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5. 29. 선고 2017가단225601 판결

주문

1.

피고 C, 피고 주식회사 D는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각 148,807,595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2. 28.부터 2018. 5. 2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C, 피고 주식회사 D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주식회사 E에 대한 청구를 각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C, 피고 주식회사 D 사이에 생긴 부분의 20%는 원고들이, 나머지 80%는 위 피고들이 각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주식회사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주식회사 E는 주식회사 F을, 주식회사 F은 주식회사 G를 각각 흡수합병한 회사로(합병 전후를 불문하고 이하 '피고 E'라 한다), 금형제품, 자동차 및 전자 부품 등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이다.

나.

피고 E는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D'라 한다)에게 그 소유의 서산시 H 소재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을 임대하여 제공함과 동시에 자동차 부품 제작을 도급하였고, 피고 D는 피고 C가 운영하는 I에 위 작업의 일부를 하도급하였다. 피고 C는 피고 D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다.

중국 길림성 출신 조선족인 J(1991년생 남성)은 2014. 6. 2.경 I에 입사하여 '주간 40시간 근로(08:00부터 17:00까지)'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곧장 이 사건 공장에서의 힐몰딩, 바이사이드몰딩, 락카몰딩 등 자동차 몰딩류 조립작업에 투입되었다.

라.

그런데 J은 2015. 2. 27. 05:00경 이 사건 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다가 정수기 앞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하였다(이하 J을 '망인'이라 한다).

마.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위 공단은 사망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들은 위 처분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망인이 과도한 야간근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하였음을 인정하여 원고들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1679호, 서울고등법원 2016누33867호).

바.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17. 4. 9.경 원고들에게 유족일시금으로 87,618,020원, 장의비로 9,812,34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9, 14, 15, 16호증 및 을가 제2호증, 을나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C, D의 책임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망인이 I의 직원으로서 피고 C의 피용자인 사실임은 앞서 본 것과 같고,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C는 I의 대표자 지위에서 망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계약서 전문에는 그가 경영하는 피고 D를 고용주로 기재한 사실<1>, I의 근로자들은 피고 D가 임차하여 독자적으로 가동하는 이 사건 공장에 출근하여 위 피고의 관리 하에 작업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 C, D는 모두 망인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2)

나아가 그 보호의무의 위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들은 "망인이 원래부터 간질을 앓고 있었음에도 입사 당시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여 야간근무에서 배제하지 않았을 뿐이고, 사망의 원인이 과로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들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망인이 생전에 간질을 앓고 있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갑 제9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의 부검 결과 "해부학적으로는 규명하기 어려운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중추신경계 기능이상(간질발작) 등의 원인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의 판정이 내려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망인의 과로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 여부가 명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갑 제4, 6,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에게는 과도한 야간근무로 인한 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한 건강악화는 적어도 사망을 촉발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망인은 주간근로를 조건으로 입사하였으나 2014. 7.경부터 주·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하였고, 사망 약 1개월 전인 2015. 2. 2.부터는 야간근무로 전환되어 20:00부터 다음날 07:30까지 근무하였다. 그 시기 4주간 망인의 총 야간근로시간은 173시간이다.

(나)

망인은 2015. 1. 5.부터 2015. 2. 13.까지 40일 중 이틀만 쉰 채 매일 8시간 이상씩 근무하였다. 그 후 2015. 2. 14.부터 사망 직전인 2015. 2. 26.까지 13일간은 주말과 설연휴로 총 6일의 휴무일이 있었지만, 휴무 직후 다시 1일 10시간 이상의 야간근무에 투입되었다.

(다)

망인의 근로시간을 전체적으로 평균내어 보면 사망 전 4주간은 56시간 44분, 12주간은 63시간에 이른다.

(라)

망인의 업무는 일부 공정에서 기계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손으로 직접 부품을 결합 및 조립하는 것으로서, 일어선 채 해야만 하는 작업이었다.

(마)

망인은 야간근무 도중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하였는데, 위와 같은 고단한 업무 이외에는 망인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친 직접적인 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한편 과로로 인한 피로누적은 간질 증상을 급속하게 발현시킬 수 있다.

