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2020. 10. 27.부터 그 다음날까지 실시된 피고의 운영위원 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B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하여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 지부이고, 원고는 피고의 조합원이다.
피고 선거관리위원장은 2020. 10. 19. 운영위원 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 한다)에 관하여 공고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를 포함한 12명이 이 사건 선거에 입후보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운영실장인 E은 그 무렵 조합원인 F에게 '기호 1번부터 7번까지 투표하면 좋은 차량을 배차해주겠다. 이 사건 선거에 투표한 후 투표용지를 촬영하여 확인시켜 달라.'고 하였다.
원고는 2020. 10. 25. 피고의 선거관리위원인 G에게 위 라.항 기재 사실을 이야기하고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같은 해 10. 27.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안내문 2. 1)항에 의거 자격 여부가 문제되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 자격이 상실되었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을 상실당하였다.
이 사건 선거는 2020. 10. 27. 22:00부터 그 다음날 08:00까지 실시되었고, 그 결과 기호 1, 2, 4 내지 7, 9번 후보가 당선되었다.
원고는 2020. 12. 1.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위원회는 2021. 1. 18. H로 '이 사건 회사가 E을 통하여 이 사건 선거에 개입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전부 인용한다는 판정을 하였다.
이 법원은 2021. 8. 3. E에 대하여 '이 사건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함으로써 피고의 운영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하였고(2021고약8756호),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11, 12, 15, 16호증, 을 제5, 6호증(가지번 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을 상실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선거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E은 다른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선거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가 지지하는 조합원에게 투표하고 그 투표용지를 촬영하여 보여주면 좋은 차량을 우선 배정하고 근로조건을 우대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 바로 옆에 놓인 기표소에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투표를 하게 하여 먼 거리에서도 이 사건 회사가 지지하는 기호 1번 내지 7번 후보에게 투표하였는지 여부를 식별할 수 있게 하였다.
위 1) 내지 3) 각 사정은 공정한 선거 및 비밀 선거 원칙에 위배하는 것으로서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이다.
피고
원고는 부정선거 정황의 제보자를 함구하는 등 아무런 증거 없이 이 사건 선거에 대한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여 선거안내문 2. 1)항, 3. 2)항에 따라 후보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선거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
E이 좋은 차량을 우선 배정해 주겠다고 한 것은 농담에 불과하다.
기표소에 가림막이 없는 것은 COVⅥD-19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조치 때문이었고, 선거관리위원들이 앉아 있는 장소는 낮은 탁자인 반면 기표소는 높은 책상으로 그 앞에 사무장 책상과 책꽂이와 모니터 등이 있으며, 그 사이 거리는 약 3.7m 내지 5.1m여서 기표행위를 볼 수 없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호 3번 후보는 낙선하였고, 피고의 조합원들 대다수가 이 사건 선거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 1) 내지 3) 각 사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판단
관련 법리
선거절차에서 법령 등에 위반한 사유가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당선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법령 등 위반행위가 선거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될 때 해당 선거를 무효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100258 판결 등 참조). 이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란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 즉 후보자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수35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 제4항은 "임원의 선거 · 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 · 비밀 · 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1조는 노동조합 규약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두는 목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의 보장'과 함께 '민주적 운영의 보장'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조합원의 노동조합 운영위원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제22조에서 정한 조합원의 핵심적인 권리에 해당한다.
피고의 규약(이하 '조합규약'이라 한다) 제17조는 조합원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조합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은 "운영위원은 지부 조합원회에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75조는 운영위원회에 관하여, 지부의 사업 보고 및 사업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제1호), 지부의 예산 및 결산의 승인에 관한 사항(제2호), 지부 간부의 선거와 해임에 관한 사항(제3호), 조합 대의원 선거에 관한 사항(제4호), 지부선거관리위원 선출에 관한 사항(제5호), 지부 재산의 매입 및 관리 처분에 관한 사항(제6호), 지부 기금의 설치 및 처분에 관한 사항(제7호), 지부 단위 쟁의에 관한 사항(제8호), 지부 징계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제9호), 지부 조합원의 상호부조 또는 공제 사업에 관한 규정 또는 회칙 제·개정에 관한 사항(제10호), 기타 중요한 사항(제15호)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운영위원의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보면, 피고 운영위원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절차에 따라 선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구조 하에서 선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노동조합 임원선거의 경우 선거절차에서의 법령 등 위반행위가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선거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조합민주주의를 무의미해지게 하거나 형해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해당 선거 역시 무효로 보아야 한다.
