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2022. 3. 14. 설립되어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주식회사 C(이하 ‘C회사’라 한다)의 자동차 범퍼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품을 C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원고는 2006. 5. 30.경 주식회사 D(이하 ‘D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E공장 내 자동차 범퍼 조립 생산라인에서 근무하였는데, D회사의 인적·물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승계한 피고와 2022. 4. 1.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속 작업자 42명으로 이루어진 1개 작업 조를 관리하는 직장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해근로자 F(이하 ‘피해근로자’라 한다)은 기혼 여성으로, 2019. 12. 9.경 C회사에 최초 입사한 후 2020. 12. 23.경 퇴사하였다가 C회사 소속인 G, H의 제안으로 2021. 1. 18. C회사에 다시 입사하여 E공장 내 C회사 현장사무실(이하 ‘C회사 현장사무실’이라 한다)에서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의 경위
원고, H, C회사 소속인 I는 2022. 9.경 모여 피해근로자가 G과 불륜관계라는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원고는 그 후 피해근로자와 마주치자, 피해근로자에게 “너 G부장이랑 사귄다면서.”라고 말하였다. 피해근로자는 원고에게 누가 그러느냐면서 불쾌감을 표하였고, 그 직후 G에게 전화하여 원고에게 들은 말을 전달하며 조퇴를 시켜달라고 하는 등 항의하였다.
피해근로자는 며칠 후 C회사 소속 J 차장에게 “원고가 G 부장과 제가 사귀는 사이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기분이 안 좋다.”라고 말하였다. 놀란 J은 원고를 찾아가 “피해근로자한테 G 부장과 사귀냐고 했다는데 맞느냐.”라고 물었고, 원고가 부정하지 않자,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성희롱이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 것이 무슨 성희롱이냐.”라며 반발하였다.
그 후 피해근로자는 J과 고충상담을 하였다. 피해근로자는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 또는 C회사 소속 직원들이 있는 데서 피해근로자가 G과 불륜관계라는 허위사실을 말하여 정신적 고통이 크고, 원고가 그동안 수시로 성적인 농담과 신체접촉 등을 하였으며, 피고의 직원들에게 C회사를 비난하였다고 말하였다. J은 그 무렵 C회사의 상급자에게 원고의 비위행위를 보고하였다.
피고의 이사로서 관리‧총괄업무를 담당한 K은 2022. 12. 7.경 현장을 순회하던 중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한 소문을 듣고, 피고의 대표이사에게 이를 보고한 후 조사에 착수하였다.
K은 2022. 12. 10.경 원고로부터 ‘피해근로자를 불러 H에게서 들은 G과의 불륜의혹을 전해준 사실은 인정하나, 자신은 피해근로자가 걱정되어서 한 말이었는데 피해근로자가 성희롱을 운운하여 만일 피해근로자가 K이나 대표이사에게 이 일을 알린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무고로 고소하려고 알아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피해근로자, J과 오해를 풀고 싶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받았다.
K은 2022. 12. 12.경 J, 원고, H을 순차로 면담하였다. J은 원고와 피해근로자 사이에 있었던 일들 이외에도, “편 가르기의 중심에 원고가 있다.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에게 ‘C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주지 말고, C회사 직원들에게 인사도 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C회사 소속 직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하여는 C회사가 자체적으로 인사위원회를 열 것이니, 원고에 대하여는 피고가 조치해주기를 바란다. 원고와 한 공간에서 근무할 수 없다. 직원들이 부딪혀서 불화가 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 제게도 인사하지 않고, 먼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원고를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다.”라고 하였다. 한편 원고는 “H이 G부장이 피해근로자와 사귀고 싶다고 했다고 하여 걱정이 돼서 피해근로자에게 조심하라고 했을 뿐이고, 피해근로자와는 동생처럼 따뜻하게 해주는 사이이다. 피고 소속 직원들에게 ‘C회사 소속 직원들에게 인사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인사를 해도 C회사 소속 직원들이 고개를 돌리고 가버리고, 나이가 더 많은 제가 먼저 인사하는 것이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 갑사인 C회사 소속 직원들에게 사과할 마음은 있다.”라고 하였다. H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한 J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K은 2022. 12. 13.경 피해근로자를 면담하였다. 피해근로자는 “원고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근로자와 G이 불륜관계라는 허위사실을 말하였다. 만일 원고가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라면 끝났겠지만, 그 후의 원고의 언행이 너무나 나빠서 참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원고가 흡연실에서 피해근로자가 G부장과 바람을 피웠다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고,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에게 C회사는 결품, 불량이 나도 도와주지 말라고 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 이제는 원고가 사과를 하더라도 받아줄 마음이 없다.”라고 하였다.
