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하수급인인 B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고, 직상 수급인인 피고인에게 임금을 청구한 사실이 없는 점, B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 사실을 알린 사실이 없는 점, B과 근로자들의 합의과정에 피고인이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점, B이 미지급 임금을 모두 변제하여 B의 책임이 소멸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B에 대한 처벌불원의사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처벌불원의사가 피고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사실오인
피고인은 B이 알려준 근로자들의 임금 상당액을 직접 근로자들의 계좌로 지급했고, 근로자들이 매월 이체된 금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하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에는, 근로자가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을 직접 청구한 적이 있는지,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에게 임금 미지급 사실을 알린 적이 있는지, 하수급인과 근로자의 합의 과정에 직상 수급인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 근로자가 합의 대상에서 직상 수급인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지, 변제나 면제 등을 통하여 하수급인의 책임이 소멸하였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여기에 직상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하수급인에 대하여만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쉽사리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도8417 판결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판단 기준이고, 근로자의 의사가 명확할 때에는 그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 J, K, L가 B에 대한 진정을 취하한다는 서면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J, K, L는 원심 법정 및 법원참여관과의 통화를 통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으므로, B에 대한 처벌불원의사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원심 판결서 중 '변론종결 이후 법원참여관이 근로자들에게 유선으로 의사를 확인한 내용 기재 부분'은 명시된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음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변론종결 후의 전화통화를 증거로 사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해석이 민법상 연대책임의 법리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하수급인과 통정하여 하수급인에 대하여는 처벌을 불원하고 직상 수급인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에 의하여 민법상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책임의 영역에서 민법상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법정기한 내에 임금지급의 연대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상 사후적으로 B이 임금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양형사유로 참작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 근로자들이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2018. 1. 10.자로 B과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이 발령되었으며, B은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않아 2018. 2. 20. 약식명령이 확정되었고(J, K의 진정취하서 작성일은 모두 2018. 2. 11.로 위 약식명령 확정 이전임에도 B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아니함), B에 의하여 변제가 이루어진 상황이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악용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결서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타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성학(재판장) 황지애 조성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