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12. 12. 선고 2023가단270114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라는 상호로 인테리어 건설업을 영위하는 자이고, 원고는 시흥시 D 대942.1㎡ 및 그 지상 E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소유자이다.

나.

원고는 2022. 9. 1. 피고와 이 사건 건물 4층 501.6㎡, 5층 501.6 ㎡ 및 8층372.9㎡의 인테리어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의 섭외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에 투입된 시공업체들(이하 '시공업체'라고 한다)이 원고에게 'G병원' 또는 'E빌딩'을 공급받는 자로 기재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원고가 각 시공업체들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2023. 1.경부터 같은 해 7.경까지 시공업체에게 총 2,224,909,793원을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2023. 1.경부터 같은 해 7.경까지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79,20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제6호증, 제15호증, 제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 내지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이 사건 계약은 설계용역계약과 공사용역계약으로 구성된 것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실제 소요된 공사비를 지급제시하면 원고는 시공업체에게 직접 비용을 지급하고, 그와 별도로 원고는 피고에게 매달 정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도급계약의 성질과 위임계약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비전형 혼합계약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설계도면을 작성하거나 공사에 소요된 실비를 투명하게 정산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다음과 같이 원고로 하여금 실제 소요된 비용보다 과다한 공사비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수임인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행위를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①

피고는 시공업체들이 과다한 금액을 청구하지 않도록 감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에게 실제로 소요된 비용보다 다액의 공사비를 제시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시공업체들에게 과다한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 원고가 시공업체들에게 공사비를 지급하면, 피고는 시공업체들로부터 위 공사비 중 일정 금액을 반환받음으로써 이득을 취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과다한 금액을 지급하게 만드는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가 시공업체들로부터 지급받은 49,710,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②

피고는 건축 평면도만 작성하였을 뿐 단면도 및 전개도를 작성하지 않았고, 작성한 도면에도 수량에 대한 내용이 없거나 자재명이 표기되어 있지 않는 등 설계용역 업무를 부실히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는 공사용역에 관하여도 불필요한 보수공사를 진행하거나 각 공종별 노무비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등 관리업무를 해태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은 피고의 부실한 용역업무수행으로 인하여 과다한 공사비를 지출하고 완공이 지체되는 등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설계용역에 대한 보수 9,900,000원과 공사용역에 대한 보수 69,300,000원을 합한 79,2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③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각 층 화장실 전체를 철거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음에도, 피고는 원고의 지시에 반하여 위 건물의 4, 5층 화장실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재시공한 후 원고로 하여금 화장실 공사대금을 지출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미 지출하였던 화장실 보수비용 48,604,050원과 피고가 임의로 화장실을 재시공 후 원고로 하여금 지출하도록 한 48,490,518원을 합한 약 97,094,56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④

이 사건 공사는 2023. 1. 1.부터 같은 해 7. 15.까지 진행되었던바, 이와 비슷한 규모의 공사에 통상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여 15일이 초과되었다. 한편, 이 사건 공사는 노무비 약정 없이 진행되어 정상적인 경우에 비해 노무비가 2배 이상 증가되었다. 따라서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가 지체됨으로써 원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된 노무비는 1일 노무비 5,806,179원[=1,138,011,270원 / (2023. 1. 1.부터 2023. 7. 15.까지 공사기간) 196일]에 지체된 공사기간 15일을 곱한 87,092,685원이다. 따라서 피고는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87,092,68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313,097,235원<1>(= 49,710,000원 + 79,200,000원 +97,094,560원 + 87,092,68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질

위 인정사실과 갑 제4호증 내지 제8호증, 제16호증 내지 제20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제5호증, 제13호증 내지 제18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 전반을 관리하면서 자재를 조달하거나 시공업체를 관리·감독하고, 원고는 그에 대한 대가로 피고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인바, 도급계약과 위임계약의 성질을 모두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건물의 인테리어 설계에 관한 부분과 그 시공에 관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 후자의 경우에는 현장 관리 및 자재 조달이라는 사무의 처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합하여 990만 원을,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 각 1,100만 원을 미리 정한 날짜에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그렇다면 원고는 일의 완성 정도와 관계없이 매달 정기적·확정적인 보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바, 이는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설계용역에 대한 대금과 현장관리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기로 정한 것이라 봄이 자연스럽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2022. 9. 15. 피고에게 "월급제로 일 봐 주시겠다는 제안 화요일에 만나 협의하면 어떨까요? 12월부터 3월말까지 내부인테리어 부분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사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거나 직접 피고에게 구체적인 공사방법 또는 자재선택을 지시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대화내용에서 나타난 당사자 간 지시 또는 감독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로부터 독립되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의 위임에 따라 그 사무를 처리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인다.