원고와 피해근로자는 서로 대화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고, 피해근로자는 원고를 피해 다니기도 하였다. K이 자리를 주선하여 원고와 피해근로자를 화해시키려 하였으나, G이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반대하여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고는 2022. 12. 26.경 원고에게 2주간 자택에서 대기할 것을 통보하였다.
C회사는 2023. 1. 4. 자로 피고에게 「당사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 및 신체접촉 행위 件」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위 공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23. 1. 11.경 원고에게 2023. 1. 18. 개최 예정인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이 2023. 1. 17. 원고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출석통지’라 한다). 이 사건 출석통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23. 1. 18. 11:00경 원고가 출석한 가운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원고는 출석하여 비위사실에 대하여 부인하거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고는 2023. 1. 25. 원고에게 ① 직접 거래관계에 있는 타사 직원에 대한 수차례에 걸친 성희롱, ② 원청과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해고하고, 2023. 1. 31. 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취지의 징계해고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해고’라 한다).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과 관련 있는 피고의 취업규칙 조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5 내지 11, 13, 15호증의 각 기재, 증인 J, H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계해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절차상 위법하다.
이 사건 출석통지가 징계위원회 개최일로부터 불과 4일 전에 송달되었고, 징계위원회 위원이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채 질문을 하여 원고가 징계사유를 소명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에는 시기와 장소가 전혀 특정되지 않은 해고사유가 나열되어 있을 뿐으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사유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피고는 ‘징계요구서를 작성하고 원고의 전말서를 첨부하여 징계 담당 주무부서에 제출하고, 주무부서는 비위사실을 재조사하여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의토록 하여야 한다.’는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또한 K이 2022. 12. 12.경 J, H, 원고를 면담하거나, 2022. 12. 13.경 피해근로자를 면담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징계해고사유는 모두 구체적인 행위일시가 특정되지 않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피해근로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므로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징계해고는 징계양정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해고는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징계해고의 무효 확인과 해고일 다음날인 2023. 2. 1.부터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징계해고의 절차적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징계사유를 소명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관련법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피징계자에게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를 일정한 기간의 여유를 두고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징계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징계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가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 할 것이나, 그와 같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음에도 피징계자가 스스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출석통지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충분한 변명을 하였다면, 그와 같은 절차상의 하자는 치유된다(대법원 1993. 7. 16. 선고 92다5525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의 취업규칙에는 피징계자에게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를 일정한 기간의 여유를 두고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출석통지 전 K과의 면담과정에서 피해근로자에 대한 성적인 농담, 신체접촉 등 비위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받았고, 그 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이 사건 출석통지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각 비위행위에 관하여는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징계해고에 피고가 원고에게 징계사유를 소명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고사유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에는 징계해고의 사유가 된 원고의 행위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비록 각 비위행위의 구체적인 일시가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위 서면 기재 2의 가.항의 각 행위는 피해근로자가 C회사에 다시 입사하여 근무한 기간 중에 있었던 것으로 특정되고, 그 중 ⑤의 행위의 경우 원고 스스로 자술서를 통해 그 일시를 2022. 9.경으로 특정하고 있는 점, 위 서면 기재 2의 나.