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인천의 도시철도, 자동차 등 교통 관련 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영위하는 법인, 원고 A는 2014. 12. 29. 임기 3년인 피고의 상임이사로 취임하여 C직을 담당한 사람, 원고 B는 2014. 2. 3. 임기 3년인 피고의 상임이사로 취임하여 D직을 담당한 사람이다.
원고들의 해임 경위
2016. 8. 7. 도시철도 2호선 운영차량기지 내 검사고에서 점검을 마친 도시철도 2호선 차량(13편성)을 유치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행하던 중 기관사와 관제사의 선로전환기 조작시점 조율에 대한 소통부족으로 차량의 일부가 탈선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했다.
원고들은 위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이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모의훈련이었던 것처럼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E팀장을 비롯한 관련 담당자들에게 위 사고를 모의훈련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훈련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명하고, 2016. 8. 8.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이 사건 사고는 실제가 아닌 훈련상황이다'라는 취지로 허위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한편, 원고들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허위 훈련결과보고서는 안전방재단, 국토교통부 철도안전감독관, 인천시의원, 국회의원 등에게 제출되었다.
그 후 2016. 10. 6.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 동영상이 공개되어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하자, 원고들은 같은 날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이 사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면 시민의 불안이 가중될 것 같아 모의훈련으로 가장했다'는 취지로 해명 및 사과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에 인천시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후 2016. 10. 11. 피고에게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 은폐, 보고 조치 미이행, 허위공문서 작성지시·배포, 허위 기자 회견 실시 등의 잘못을 저질렀고,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도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견을 진술하였으므로, 원고들을 각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처분요구서를 송부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6. 10. 초경 원고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아두었다가 인천시로부터 위 처분요구서를 받은 이후인 2016. 10. 12. 피고의 전체 부서에 '지방공기업법 제58조 및 임원의 복무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에 따라 원고들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송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
원고들의 형사처벌
원고들은 위 일련의 행위와 관련하여 2017. 7. 20. 인천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죄로 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고(2017고약9200호), 이에 원고 B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중이다(인천지방법원 2017노3935호).
관련 규정
이 사건과 관련한 지방공기업법 및 피고의 임원의 복무 등에 관한 규정의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2, 제9호증, 제18호증의 1, 2, 제19,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원고들은 상임이사라는 직책에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해임사유의 통지나 소명기회 제공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당한 해임사유도 없이 원고들을 해임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임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만약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고용관계가 아닌 위임관계에 있다면, 이 사건 해임은 정당한 이유 없는 위임계약의 해지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해임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이 사건 해임을 알린 것만으로는 피고의 해임 의사표시가 원고들에게 도달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최소한 이 사건 해임일부터 이 사건 답변서가 원고들에게 도달한 시기까지의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 피고의 상임이사로서 위임계약을 체결한 수임인에 해당하고, 피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원고들의 행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원고들과 위임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 2016. 10. 12.자 통지를 통해 부득이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이 사건 해임은 적법·유효하다.
판단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지방공기업법 제75조는 공사에 관하여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대하여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피고의 상임이사로 재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와 위임관계에 있는 수임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해임의 적법 여부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2항에는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다3913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지방자치 발전과 주민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고 원고들은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피고의 임원인바, 이 사건 사고는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에 해당하므로 원고들로서는 규정에 따른 보고, 원인파악, 재발방지대책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이 사건 사고를 모의훈련으로 조작하고 허위 내용의 기자회견을 감행하는 등의 위법한 행위를 하였고, 이는 공기업 임원에게 요구되는 각종 의무를 위반한 행위임이 명백한 점, ② 원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피고는 원고들과의 신뢰관계뿐만 아니라 대외적 신뢰관계와 명예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더 이상 원고들과의 위임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들도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이 사건 해임 이전에 먼저 사직서를 제출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원고들의 행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위임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 이 사건 해임을 통해 부득이 원고들과의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이고, 위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등 원고들이 주장하는 제반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이 정당한 이유 없는 위임계약의 해지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해임의 절차 및 의사표시 도달의 하자 여부
위 인정사실 및 증거, 을 제20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조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등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는 인천시의 해임 요구를 받아들여 2016. 10. 12.자로 전체 부서에 문서를 송부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을 해임하였고, 원고들이 이 사건 해임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점에 비추어 조만간 위와 같은 문책이 내려지리라는 것을 예상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실제 원고 B는 이 사건 해임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6. 10. 26. 피고를 통해 인천시에 재심의 신청을 하면서 2016. 10. 12.자로 이 사건 해임을 통보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의 절차 및 의사표시 도달 과정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의 위임관계는 2016. 10. 12. 적법하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해임 무효 확인과 보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변성환(재판장) 김샛별 남요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