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용산구 C, 6층 D호에 있는 E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명을 사용하여 교재 등의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자이다.
원고는 2018. 2. 1.경 피고와 모의고사 출제를 위한 문항을 일주일에 다섯 개씩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월 3,000,000원의 보수를 받기로 하는 구두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피고는 필요한 문항 수가 증가하자 2018년 중순에 외부업체와 문항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외부업체에서 공급한 문항을 검수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8. 10. 24.경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위 계약서에는 원고의 소정근무일수, 근무시간 등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는 2020. 12. 4.경 ‘F’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현직교사 등과 직접 문항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들로부터 제공받은 문항을 피고에게 공급하였다.
원고는 2022. 7. 1. 피고의 제안으로 피고의 배우자인 G이 대표이사로 있고 2022. 6. 28. 설립된 H 주식회사(이하 ‘H’라고 한다)와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계약서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22. 10. 25.경 피고에게 공황발작이 잦아져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였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위 계약은 그 무렵 합의 해지되었다.
원고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2022. 11. 1.부터 2022. 11. 15.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하여 피고를 고발하였으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24. 2. 15.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항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24. 7. 18.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20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E 소속 연구원으로 피고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고, 휴가 등 근태에 관한 사항을 피고에게 보고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며, 일정한 금액을 매월 보수 명목으로 지급받았고, 피고의 지시에 따라 원고가 사업자등록을 하였으나, 원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피고에 대한 근로 이외에 다른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 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에게 근로를 계속적으로 제공하였으므로 원고의 근로자성은 인정된다. 원고는 피고와 협의 하에 2022. 11. 15.경에 퇴직하기로 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2022. 11. 1.부터 2022. 11. 15.까지의 임금 9,000,000원을 미지급하였고, 원고가 2018. 2.경부터 2022. 11. 15.까지 E의 근로자로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음에도 퇴직금 84,830,650원을 미지급하였으므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93,830,65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8. 2.경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영어 문항을 제작하여 피고에게 공급하였는데, 정해진 근로 장소나 시간 없이 피고가 발주하면 원고는 자기 일정에 맞추어 약속한 날까지 피고에게 문항을 공급하였다. 따라서 이는 도급계약일 뿐이므로 원고의 근로자성은 인정될 수 없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도급계약은 2022. 10. 30.경 종료되었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및 퇴직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9두3931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47 판결 참조).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 9, 12 내지 19, 21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드는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와 전체 계약기간 동안 문항제작, 검수, 공급 등 약정한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고, 피고로부터 문항과 관련한 업무지시를 받았으나, 위 업무지시의 내용이 반드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결과 도출을 위한 업무협의 과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는 자신의 사업자를 등록한 후 문항을 공급해준 현직 교사들을 대부분 직접 섭외하였고, 그들과 문항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E에는 취업규칙이나 인사·복무 규정자체가 없어 이를 적용받지 않았다.
이 사건 계약에는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및 근태관리를 하지 않았다. 원고는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여 기한 내에 피고에게 제출하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피고의 질문이나 요청에 20분 내에 답변을 하지 못하면 근무지 이탈로 간주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계속 대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피고의 질의나 요청에 20분이 지나 답변한 경우 이에 대하여 피고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이익을 가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휴가 등을 사용할 때 피고에게 카카오톡을 통하여 보고를 한 것은 확인되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아 휴가를 사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개인 작업실에서 근무하였으므로 근무장소에 구속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와 피고가 최초로 계약할 당시 원고의 보수는 월 3,000,000원이었고, 2018. 11.경부터는 월 9,000,000원, 2021. 1.경부터는 13,000,000원, 2022. 7. 1.부터는 18,000,000원이었다. 원고의 보수는 원고의 근로일수나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지급되었는바 이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원고가 피고에게 제작 또는 검수, 공급한 문항, 즉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와 계약한 기간 중 별도로 공부방을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을 뿐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으며, 통상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4대 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은 2022. 10. 25.경 이미 합의해지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자신이 2022. 11. 15.까지 업무를 계속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 측이 원고에게 2022. 11. 15.까지 일어나는 문제에 대하여 대응해달라고 한 것은 원고가 업무를 갑작스럽게 그만둠에 따라 인수인계가 이루어지도록 유사시 협조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실제로 원고가 위 기간 동안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소결론
결국 원고가 피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지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