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6. 1. 13. 선고 2024가단216643 판결

주문

1.

원고들 및 원고들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원고들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 승계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서비스자동차종합정비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망 E(F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8. 8. 4. 피고에 입사하여 퍼티 작업, 서페이서 작업 및 도색 작업으로 구성되는 차량 도장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며, 원고 A은 망인의 부, 원고 B는 망인의 모이다.

나.

망인은 2022. 10. 11. G내과, 인천광역시 의료원 응급실을 거쳐 H병원에 후송되어 발열, 복통, 설사, 6개월 전부터 약 5kg의 체중 감소 등을 호소하였고, 위 부속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2023. 9. 10. 위 병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3. 5. 18. '망인이 1995.부터 2022.까지 다수의 자동차 정비소에서 도장 업무를 수행하였음이 확인되고, 시너 등 유기용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 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라고 판단하여 망인의 위 병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고,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 요양급여,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받았다.

라.

참가인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2023. 11. 24.부터 2025. 10. 24.까지 원고들에게 유족연금 합계 2,123,08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가 제1 내지 4, 6, 7, 8, 10 내지 19호증, 갑나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청구원인

망인은 열악한 환기시설이 설치된 피고의 사업장에서 차량 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방진복, 보호장갑, 방독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작업 시 사용하는 시너, 페인트 등에 포함되어 있는 벤젠, 에틸벤젠, 에탄올, 스티렌, 이산화티타늄 등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망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망인에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하게 하고 결국 망인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바, 원고들에게 망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른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2)

돌이켜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 내지 4,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I협회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의 신체 내지 생명에 근로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망인이 피고의 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에서 혈액을 생산하는 조혈모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으로, 연간 10만 명 당 1, 2명 정도에서 발생하는바, 망인의 발병이 피고의 작업환경 자체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는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이 피고 등에게 위 병으로 인한 증상 등을 호소한 바 있다고 볼 만 한 증거나 자료도 없다.

나)

피고가 망인 등 근로자들의 발암물질 노출 위험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망인 등에게 보호장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망인 등이 정상적인 환기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작업공간에서 근무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또한 없다.

다)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서에 '피고가 방진복, 방진 마스크, 라텍스보호장갑 등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마스크는 주로 방독 마스크가 아닌 방진 마스크를 사용하였고, 보호복은 비용이나 계절적 요인으로 잘 사용하지 못한 채 일반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였으며, 여름에는 팔 부위가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었고, 코팅장갑 또한 수많은 시너 작업으로 금세 녹아 구멍이 생기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환기시설이 있는 경우에도 노후화된 것이 많았다'라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이는 망인의 진술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업무상 질병 여부 판정 당시 피고의 작업환경 등에 대한 별도의 조사 내지 평가가 이루어진 바는 없었다.

라)

오히려 피고는 망인 등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방진복, 방독 · 방진 마스크, 보안경, 도장용 장갑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여 이를 착용하도록 하고, 망인이 입사하기 전인 2017.경 도장 작업이 이루어지는 부스를 벤젠 등 유용성 물질이 아닌 수용성 물질을 사용하는 부스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마)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으로 포름알데이드, 토륨(Thorium) 232, 흡연, 엑스 및 감마 방사선(X- and Gamma-radiation), 벤젠 등을 들고 있는데, 2020.경부터 2022.경까지 매년 실시된 피고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고, 벤젠이 불순물로서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에틸벤젠이 검출 한계 미만 수준에서 검출되기는 하였으나, 망인이 에틸벤젠에 포함된 벤젠에 노출되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망인의 위 병이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는 없으며, 원고들이 위 병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에탄올, 스티렌, 이산화티타늄도 위 측정 결과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바)

한편, 망인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기 전 약 10년 동안 1일 반갑 정도의 담배를 피워 왔는데, 흡연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제암연구소가 제시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 중 하나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손해배상의 범위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

망인은 피고의 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하여 망인 및 유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였고, 참가인은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게 유족연금 2,123,080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하였으므로, 피고는 참가인에 대한 구상의무에 응하여야 한다.

나.

판단

참가인의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망인이 피고의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참가인은 대위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참가인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 및 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