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7. 10. 선고 2017가단204246 판결

주문

1.

피고 주식회사 B은 원고에게 11,308,365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6. 19.부터 2018. 7. 1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케이엔이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각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B 사이에 생긴 부분의 70%는 원고가, 나머지 30%는 피고 주식회사 B이 각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케이엔이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케이엔이 주식회사(이하 '피고 케이엔이'라 한다)는 폐기물처리설비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이라 한다)은 축로공사업 및 내화물 도소매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피고 케이엔이는 2014. 4. 25.경 피고 B에게 C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하였다(최종납기일 2014. 6. 30.).

나.

원고는 2014. 6. 17. 피고 B에 입사하였는데, 당시의 근로계약 내용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축로 내화물시공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고, 원고의 급여는 1일당 200,000원, 근로기간은 2014. 6. 17.부터 2014. 7. 15.까지이다.

다.

원고는 2014. 6. 19. 16:3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소각로 연통의 내부에 내화 석고보드를 부착하는 작업을 마쳤는데, 피고 B의 관리부 차장이자 현장소장이던 D은 원고에게 석고보드가 비에 젖지 않도록 연통 위에 비닐덮개를 씌우자고 하면서 이동식 사다리 두 개를 가지고 왔다.

라.

원고가 건네받은 사다리는 원래 가운데를 접어 세워서 사용하는 A자 모양의 것이었으나 연통의 높이가 그보다 높았기에, 원고는 위 사다리를 일자로 펴서 힌지 부분을 고정시키고 연통에 60º 정도의 각도로 기대어 놓은 후 2m가량을 올라갔다.

마.

그런데 그때 힌지 부분이 파손되면서 사다리가 뒤로 젖혀져, 원고는 사다리의 발판 사이에 왼쪽 다리가 끼인 채 바닥으로 추락하였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바.

이 사건 사고로 원고는 비골골절을 동반한 경골하단 개방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어 2015. 7. 12.까지 요양기간을 거친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로 11,073,090원, 휴업급여로 39,726,430원, 장해급여로 23,151,77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및 을가 제5호증의 2, 을나 제2, 3호증의 각 기재, 갑 제8, 9, 12호증의 각 영상, 증인 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B의 책임

(1)

책임의 근거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작업을 하던 소각로 연통은 사람 키를 넘는 높이여서, 그 상부에서 작업을 하거나 덮개를 씌워서 보존을 하려면 사다리 등 기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 B은 연통 위에 다다를 수 있는 H자형 높은 사다리, 또는 A자형이라면 적어도 일자로 폈을 때에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사다리를 제공하고, 필요시 사다리 하단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다른 작업자를 배치하며, 보호장구를 제공함과 함께 작업 및 장비사용시의 유의사항에 관한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의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 B은 원고에게 견고하지 않은 A자형 사다리만을 제공한 채 마무리작업에 임하도록 하였는바, 위 피고가 원고의 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책임의 제한

다만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다른 축로공사 등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A자형 사다리를 일자로 펴서 사용하는 것이 통상의 용법에 반하여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보호장구 및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사다리를 요구하거나 동료 근로자로 하여금 사다리 아래를 잡아달라고 부탁한 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사다리에 올라감으로써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확대에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기로 한다.

나.

피고 케이엔이의 책임

(1)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다.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 또는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을가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케이엔이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피고 B의 직원들에게서 형식적으로나마 안전서약서<1>와 안전교육이수증을 제출받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피고 케이엔이가 이 사건 공사를 포함한 소각장 설비공사 전체의 책임자 지위에서 당해 공사와 관련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를 취하였던 것에 불과하고, 피고 케이엔이가 피고 B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의 채용에 관여하였다거나 D 등을 통하여 피고 B의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지시권, 작업배치·관리권을 행사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2>.

(2)

한편 원고는, 피고 케이엔이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책임도 묻고 있다. 그러나 위법 제29조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도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관한 규정인데 이 사건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피고 케이엔이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수입

(1)

기초사항

F생 남자, 사고 당시 41세 2개월 남짓, 가동종료일 2033. 3. 28.