(바)

야간근로가 주간근로보다 신체에 훨씬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 비추어, 망인의 위 근로강도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과중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피고 C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시 "발주업체(자동차 제조사)가 가동하면 하청업체도 종속적으로 가동해야 하므로 토·일요일에도 근무를 하게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물량증가에 따른 근로자들의 초과근무를 일상화하였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비교적 어린 나이의 외국인근로자인 망인으로서는 본인의 희망과 무관하게 야간작업에 배치되어 무리한 업무량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다분한바, 피고들이 망인의 병력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망인을 야간근무조에 배치하여 일 10시간 이상 일하게 한 데 과실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C, D는 망인의 사망에 따른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다만, 앞서 본 것처럼 망인의 사망은 오로지 피로누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망인의 기왕병력에서 유래하였다고 보이므로, 형평의 원칙상 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하기로 한다.

나.

피고 E의 책임

(1)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다.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 또는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피고 E가 다른 피고들 또는 망인의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E가 피고 D와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그 소유의 공장을 피고 D에게 사업장으로 제공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E가 피고 D에게 부자재를 유상사급으로 공급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도급계약에 부수하여 생산환경과 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권리·의무 범위를 약정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 E가 다른 피고들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의 채용에 관여하였다거나 그 직원에 대한 업무지시권, 작업배치·관리권을 행사하고 근로자들의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피고 E가 피고 C, D의 사용자로서 망인의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는 없다.

(2)

한편 원고들은, 피고 E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3, 24조의 안전·보건조치 및 제29조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책임도 묻고 있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E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해태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법 제29조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도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관한 규정인데 이 사건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소득

(1)

기초사항

K생 남자, 사고 당시 23세 8개월 남짓, 가동종료일 2051. 6. 1.

(2)

소득

도시일용노임 적용을 적용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들은 망인이 2016. 1. 22.자로 체류기간 만료가 예정되어 있어 그 후에는 본국인 중국으로 되돌아가거나 강제퇴거를 당할 가능성이 컸으므로, 위 시점 이후에는 대한민국에서의 도시일용노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7, 18, 1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은 재외동포(F-4)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중이었는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6조 제1항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나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령의 위반사항이 없는 한 계속적으로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한 점<2>, 망인과 그의 부모인 원고들이 대한민국으로 이주하여 상당 기간 경제활동을 하면서 정착 노력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은 체류기간을 연장하여 계속 대한민국에서 거주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6. 1. 22.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기로 한다.

(3)

계산

(4)

책임제한 및 공제

위 금액에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적용하고 원고들이 이미 지급받은 유족일시금을 공제하면 217,615,191원{= (381,541,514원 × 피고 C, D의 책임비율 80%) - 유족일시금 87,618,020원}이 된다.

나.

장례비

원고들은 망인의 장례비로 9,438,200원을 지출하였다면서 그 중 일부인 5,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들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에서 9,812,340원의 장의비를 지급받았으므로(갑 제16호증 및 을가 제2호증의 1),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위자료

망인이 사망하게 된 경위 및 피고들의 책임 내용, 망인의 지위와 나이, 망인의 체질과 기왕병력,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망인의 사망에 대한 피고들의 대응 및 분쟁에 따라 원고들이 입었을 고통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 전체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60,000,000원으로, 원고들의 위자료를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마.

상속관계

망인의 일실소득과 위자료 합계 277,615,191원(= 217,615,191원 + 60,000,000원)을 원고들이 반액인 138,807,595원(= 277,615,191원 × 1/2)씩 상속한다.

바.

소결론

결국 피고 C, D는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각 148,807,595원(= 상속받은 손해액 138,807,595원 + 고유의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15. 2. 28.부터 위 피고들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18. 5.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C,D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며,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세영

각주1) I은 피고 D로부터 일부 작업을 하청받았다고 하나, 이들 사이에 별도의 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각주2) 피고들은, "출입국관리법령 및 고시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단순노무행위에 종사할 수 없는데 망인은 이를 위반하였으므로, 체류기간 연장이 불허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2015. 2. 1.부터 시행되는 '재외동포(F-4) 자격의 취업활동 제한범위 고시(법무부고시 제2015-29호)'에서는 취업제한 대상인 '단순노무행위'의 범위에서 '제조 관련 단순종사원(93009)' 항목을 삭제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