 이유 있으므로, 무죄로 인정되는 위 공소사실과 나머지 원심 판시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 A, B에 대하여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B, C, D, E, H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