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천 남동구 B 소재 ㈜C(변경 전 ㈜D, 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서 상시 근로자 약 50명을 사용하여 휴대폰 판매업 등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3. 4. 1.부터 2017. 10. 3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임금 2,082,048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7명의 임금 합계 10,475,648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3. 4. 1.부터 2017. 10. 3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15,788,578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9명의 퇴직금 합계 78,868,533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설령 E, F, G, H, I, J, K, L, M(이하 이들 전부를 칭할 때는 ’E 등‘이라고 한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법원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E 등의 근로자성 여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던 자들 중에는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른바 ’정직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자들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른바 ’위탁영업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자들이 섞여있었다. 정직원은 안정적인 기본급을 받는 대신 적은 인센티브를 받았던 반면에, 위탁영업자는 자신의 판매실적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당장 받을 수 있는 실 수령액이 정직원보다 많았다.
E 등은 전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였고, 특히 J, L은 정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3년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업무위탁계약 내용 중에는 ‘을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갑(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등 제반 규정을 적용받지 아니한다(제2조 제2항)’, ‘을이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시간과 장소에 대하여는 을의 재량으로 한다. 다만, 위탁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수행장소 또는 수행영역에 관하여 갑과 을이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제4조 제1항)’, ‘을은 위탁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수수료 지급기준에 정한 사항 이외에는 비용의 보전 기타 어떤 명목의 금원도 갑에게 청구하여서는 아니 된다(제6조 제2항), ’을은 필요한 경우 자신의 책임 하에 제3자에게 위탁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행시킬 수 있다(제8조 제2항)‘ 등이 있다. E 등은 업무위탁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업무위탁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보이고, 설령 E 등이 입사 당시에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근무 시작 이후에는 근무자가 정직원과 위탁영업자로 나뉘어 있고, 자신들의 신분이 위탁영업자임을 잘 알면서도 계약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E 등은 점장으로부터 휴대폰 판매 관련 노하우 등을 전달받거나 비정기적인 판매촉진회의의 참석 또는 전단지 활동을 지시받거나 본사로부터 매장별 판매현황 문자를 비정기적으로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E 등이 위와 같은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판매량이 낮다고 하더라도 본사 차원의 별도의 제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위와 같은 노하우 전달이나 업무지시는 이 사건 회사의 휴대폰 판매매장에 대한 일반적인 업무관리의 일환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E 등은 휴대폰을 판매할 때 판매자의 재량에 따라 자신이 받을 인센티브를 일부 포기하는 방식으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었고, 어떤 사은품을 지급할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었으며, 달리 이 사건 회사가 E 등에게 휴대폰 판매방법을 강요하거나 판매방법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E 등이 매장에 출근할 때는 지문인식기로 등록을 하였으나, 퇴근할 때는 지문인식기에 별도로 등록을 하지 아니하였다. 근무시간과 관련하여 I은 이 법정에서 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이라고 진술하였고, J은 8시 40분부터 8시 반까지라고 진술하였으며, M은 근무시간이 통상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라고 진술하였고, G은 출근시간이 10시 정도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이 사건 회사는 휴대폰 판매 인력의 확보를 위해 위탁영업자가 한 달에 6회 미만으로 휴무를 사용할 경우 출근수당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에서 E 등의 위탁영업자들에 대하여 출근 시 지문 인식기 등록을 요구하는 등 출결을 관리한 것은 출근수당의 산정이나 매장관리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 사건 회사가 위탁영업자들의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E 등의 위탁영업자들은 휴대폰 구매자에게 사은품을 제공하였는데, 이러한 사은품은 이들이 직접 결정을 하였고, 구매비용은 위탁영업자가 이 사건 회사로부터 받는 인센티브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위탁영업자가 직접 부담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정직원의 경우 휴무를 사용할 때 ’근태승인서‘를 제출하여 결재를 받고 연차관리대장에도 기재가 되었던 반면, 위탁영업자들은 휴무 사용 시 월초에 휴무 날짜를 정해서 본사 직원인 N에게 문자로 통보하는 외에 별다른 절차를 요하지 않았다.
E 등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신고가 되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판사 윤성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