(2)

노동능력상실율

○

2014. 6. 19.부터 2014. 8. 31.<3>까지 : 100%(입원기간)

2014. 9. 1.부터 2033. 3. 28.까지 : 10%(맥브라이드표 관절강직 편 족관절 부분 II-1-b-5항, 영구장해)<4>

(3)

소득

원고는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원고의 소득을 월 4,400,000원(= 1일당 200,000원 X 22일)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바,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인 2014. 7. 15.까지는 위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의 최종납기일 이후로서 위 근로계약기간 만료 다음날인 2014. 7. 16.부터는 원고의 실제소득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5>, 한편 갑 제19호증의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특수한 자격을 갖추지 아니한 채 내화 석고보드 부착을 위한 앙카용접 보조작업 등을 한 사실, 사고 후 2016. 6.경에는 제이에프씨 주식회사에 '조력공'으로 채용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근로계약이 만료된 뒤인 2014. 7. 19.<6> 이후로는 건설업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의 '조력공<7>'의 통계소득을 기초로 일실수익을 산정하도록 한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35623 판결 등 참조).

(4)

계산

(5)

책임제한 및 공제

○

요양기간 중의 일실수입 6,062,243원(= 8,660,348원 × 피고 B의 책임비율 70%)에서 휴업급여 39,726,430원을 공제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

요양기간 종료 후의 일실수입 26,841,945원(= 38,345,636원 × 피고 B의 책임비율 70%)에서 장해급여 23,151,770원을 공제하면 3,690,175원(= 26,841,945원-23,151,770원)이 된다.

나.

개호비

원고는 3회의 수술을 시행받으면서 다음과 같이 총 11일간 근친의 개호를 받았다고 인정되는바, 이 기간의 개호비 합계액에 피고 B의 책임비율을 곱하면 670,615원(= 958,022원 × 70%)이 된다.

다.

향후치료비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다음날인 2018. 5. 2. 성형외과수술비로 76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보아 현가계산하고 피고 B의 책임비율을 곱하면 447,575원(= 762,000원 × 0. 8391 × 70%)이 된다.

라.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결과, 원고의 나이와 장해 정도, 그 밖에 이 사건 기록과 변론 전체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참작하여 6,500,000원으로 정한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 B은 원고에게 11,308,365원(= 일실수입 3,690,175원 + 개호비 670,615원 + 향후치료비 447,575원 + 위자료 6,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발생일인 2014. 6. 19.부터 위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18. 7.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결국 원고의 피고 케이엔이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세영

각주1) 위 안전서약서에는 "재해 발생시에는 민·형사상의 책임이 본인(원고)과 소속회사(피고 B)에 있으므로 귀사(피고 케이엔이)에는 어떠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 케이엔이는 위 안전서약서가 부제소합의에 해당한다는 본안 전 항변도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안전서약서는 원고가 2014. 6. 17. 피고 B에 채용됨과 동시에 피고 케이엔이 앞으로 제출한 것인바, 피고들과의 관계 및 산업안전책임의 소재에 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기도 전에 한 부제소합의가 반드시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로서 유효한지 의문이 있다. 따라서 위 안전서약서를 원인으로 한 피고 케이엔이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주2) 오히려, 증인 E은 피고 케이엔이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각주3) 원고의 요양기간 중 입원치료를 받은 기간은 총 60일인바(갑 제3호증),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60일간 연속하여 입원한 것으로 본다. 다만, 2014. 6. 19.부터 60일이 되는 날은 '2014. 8. 17.'이나, 현가계산의 편의상 '2014. 8. 31.'로 본다.

각주4)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부속 구로병원장(감정의 G)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각주5) 원고는 갑 제13, 14, 23, 24호증을 제출하면서, 2016. 1. 19.경부터 2017. 12. 29.경까지 여러 내화물시공업체들에 재직하며 총 87,407,701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자료일 뿐만 아니라 상당부분은 이 사건 소제기 이후의 금융거래내역이고, 과연 그 입금자가 모두 원고의 사용자였는지도 명백하지 않아, 사고 당시의 수입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

각주6) [ 이 법원은 원고에게 '사고 이전의 소득'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도록 거듭 촉구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B과 200,000원의 일당을 약정한 자료 및 "한 달 평균 20일정도 일한다"는 동료 직원 E의 증언만을 강조하였을 뿐이다. ]

각주7) 또한 원고는, 건설업임금실태조사보고서의 '제철축로공'의 통계소득에 비추어 보더라도 월 4,400,000원의 소득을 적용하는 것이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소각로에 내화 석고보드를 부착하는 업무를 하였던 반면, 제철축로공은 '제철용 각종로(1,000°C~1,400°C)'의 내화물시공 및 보수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원고의 경우보다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직종이라고 보이므로, 위 통계소득을 참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주8) '2014. 7. 16.'이나, 호프만수치 적용의 타당성을 위하여 '2014. 7. 19.'로 본다.

각주9) 숙련공을 도와서 그의 지시를 받아 작업에 협력하는 사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