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공단에 2007. 2. 1.경 4급 과장으로 입사한 후 2009. 12. 23.경부터 경영관리본부 경영기획팀 3급 차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피고는 2013. 7. 22.부터 2014. 6. 19.까지 A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있었다.
피고의 형사사건 경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피고는 2014. 3. 17. 및 2014. 3. 20. C공단 산하 공촌사업소장 D에게, 기존 원고 노동조합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E’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원고의 회계서류 열람 후 형사고발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보고하고, D로부터 ‘대외협력비, 업무추진비, 수용비 집행의 부당성이 발견되면 전 직원들에게 알리고 사법적 대응 등을 할 것과 현재의 인원으로 즉시 구체적 활동을 시작하라’는 취지의 구체적인 조언을 듣는 등의 방법으로 사용자인 D과 공모하여 A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였다는 사실로 2018. 2. 12. 인천지방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고(인천지방법원 2017고정317), 항소하였으나 2018. 11. 7.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8노577).
명예훼손,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피고는 ‘2014. 3. 23. F 등 7명에게 ’G(원고 조합 위원장)이 조합장 선거 시 조합원들에게 혜택을 약속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G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여 G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과 2014. 4. 16. F 등 7명에게 “ 1. 복지카드사 변경 시 받은 리베이트(276만 원) 사실 확인”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여 G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6노454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A 노동조합 운영과 회계에 관한 사항들은 C공단의 공적 관심 사안으로서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피고가 이메일을 보낸 상대방은 G의 노동조합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E의 핵심 구성원이고, 주된 내용은 E의 활동, 조직, 운영에 관한 내용이며, G에 대한 부분은 의견 내지 추측에 불과하고 단정적 표현이 아니다.
피고는 2015. 6. 29. C공단 내부 전산망의 자유토론방에 원고 조합 위원장 G이 마치 피고에게 살해 협박을 한 것처럼 글과 사진을 게시하여 G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사실로 2018. 6. 1.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6노454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피고는 2015. 8. 1. C공단 내부 전산망에 ‘G이 원고가 인천광역시 감사관과 친분이 있어 G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계획적으로 감사하게 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 살생부를 만들어 협박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는 사실로 2017. 11. 30.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7고정167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피고는 2016. 10. 3. 및 2016. 10. 6. C공단 내부 전산망에 ‘G이 맞춤형 직원 복지카드사를 바꾸면서 리베이트로 229만 원을 받은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여 2017. 11. 30.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17고정1057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2014. 9. 24. 원고와는 별개의 새로운 노동조합인 ‘H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는 D과 공모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으므로 D과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한 원고 조합 위원장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를 지속적으로 하여 원고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소속 조합원의 이탈을 유도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는 조합원 수가 크게 줄어들어 교섭대표 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하여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고 신설된 ‘H 노동조합’의 협력 없이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 이러한 손해를 액수로 산정하면 1억 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 조합 위원장 G이 D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2014. 11.경 또는 C공단 게시판에 E의 활동 내용, E 활동으로 원고 조합이 와해되고 직원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 E와 관련된 간부들을 고소하였다는 내용, E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게시한 때인 2014. 12. 23. 또는 D과 피고의 공모관계를 설시한 판결문을 발급받은 날인 2016. 5. 20. 또는 늦어도 D에 대한 판결문에 근거하여 피고를 고소한 2016. 7. 12.에는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피고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인과관계도 없다.
판단
소멸시효 완성 여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 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갑 제1호증, 을 제1, 1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대표자 G이 D과 피고의 공모관계가 설시된 판결문을 확인한 2016. 5. 20.에는 피고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D은 위 기초사실 나. 1)항과 같이 ‘피고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피고가 A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E 활동을 하는 데 동조하고 조언함으로써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로 2016. 5. 19. 인천지방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인천지방법원 2015고단8107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그 판결문에는 ‘D이 피고와 공모하여 노동조합활동에 개입하였다고 인정되고, 사용자 지위를 갖지 않는 피고를 노동조합법위반죄의 단독정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어도 그가 사용자 지위를 갖는 자의 부당노동행위에 가공하였다고 보는 경우에는 공동정범으로는 충분히 처벌할 수 있음에도, 수사기관에서는 불상의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하거나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설시되어 있다.
원고 대표자 G은 2016. 5. 20. 위 판결문을 발급받아보았다.