원고에 대한 후보자격 상실 결정의 부당성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당시 선거관리위원이었던 G에게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으니 선거 장소에 핸드폰을 휴대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 이에 G이 2020. 10. 27. 14:50 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하였고, 위원장 I, 위원 G 및 J가 원고에게 위 이야기의 제보자를 알려달라고 추궁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한 사실, 이에 같은 날 15:30경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원고의 후보자격을 상실시키는 결정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갑 제2, 3, 9,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선거관리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후보자격 상실 결정에는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
선거안내문 3. 2)항은 '조합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인 선거사무를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경고처분을 받은 후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경우 후보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전 경고처분을 받은 바 없이 2020. 10. 27. 15:30경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원고의 후보자격 상실 결정을 받았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원고가 2020. 10. 27. 14:50경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과 40분 뒤인 같은 날 15:30경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원고가 경고처분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후보자격 상실 결정을 한 것은 시정의 기회를 사실상 주지 않은 것이므로 역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③ 나아가 원고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야기한 것은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한다는 말이 돌고 있으니 조합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선거장소에 핸드폰을 휴대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으로서 오히려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인 선거사무에 부합하고, 원고가 그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사무를 방해하거나 후보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 ④ 오히려 원고가 제보자를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볼 때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회사가 E을 통하여 이 사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인천지방노동위원회 2021. 1. 18.자 H 판정 및 E에 대한 이 법원 2021. 8. 3.자 2021고약8756호 약식명령에 의하여도 확인되므로, 원고가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선거사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후보자격 상실 결정에는 실체적 하자 또한 있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후보자격 상실 결정은 부당하고, 이 사건 선거에는 후보인 원고를 배제하고 치러진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
이 사건 회사의 선거개입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갑 제2, 3, 9, 11, 12,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가 E을 통하여 이 사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인정된다.
E은 2006. 3. 1. 이 사건 회사에 운전직으로 입사하여 2017. 2. 28. 퇴직하였다가 그 다음 날 관리직으로 재입사하여 운영실장으로서 버스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고, 이 사건 회사에서 운영실장의 직책은 대표이사 바로 아래에 있으며, 이 사건 회사의 업무 결재 순서는 '담당-대리-과장-부장-실장-사장'이다.
E은 2020. 10. 25. 피고의 조합원인 F에게, '이 사건 선거 후보자 중 기호 1번 내지 7번은 피고 측 측근이니 이들을 투표하고 사진을 찍어 확인해 주면, 좋은 차량를 배차해 주고 좋은 근로조건을 보장하겠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이에 따라 F는 2020. 10. 28. 이 사건 선거 투표 후 사진을 찍어 E에게 전화를 걸었고, E은 "찍었는지 내가 봤어? 너, 내가 가서 확인을 해 봐야 돼. 가서.", "F 몇 번에 찍었나 보고 내가 봐야지."라고 하였고, F는 "1번에서 7번까지 찍으라고. 내가 그거 다 찍어 갖고 어제 찍어놨다니까. 보여드릴게요."라고 하였으며, E은 "알았어. 알았어. 끊어. 이 새끼야."라고 하였다. 이후 F는 2020. 10. 30. E에게 이 사건 선거에서 기호 1번 내지 7번에 투표한 투표용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기도 하였다.
E은 2018. 8.경에도 다른 조합원인 K과의 통화에서 "니네 그 6405표 나온거 보니깐 니네 쪽만 한 세 명 찍고 나머지는 야당 전부 찍었더구만.", "아주 그냥! 표검사를 내가 아주 들어가서 싸그리 다 했거든?", "내가 누가 몇 번째 찍고, 누가 몇 번찍고까지 다 내가, 지금 다, 다 봤어!", "하나부터 열까지. 150명을!"이라고 하였고, K이"몰라요. 나는 형님 하라는 대로 했어. 다른 놈이 안 찍었나 보지 그럼."이라고 말한 것에 대하여 E은 "응. 그러니까 넌 실패작이야. 알았어. 대기하고 있어."라고 답변하는 등 과거에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실제로 기호 1번 내지 7번 중 기호 3번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이 이 사건 선거에서 당선된 점을 고려하면{기호 3번 후보(L)도 득표율 7위로 당선된 기호 6번 후보(M)와 불과 4표 차이로 득표율 8위였다}, E이 F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기호 1번 내지 7번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종용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의심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회사가 E을 통하여 유리한 근로조건 제공을 약속하는 방법으로 선거권자를 매수한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11, 16조, 조합규약 제72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다. 위 법률조항 및 조합규약 규정에 의해 보호되는 노동조합 임원선거의 자유 · 공정과 불가매수성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를 통한 조합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이 사건 회사의 행위는 조합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 평가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선거에는 실체적 하자가 있다.