항의 각 행위는 원고가 피고 소속 직원들에게 한 발언에 관한 것으로, 원고는 위와 같이 발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맥락을 다투고 있을 뿐인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에 기재된 해고사유가 어떤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충분히 알고 대응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징계해고사유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취업규칙에 규정된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7,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소규모 회사로, 대표이사와 K 이외의 직원들은 모두 현장근로직인 사실, 피고의 관리총괄이사인 K은 2022. 12. 10.경 원고로부터 비위사실에 대한 자술서를 제출받고, 2022. 12. 12.경부터 12. 13.경까지 J, 원고, H, 피해근로자를 순차로 면담하여 원고의 비위사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사실, 원고가 작성한 자술서는 비위행위의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 및 그에 대한 원고의 해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이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73조에서 규정한 ‘비위자의 전말서’에 해당하는 사실, K은 2022. 12. 13.경 이후 원고와 피해근로자를 재차 면담하고 중재를 시도하였으나 피해근로자가 화해를 거절하였던 사실, 피고는 2023. 1. 18. 11:00경 O, P, Q 노무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비위사실에 대한 조사, 징계대상자의 해명, 비위사실에 대한 재조사, 인사위원회의 심의 등 피고의 취업규칙에 규정된 징계절차의 실질을 모두 갖추어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피고의 징계해고 절차가 위법하여 무효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징계사유의 존부에 대한 판단
인정되는 징계사유: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 2의 가.항 기재 ① 내지 ⑤의 각 행위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해근로자에게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 2의 가.항 기재 ① 내지 ⑤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증인 H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나아가 위 각 행위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68조 제9호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경우’, 제11호에서 정한 ‘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로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평소 근무시간 중 피고의 현장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C회사 현장사무실을 자주 방문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J 등 C회사 소속 직원이 있는데도 수시로 피해근로자에게 성적 농담을 하거나, 피해근로자의 손을 덥석 잡거나 손등을 만지거나, 피해근로자를 마주치면 피해근로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어깨동무를 하였다. 피해근로자는 원고가 손을 잡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을 시도할 때마다 싫은 내색을 하며 피하거나 “이거 놓으세요.”, “왜 이래요.”라고 하였다. J은 원고가 피해근로자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고, 수위 높은 성적 농담을 하는 것을 듣고 원고에게 성희롱이라고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
원고는 2022. 7.경 C회사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여 피해근로자에게 “야, 다리 좀 주물러봐라.”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C회사 소속 R 차장이 원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하니 표현함에 있어 조심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자, 원고는 기분이 나쁘다면서 “무슨 성희롱이냐.”라고 하였다.
원고, H, I는 2022. 9.경 모여서 피해근로자가 G과 사귄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지나가던 피해근로자를 불러 세워 “G 부장이랑 사귄다면서.”라고 말하였고, 피해근로자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J이 원고를 찾아가 피해근로자에게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항의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을 뿐이라며 반발하였다. 그 후 원고는 피해근로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근로자에게 “생각해보니 기분이 나쁘더라. 너 때문에 앞으로 C회사는 결품 나도 처리해주지 않겠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피해근로자가 평소 원고를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서로 마주치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친근하게 대했고, 원고가 2020. 8.경 피해근로자의 지인에게 취업을 알선해 주자 피해근로자가 감사의 표시로 술자리를 제안하여 함께 술을 마시는 등 친분이 두터웠음에도 피해근로자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원고와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고 진술한 것을 이유로 피해근로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근로자는 J과 면담을 하면서 그동안 원고가 한 말과 행동,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이후로도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에 기재된 것과 같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또한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 2의 가.