G은 2016. 7. 12. 피고를 위 기초사실 나. 1)항 기재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D에 대한 판결문 중 피고를 D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시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판결문을 확인하고 나서야 피고를 공동정범으로 고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소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기재하였다.
한편, 갑 제9, 10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들을 종합하면, 원고 조합원이 급감하고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하는 결과가 2015. 1.경 발생하였고, 원고 대표자도 그 시점에 그러한 결과를 인식하였다고 인정된다.
G은 2014. 12. 23. A 노동조합 게시판에 E 활동을 폭로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게시하였는데, ‘...이렇게 짜여진 각본에 노조는 와해되고, 많은 직원들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습니다. 현 노조에서도 수없이 많은 글을 올리고 사업소 방문을 하며 해명을 하는데 이미 거짓을 사실로 알고 계시고 노조를 탈퇴하신 조합원님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 현재까지도 A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은 분열로 치닫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에 대한 형사판결을 다룬 2018. 8. 29.자 언론보도에서 G은 “E의 지속적 음해로 조합원이 이탈하면서 4개월만에 2노조로 전락했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도 무력화됐다.”고 주장하였다.
원고의 노조원 수는 2015년 121명(가입율 33.8%), 2016년 117명(가입율 30.4%), 2017년과 2018년 모두 125명(가입율 28.9%)이었다. 즉, 노조원 수와 가입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현상이 2015년 처음 발생한 이래로 2018년까지도 계속 유지되었다.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늦어도 피고와 D의 공모관계를 확인한 2016. 5. 20.에는 피고의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을 알았다고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4. 3.부터 2016. 10. 6.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피고의 부당노동행위와 명예훼손행위로 원고 조합이 와해되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마지막 명예훼손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산점으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2020. 7. 3.자 준비서면). 이 주장은 2014. 3.부터 2016. 10. 6.까지 있었던 부당노동행위와 명예훼손행위를 하나의 가해행위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피고의 행위들을 하나의 행위로 보아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부당노동행위로 원고 조합원이 감소하여 교섭대표 지위 상실)는 2015. 1. 말경에 이미 발생하였다(이에 따라 원고도 2015. 2.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
그 후의 추가 가해행위(명예훼손)들은 상황을 악화시켰다거나 회복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었을 수는 있으나, 이미 발생한 손해의 원인이 된 행위(부당노동행위)와 반드시 하나의 가해행위로 묶여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피고가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부당노동행위를 할 당시 기초사실 나. 2) 나)~라)항 기재 명예훼손 행위를 반드시 예정하고 있었다거나 피고의 부당노동행위가 위 명예훼손 행위들로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D과 함께 계획한 ‘E’의 활동은 원고 조합의 기존 회계서류를 검토한 후 원고 조합의 비리를 밝혀 형사고발 내지 임원 탄핵에 이르는 것이었는데, 2015. 6. 29.자 및 2015. 8. 1.자 명예훼손은 위 계획에는 없거나 ‘E’ 활동 계획 당시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2016. 10. 3.자 및 2016. 10. 6.자 명예훼손은 D이 2014. 3. 20. 피고에게 제시한, ‘대외협력비, 업무추진비, 수용비 집행의 부당성이 발견되면 전 직원들에게 알린다’는 계획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복지카드 관련 리베이트 문제는 2014. 4. 16. 이미 피고가 인식하고 있던 현안이었는데[기초사실 나. 2) 가)] 약 2년 6개월 지나 뚜렷한 계기 없이(인천지방법원 2017고정1057 판결문에 따르면, 그 시점에서 리베이트가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었다) 새삼스레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D과의 계획 실행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원고로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 수가 급감하여 교섭대표 지위를 잃어버렸음을 알았을 때에 충분히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있었던 가해행위들이 모두 끝난 시점에 비로소 조합 와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자체로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부당하게 연장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마지막 명예훼손행위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016. 10. 3., 2016. 10. 6.자 명예훼손행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16. 10. 3. 및 2016. 10. 6.자 명예훼손행위(기초사실 나. 라)항)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I사로부터 받은 유치수당을 직원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봉사활동에 사용한 것이 문제된 것이었는데도 위 게시글에서는 G이 카드사로부터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므로 허위사실로 G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은 분명하나, 이러한 행위가 그 시점에 원고 조합에 어떠한 손해를 발생시켰는지에 대하여 증명이 없다.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 명예훼손 행위들을 손해배상청구권의 원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