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가 M 주식회사(이하 'M'이라 한다)에 대하여 갖는 채권자로서의 지위 또는 권리를 양도한 것일 뿐 B가 M에 대하여 갖는 확정채권을 양도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 회사가 2014. 11. 3. M에 권리양도를 주장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므로 적법한 권리양도가 이루어졌고, 피해자 회사는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여 공사대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2014. 7. 29. 피해자에게 B가 M에 대하여 갖는 채권 중 일부(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를 양도한 것인지 아니면 채권자로서의 지위 또는 권리를 양도한 것인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원심의 판단을 대조하여 보면, 피고인이 B가 이 사건 채권을 피해자 회사에 양도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피고인은 B와 M이 계약한 전체 공사내용 중 피해자 회사가 공사를 한 부분에 관하여, B가 M에 대하여 갖는 공사대금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피해자 회사에 양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무자와 채권자가 체결한 계약 중 일부에 관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동의 내지 승낙 없이 제3자에게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은 우리 민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설령 제3자가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계약 중 일부에 관하여 채무자와 정산절차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이는 제3자가 채권자를 대리하는 것일 뿐 채무자의 동의 없이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양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을 B와 M 사이의 계약 중 피해자 회사가 공사한 부분에 관한 정산 권한을 피해자 회사에 위임하였을 뿐 공사대금 채권 자체를 양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으로 선해한다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단순히 M과의 공사대금 정산절차를 대리할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 M으로부터 대금을 수령하여 피해자 회사 스스로 변제에 충당할 권한까지 부여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이는 채권양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채권양도로서의 유효성과 배임죄의 성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채권은 최종 정산을 예정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2014. 7. 29. 당시에 이 사건 채권이 확정채권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래의 미확정채권이라 하더라도 기본적 채권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어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임이 상당 정도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를 양도할 수 있고, 채무의 이행기까지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채권의 양도는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대법원 1997. 7. 25. 선고 95다21624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채권은 특정 공사에 관한 대금 채권으로 최종정산을 거쳐 확정할 예정에 있었으므로, 2014. 7. 29. 유효하게 양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채권양도인인 피고인은 채권양수인인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채무자인 M에 대하여 채권양도통지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나아가 양도채권이 추후에 정산이 예정된 채권이라 하더라도, 채권양도인이 위 양도채권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이미 청구를 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그 범위가 상당 정도 구체적으로 예측 가능한 경우라면, 채권양도인이 그 범위를 초과하여 양도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고 후순위 채권양수인에 관하여만 양도통지를 한 결과 결과적으로 선순위 채권양수인이 양도채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면 채권양도인의 고의로 인하여 재산상 실해의 위험이 발생한 것이므로, 채권양도인으로서는 선순위 채권양수인에 대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2015. 1. 14.경 이 사건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 중 88,000,000원 상당을 I 주식회사(이하 'I'라 한다)에 양도하고 이에 관하여 M에 양도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4. 3. 5. 주식회사 N(이하 'N'라 한다)에 B가 M에 대하여 갖는 공사대금 채권 중 325,000,000원을 양도하고 M에 양도통지를 하였으며, M은 N에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14. 7. 23. M에 추가공사대금을 포함한 공사잔금(선급금 및 정산금 제외)으로 536,953,267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인이 청구하는 금원 중에는 광케이블 포설공사 및 이설 요청에 의한 공사비 및 HBA 자재 물량 증가분 6,000,000원이 포함되어 있고, 공제 대상이 된 선급금 및 정산금 중에 M이 N에 채권양도한 325,000,000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은 위 공문을 발송한 때로부터 채 일주일이 경과하지 않은 2014. 7. 29.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공사대금 및 물품납품대금 180,000,000원, 광케이블 증설 물량 대금 81,740,439원, 이설 3개소 공사대금 9,010,320원(총 합계 270,750,759원)에 관하여 B가 M에 대하여 갖는 준공대금에 관한 권리와 책임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권리양도증을 작성하였다. 피고인이 그 후로 M에 추가공사금액을 청구한 자료는 없다.
2014. 7. 29. 당시 피고인이 채권양도한 금액의 합계는 595,750,759원으로, 피고인이 2014. 7. 23. M에 청구한 공사잔금 536,953,267원을 초과하고 있는 상태였다. 위 공사잔금은 피고인 스스로 확정하여 청구한 금액이므로, 최종 정산을 예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종 금액이 위 금액을 크게 초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 14. 재차 I에 위 채권 중 88,000,000원을 양도하였는바, 이는 채권의 이중양도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M의 요청에 따랐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B의 관리이사였던 G 또한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M에 피해자 회사와 관련한 양도통지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였고, M이 B에 지급할 돈이 모자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피고인이 2015. 1. 14. I에 채권을 양도한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위 금액 상당의 채권을 양수할 수 없게 되는 재산상 실해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이 때 배임죄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I에 채권을 양도할 당시 실제로 남아있는 채권액이 88,000,000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M이 일부 B의 채무를 대위변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즉시 B의 M에 대한 채권 중 일부가 자동으로 소멸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B가 M에 대하여 가지는 공사대금 채권액을 확정함에 있어 피해자 회사 또는 M의 귀책사유가 있어 최종적으로 금액이 감소하였다거나, 피해자 회사가 이후에 M에 대하여 더 이상 양수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양형에 있어 참작사유가 될 수 있음은 차치하고, 피고인에 대한 배임죄의 성부에는 영향이 없다.
피해자 회사와 관련하여 적법한 양도통지가 있었는지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채권양도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할 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통지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2014. 11. 3. M에 대하여 권리양도증을 첨부한 공문을 보냈다 하더라도 적법한 채권양도의 통지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유리한 정상] 피고인이 동종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다. 피고인과 피고인의 동생이 피해자 회사에 일부 금원을 지급하였고 다른 공사를 수주해 주기도 하는 등 일부 피해 회복을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확정된 원심 판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함께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한다.
[불리한 정상] 이 사건 범행은 그 경위, 수단, 피해의 규모 등에 비추어 죄질이 중하다. 피해자 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로서 원칙적으로 피해자 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자는 B임이 분명함에도 피고인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피해자 회사의 운영자 H은 피해가 극심함을 호소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정상과 피고인의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전과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 중 증거목록 순번 11, 23, 29, 43, 기재 각 고소이유보충서에 대하여 증거로 함에 부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H의 대리인이 작성한 위 각 고소이유보충서는 전문증거에 해당하므로 공판기일에서 위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심 제8회 공판기일에서 위 각 고소이유보충서를 증거로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하였다. 그리고 증거목록 순번 32, 44, 46 각 수사보고에 기재된 통화내용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소정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진술자의 자필 또는 서명날인이 없는바,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하는데 부동의한 이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원심은 위 각 수사보고 중 통화내용 부분을 증거로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으나 위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않는다. 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문 제3면 13행의 '각 검찰 수사보고'를 '각 검찰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32, 44,46 각 제외)'로 경정한다].
판사 양은상(재판장) 장재익 권주연
각주1) 원심 범죄사실에는 'C'이라 기재되어 있으나 오기임이 분명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