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선박이 입·출항하여 컨테이너를 하역 또는 선적할 때 화물 코드를 확인하고 전산입력하는 업무를 하던 직원이다.
원고는 2016. 2. 13. 17:35경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하던 중인 18:30경 동료 근로자와 무전으로 통화를 하다가 우측 상지의 통증과 근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같은 날 D병원에서 뇌경색으로 진단을, 2016. 2. 25. E재활센터에서 상세불명의 뇌경색증, 강직성 편마비 진단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재해').
원고는 이 사건 재해와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에서 휴업급여 15,743,100원, 장해급여 11,901,93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갑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과 갑 제1, 7,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신체감정촉탁결과와 G협회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재해 직전 한 주(2016. 2. 6.~2016. 2. 12.) 동안 원고의 총 근로시간이 64시간이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이것만으로 원고가 만성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원고는 2인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야간조일 때와 주간조일 때 근로시간 편차가 커서 야간 근무조일 때 한 주 총 근로시간은 55~64시간이었던 반면, 주간 근무조일 때는 40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조사한 업무시간 조사표(갑 제9호증)에 의하면, 발병 2주 전, 4주 전, 6주 전, 8주 전, 10주 전, 12주 전 한 주 근로시간은 각 각 42시간, 36시간, 29시간, 29시간, 33시간, 22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40시간 이하의 주간 근무와 60시간 남짓의 야간 근무가 번갈아 있었음을 감안할 때 발병 전 1주간 혹은 그 이전의 연장근로가 뇌경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갑 제1호증에 의하면, 발병 전 1주간 근로시간 64시간은 발병 전 4주간 평균 근로시간(50시간 45분), 발병 전 12주간 평균 근로시간(46시간 25분)보다 30% 이상 증가된 시간임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 재해 무렵에 급격한 업무량 증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발병 전 12주간 근로시간을 12로 나누어 한 주 평균 근로시간을 산출하면 46시간 25분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12주간 주별 근로시간을 보면 야간조일 때와 주간조일 때 근로시간 차이가 현저하고, 야간조일 때의 한 주 근로시간은 63시간(11주 전), 55시간(9주 전), 60시간(7주 전), 61시간(5주 전), 61시간(3주 전)으로서 주간조 근로시간 대비 50% 이상의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야간조 근로시간과 주간조 근로시간 차이를 감안하면 야간조였던 발병 전 1주 동안 급격한 업무량 증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64시간이 과거 12주 동안의 야간조 근로시간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나, 평소 야간조 근로시간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갑 제7호증에서 확인되는 선적량을 보아도, 발병 전 1주 동안의 선적량이 과거 12주 선적량에 비해서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12주 선적량 평균이나 발병 2주 전, 3주 전보다 적은 양이었음이 확인된다.
뇌경색은 뇌혈관의 폐색으로 인한 질환인데, 주요한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고는 하루 두 갑의 흡연을 하고 고혈압 증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원고 스스로도 이미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상당히 갖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진료기록감정 결과('환자의 경우 과로가 뇌경색 발병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뇌경색 위험인자에 더하여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됨')는 원고의 업무가 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거친 결과가 아니라 과로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가 갖고 있던 뇌경색 위험 인자와의 기여도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갑 제5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주, 야간 교대근무는 심장질환과 뇌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음을 알 수 있고, 특히 2인으로 1일 24시간을 가동시키는 교대제는 만성적인 연장근로를 수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용자로서는 교대 근무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실시하는 교대근무제가 동종 업계에서의 '언더맨' 근무시간 및 형태와 다르지 않고, 고용노동부에서도 아직까지는 2조 2교대제를 당장 금지할 수는 없음을 전제로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점(갑 제8호증)을 감안하면, 교대근무의 위험성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재해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이처럼 피고의 과실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살펴보지 않아도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