4)

이 사건 시공업체들은 피고의 섭외에 따라 이 사건 공사에 투입되었으나, 대금의 지급에 있어서 원고에게 직접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고, 원고의 요청에 따라 위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자'란에는 'E빌딩' 또는 'G병원'를 기재하였으며, 원고도 피고를 거치지 않은 채 시공업체들에게 직접 위 세금계산서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였던바, 통상적인 하도급계약의 태양과 다르다.

5)

시공업체로서 이 사건 공사의 일부 공정을 의뢰받았던 소외 H, I, J, K, L 등은 위 공사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직영공사의 방식으로 진행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원·피고 사이의 계약관계가 오로지 도급계약의 성질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6)

다만,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공사에 투입되었던 소외 L 외 10명이 원고를 상대로 하여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에 제기한 진정사건에서위 노동청은 원고가 진정인의 고용자가 아니어서 법 위반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위 사건을 종결하였던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일정표를 송부하였던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계약이 단순한 근로계약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공사일정의 조율 및 시공업체의 선정·관리 등의 사무를 맡기는 위임계약 또는 설계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4.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관련 법리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므로(민법 제681조 참조), 비록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완료하였더라도 그 업무처리가위임의 본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위임인에게 배상할 책임을 진다. 따라서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지 아니한 까닭에 만약 수임인이 위 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였더라면 지출하지 아니하여도 될 비용을 위임인이 지출하였거나 위임의 본지에 미치지 못하는 업무처리를 하였음에도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였다는 전제에서 실제 소요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위임인은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추가로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수임인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6289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20579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의 현장책임자로서 시공업체들의 시공이 적절한 과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다가 갑 제15, 1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감정인 M(이하 '감정인'이라고 한다)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감정보완촉탁결과(이하 통틀어 '감정인의 감정결과'라고 한다), 이 법원의 감정인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이 법원의 IBK 기업은행, 주식회사 N에 대한 각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가 일부 시공업체들에게 대금을 지급한 날 또는 그다음 날에, 피고가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해 시공업체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송금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금전지급이 일부 시공업체와 피고 사이의 별개 채권관계에 기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Q의 대표 I은 피고에 대한 차용증을 작성하였고, H, J, K 등은 피고에게 지급한 금전 내역에 관하여 피고에 대한 종전 채무의 변제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가 일부 시공업체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았다고 하여, 그 사실만으로 피고가 당해 시공업체들과 공모하여 원고에게 부풀린 공사대금을 청구하고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나누어 가진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감정인은 과다한 공사비가 발생한 이유로서 "건축평면도(5매)만 있고 단면도 및 전개도는 한 장도 없으며, 건축평면도에는 각종 자재에 대한 자재명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바, 각 공종의 반장은 계획적인 자재발주나 작업자 투입을 못하므로 작업속도가 느려져 노무비가 증가하게 된다"거나 "화장실 보수공사의 경우 벽면은 기존 벽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덧붙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벽타일을 철거하고 방수까지 재시공하였는바, 과다한 공사를 수행하였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한 사실, 추가공사 항목이 많은 이유로서 "건축주의 추가공사 요구 시 피고는 간략한 도면이라도 작성하여 건축주의 승인을 득하는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및 "원고측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화장실 전체를 철거하였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고급자재 사용'도 과다한 공사비의 원인이 되었으며, 원고는 피고에게 고급자재의 사용을 요청하거나 수시로 건축자재를 변경하였으므로 자재명 미표기를 피고의 귀책으로 볼 수는 없는 점, 이 사건 공사의 범위가 당초 예정했던 4층, 5층, 8층 외 다른 층까지 확장되었고, 원고는 추가공사를 요구할 때마다 직접 도면을 그려 피고에게 전달하였으므로 원고의 승인 하에 추가공사가 이루어진 것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

3)

화장실 보수공사에 관하여 감정인은 "벽면은 기존 벽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덧붙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벽타일을 철거하고 방수까지 재시공하였는바, 과다한 공사를 수행하였다", "원고측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화장실 전체를 철거하였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감정인은 2025. 5. 15.자 감정보완회신서에서 "원고 측이 철거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바, 4, 5층 화장실 공사비를 원고 측 불인정 항목으로 분류하여 집계표를 작성하였다"고 밝혔으며, 피고는 작업자의 실수로 화장실 칸막이를 철거한 것 외에는 원고의 지시를 어기지 않았다고 다투는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지시에 반하여 화장실 철거공사를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원고는 적정 공사기간인 6개월을 초과한 15일에 대하여 해당 기간 동안 원고가 지출한 노무비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적정 공사기간을 6개월로 인정하더라도 이 사건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2023. 4. 27. 설치검사를 받았으므로, 이 사건 공사기간 중 상당 기간 시공업체들은 엘리베이터 없이 공사를 진행해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공사 진행 도중에도 수시로 설계를 변경하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사기간이 약 15일 정도 지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이를 정도로 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성대

1원고가 구하는 금액의 합계액은 313,097,245원이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