항 기재 ①의 행위는 R 차장이 이를 목격하였고, J 차장은 원고가 피해근로자를 상대로 수위 높은 성적 농담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여 피해근로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며, 피해근로자가 수차례에 걸친 면담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고려하면, 피해근로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해근로자는 원고 이외에도 자신보다 연장자인 일부 직원들에게는 직함 대신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사용하였고, H의 진술에 의하면 원고와 피해근로자가 계단에서 마주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는데, 서로 인사치레 차원에서 하이파이브를 한 것 같았다는 것이며, 피해근로자는 과거 I에게 지인의 일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뿐 원고에게 직접 취업 알선을 부탁한 사실은 없는바, 원고가 든 사정들만으로는 피해근로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수시로 피해근로자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 그때마다 피해근로자는 원고를 피하거나 왜 이러냐고 하여 소극적으로나마 신체접촉을 거부하였는데, 그럼에도 원고는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였다. 피해근로자는 C회사 현장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여성 직원으로, 원고의 신체 접촉 행위를 목격한 J은 “저희 여직원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은,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저희가 보기에도 좀 안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
인정되지 않는 징계사유: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 2의 가.항 기재 ⑥의 행위, 2의 나.항 기재 각 행위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피해근로자에게 이 사건 징계해고 통지 서면 2의 가.항 기재 ⑥과 같은 말을 한 사실, 원고가 C회사가 제공한 자동차 범퍼 부품에 불량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직원들에게 “앞으로 C회사 품질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도와주지 마.”, “C회사는 애초에 망했어야 해.”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고, 피고가 원고의 위 2의 가.항 기재 ⑥의 행위가 성희롱 등의 행위에 해당하고, 위 서면 2의 나.항 기재 각 행위가 C회사와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각 행위를 징계사유에 포함시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에 의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각 행위가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2의 가.항 기재 ⑥의 발언에 대하여, 피고와 피해근로자 모두 원고가 어떤 뜻으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고, 위 발언의 경위나 상황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위 발언 행위가 성희롱 등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
위 2의 나.항 기재 각 발언에 대하여, 원고의 이러한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나, 직원들의 고충에 공감한다는 측면에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C회사의 직원들을 상대로 C회사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원고가 근무하는 동안 C회사에 대한 자동차 범퍼 완성품 납품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발언 행위가 피고와 원청인 C회사 사이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않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해고 통보 서면 2의 가.항 기재 ① 내지 ⑤의 각 비위행위만으로도 원고에게는 피고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징계해고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징계양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징계해고의 주된 사유는 원고가 피고와 직접 거래관계에 있는 C회사 소속인 피해근로자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하였다는 것이다. 원고는 다수의 작업자들을 관리하는 직장의 지위에 있어 원고의 행위가 다른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으므로 언행이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원고는 피해근로자에게 성희롱 내지는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여 비난가능성이 크다.
C회사는 피고에게 자동차 범퍼 부품 조립 업무를 도급 준 중요 거래처이고, 피고의 사업규모를 고려할 때 피고로서는 C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원고는 피해근로자에 대한 성희롱과 관련하여, C회사의 R과 J이 주의를 주자 이에 반발하였을 뿐 피해근로자에게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하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후 원고의 비위행위를 보고받은 C회사는 피고를 상대로 진상 파악을 요구하고, 공문을 보내 항의하였다. 피고로서는 C회사와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하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피해근로자는 원고의 위 각 비위행위는 물론, 그 후 원고가 이 사건 징계해고에 이를 때까지 자신에게 보인 태도 및 다른 직원들에게 “CCTV도 없고 무고다.”라고 말한 것으로 인하여 퇴사를 고려하였을 만큼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원고와 피해근로자는 2022. 9.경 이후로는 서로 거의 대화하지 않아 피고의 근무환경은 물론 C회사 현장사무실의 근무환경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의 현장사무실은 C회사 현장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원고와 피해근로자는 계단 등 공간을 일상적으로 공유하며, 원고는 업무상 수시로 C회사 현장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이러한 피고 사업장의 여건, 원고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피해근로자와의 관계 회복 내지는 최소한 이를 위한 진지한 노력 없이는 피고가 원고와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해고는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징계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양희(재판장) 김연수 이순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