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H과 함께 2016. 6. 1.경부터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I를 운영하였고 대표이사는 피고인인데, 위 회사 설립 당시 자금은 피고인이 마련하였다. H과 피고인은 대규모 실버타운 신축사업 허가를 위한 동업사업의 일환으로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인수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인 역시 이 사건 병원의 사업 성공 및 정상적인 병원 인수를 통해 실버타운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그 이익을 향유하게 된다.
① 이 사건 병원의 이사 K은 원심 법정에서 'AT 대표가 자신의 급여를 결정했고, 이사장인 피고인의 서명 날인을 받았다. 피고인이 급여를 결정했든 안했든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다 인지하고, 도장을 날인해서 근로계약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하였고, ② 이 사건 병원에서 운영본부장으로 근무한 L은 인천지방법원 2019고합58호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병원의 회계팀장인 AU가 주로 피고인과 H과 이야기하였다'고 증언하였으며, ③ H은 검찰에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먼저 재정상태를 알아보고자 며느리 AV의 친동생인 AU를 이 사건 병원 회계팀장으로 채용하고, 병원 운영을 위해 L을 운영본부장으로 채용하였다. AV와 AU가 병원자금 차용 및 집행에 대해 H에게 보고를 하였고, AU는 피고인에게 세세한 것은 안했지만 병원 자금 흐름 및 운영에 대해서는 보고를 하였다. 세무체납, 간병인급여연체 등에 대해 보고를 했고, 피고인의 결재가 필요한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보고를 하였다. 병원에서 대출받은 돈에 대해서 또는 법인카드에 대해서 피고인이 이사장으로서 연대보증을 서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동업관계 및 이 사건 병원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G의료재단의 이사로 등기가 경료된 피고인은 단순히 명의만 대여해 준 것이 아니라 H과 공모하여 병원 운영에 관여한 '사용자'이므로 피고인의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를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는 당심에서 적용법조에 '형법 제30조'를 추가하고, 공소사실을 아래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이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펴보되, 변경된 공소사실을 전제로 판단하기로 한다.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변경된 공소사실
[2018고단7453]
피고인과 H은 2016. 6. 1.경부터 피고인은 설립 자금을 부담하고 공사를 담당하고, H은 직원 및 회계관리를 담당하며 주식회사 I를 함께 운영하여 온 동업관계이다. 피고인과 H은 용인시 기흥구 인근에 대규모 실버타운을 건설하여 임대분양을 하려고 계획하던 중 100세대 이상의 실버타운 건설시 의료재단이나 사회복지재단이 있어야 사업허가 신청이 가능함을 알게된 후, 실버타운 신축사업 허가를 위하여 의료법인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H은 당시 인천 남구 B에 있는 C병원의 기존 미납 급여 8,000만 원을 투자하여 병원을 인수하고, 피고인 A는 위 병원의 대표이사로 등기한 후 상시근로자 45명을 사용하여 H과 함께 요양병원을 경영하여 왔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H과 공모하여 위 사업장에서 2015. 10. 1.부터 2018. 3. 30.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2018. 2월 임금 5,743,630원을 비롯하여, 별지1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28명의 임금 및 휴업수당 합계 161,762,892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H과 공모하여 2016. 9. 22.부터 위 사업장에서 의사로 근로하고 있는 E의 2018. 2월 임금 24,416,666원과 2018. 3월 임금 24,416,666원을 임금 정기지급일인 2018. 3. 10.과 2018. 4. 10.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H과 공모하여 위 사업장에서 2015. 10. 1.부터 2018. 3. 10.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D의 퇴직금 10,382,030원을 비롯하여,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18명의 퇴직금 합계 107,906,592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018고단8274]
피고인은 인천 남구 B에 있는 C병원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45명을 사용하여 요양병원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H과 공모하여 위 사업장에서 2011. 3. 1.부터 2018. 2. 28.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F의 2018년 2월 임금 2,562,320원을 비롯하여 별지2 범죄일람표와 같이 13인의 임금 및 연차수당 합계 68,316,173원을 당사자 간 지급 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H과 공모하여 위 사업장에서 2011. 3. 1.부터 2018. 2. 28.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F의 퇴직금 17,845,898원을 비롯하여 별지2 범죄일람표와 같이 퇴직근로자 9인의 퇴직금 합계 95,098,688원을 당사자 간 지급 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주체인 '사용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H과 함께 주식회사 I(이하 'I'라고 한다)를 운영하였는데, 공사와 관련된 것은 피고인이, 개발사업은 H이 각 권한을 행사해서 개발사업과 관련된 공사는 피고인이 맡는 방법으로 함께 사업을 하였고, 한편 H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실버타운을 설립해 운영하기 위해 의료법인 G의료재단을 인수하여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게 된 점, ② 피고인이 2017. 8. 31. 이 사건 병원의 이사로 등기를 마쳤으나 H은 이사로 등기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H과 공모하여 이 사건 병원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거나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 · 감독을 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이 사건 병원의 '사용자'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병원의 관리이사 K은 '나를 이 사건 병원에 이사로 스카우트하고, 임금 액수를 결정한 사람이 H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명목상 대표라고 들었다. 피고인이 AT 대표와 친구 관계로 해서 일단 이 사건 병원의 양도양수 과정상에서 피고인이 먼저 이사장을 하고, 그 다음 해에 이사장 직위를 변경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증언하였다.
이 사건 병원의 운영본부장 L은 '병원 운영에 관한 모든 결정은 H이 하였고, 피고인은 속된 말로 바지사장이었다. 피고인이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증언하였다.
H은 검찰에서 '의료법인 G재단에 8,000만 원을 투입하여 이 사건 병원 운영권을 인수하였다. AU와 L을 통해 병원 운영에 관한 회계업무, 인사업무, 총무업무 등을 사후보고받는 방식으로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 AU를 통해 병원자금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내가 주변에서 돈을 빌려 AV 계좌로 입금하고, AV가 그 돈을 의료법인 G의료재단에 입금하였다. 피고인은 병원에 개인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L이 나와 피고인이 함께 있을 때 보고를 하였는데, 나 없이 피고인에게 따로 보고를 하지는 않았다. 피고인과 병원 운영에 대해 상의를 했지만 피고인은 잘 모르는 병원일이라 나를 믿고 나에게 병원일을 맡겼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 E는 검찰에서 'H이 병원장인 나와 행정업무 담당 L, 회계팀장 AU에게 업무지시를 하면서 병원관리를 총괄하였다. H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AU를 통해 관리하였다. H이 모든 직원들을 모아놓고 병원 운영과 직원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모두 H이 병원 이사장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⑤ 위와 같은 병원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의 직원 채용과 급여의 관리, 직원들에 대한 감독 · 업무 지시 · 노무관리 등에 관하여 일정한 권한이나 재량을 가졌던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의 명목상 이사로 등기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별다른 업무를 집행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을 이 사건 병원의 사용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H에게 그 명의를 대여하였다고 할 것인데, 비록 피고인이 H과 I에 대한 동업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인 G의료재단의 명의상 이사장에 불과한 피고인이 H과 사이에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을 사전에 모의하였다거나 그에 대하여 암묵적인 의사의 일치가 있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항 '변경된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위 제3의 나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은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이세창(재판장) 권혁재 심웅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