비밀선거 원칙 위배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갑 제10, 13호증, 을 제3, 9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이 사건 선거는 조합원들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였는지를 제3자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선거 장소는 가로 3m, 세로 6m 가량의 컨테이너이다. 선거권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의 한쪽 모서리에 위치한 출입구에 들어가서 선거관리위원이 있는 소파와 책상 앞을 지나 세로 벽체 끝에서 살짝 띄어져 있는 책상(기표소) 사이에 들어간 다음, 선거관리위원들과 출입구가 보이는 방면으로 뒤돌아서야 한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이 있는 소파와 책상이 길이 6m인 세로 벽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점, 기표소는 세로 벽체 끝자락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띄어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관리위원들이 있는 위치와 기표 책상 사이 거리는 가깝게는 2m 남짓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표소와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에 모니터와 책장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을 제3호증의 영상에 따르면 모니터와 책장만으로는 선거관리위원들과 선거권자 사이 시야가 차단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들이 일어서면 선거권자가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N, O, P, Q, R은 이 사건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들과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기표 중인 사람, 투표를 마친 사람 총 7~8명이 좁은 컨테이너 안에 함께 있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컨테이너 실내가 3평 남짓한 비교적 협소한 공간이었고 그 안에 선거관리위원들을 위한 소파와 책상, 기표를 위한 책상, 에어컨 등 물품까지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기표소에 칸막이나 가림막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상, 선거관리위원들뿐만 아니라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선거권자 내지 투표를 마친 선거권자와, 기표 중인 선거권자 사이 비밀 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거리가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피고는 조합원 88명이 이 사건 선거가 적법하게 치러졌다고 확인하는 취지의을 제8호증을 제출하였으나,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은 을 제8호증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하므로, 을 제8호증의 진정성립이 의심스러워 그 내용을 믿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선거에는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배한 절차적 하자도 있다.
이 사건 선거의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선거의 절차적, 실체적 하자는 이 사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원고는 이 사건 선거 당일 후보자격을 박탈당하였기 때문에, 원고에게 투표하고자 하였던 조합원들은 원고가 아닌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E의 과거 행태를 고려하면, E이 이 사건 선거 당시 F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피고 측에 가까운 기호 1번 내지 7번 후보에 투표하라고 하면서 그에 따른 이익을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회사는 여객버스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피고의 조합원들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로서 좋은 상태의 버스 및 근로지위 등을 제공받는 데 관심이 컸을 것으로 보이므로, E의 약속은 조합원들의 후보자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 선거 당시 기표소에 가림막이나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투표를 하는 사람과 그 외 사람 사이 충분한 물리적 거리도 지켜지지 않은 채 투표가 이루어졌으므로, 조합원들끼리 누가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였는지 서로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거권자로서는 선거관리위원들 내지 근처에 있는 다른 조합원들이 자신의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E에게 알릴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좋지 않은 상태의 버스를 배정받는 등 이 사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의식하면서 투표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인바, 이는 선거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기호 1번 내지 7번 중 기호 3번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이 이 사건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기호 3번 후보(L)도 득표율 7위로 당선된 기호 6번 후보(M)와 불과 4표 차이로 득표율 8위였다.
소결론
이 사건 선거에 원고에 대한 후보자격 상실 결정, 이 사건 회사의 선거개입행위 및 비밀선거 원칙 위배와 같은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없었다면, 이 사건 선거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절차적, 실체적 하자는 이 사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정당한 후보의 자격을 상실시킴으로써 선거권자들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해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피고 조합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근로조건 우대 약속 등을 통해 선거권을 매수하는 행위는 중대한 선거부정행위이며, 비밀 선거 원칙은 선거의 공정과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원칙 중 하나이다. 여기에 운영위원의 지위와 역할, 이 사건 선거 결과 및 그로 인해 피고 조합원들이 입게 되는 피해 정도나 피고에 대한 신뢰상실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선거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조합민주주의를 무의미해지게 하거나 형해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에게 그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있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기(재판장) 김현준 김혜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