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5. 2. 28. 선고 2024가단22658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F(이하 ‘망인’)은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고, 피고 E은 G병원(이하 ‘피고 병원’)의 운영자이다.

나.

망인은 2024. 1. 11.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좌측 가슴 등에 통증을 느꼈고 직장 동료인 H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망인을 태우고 같은 날 09:00경 피고 회사에서 출발하여 같은 날 09:13경 피고 병원의 주차장 입구에 도착하였다.

다.

망인은 위 주차장 입구에서 하차하여 피고 병원의 입구로 들어가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당시 피고 병원에서 병문안객 관리요원으로 근무 중이던 I(피고 E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J의 직원)은 같은 날 09:17경 망인을 휠체어에 태워 응급실로 이동하여 같은 날 09:22경 피고 병원의 응급실(이하 ‘이 사건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라.

망인은 이 사건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였고 같은 날 10:55경 K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12:32경 사망하였다.

마.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배우자 원고 A, 자녀 원고 B, C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 E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의료계약은 환자 측이 진료를 신청(청약)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의 묵시적인 승낙에 따라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이 피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하여 걸어가다가 피고 병원 정문 바로 앞에서 쓰러지자 이를 발견한 피고 병원 보안직원 I과 L이 망인을 인수하여 휠체어에 태워 병원으로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과 피고 E 사이의 의료계약은 망인이 묵시적으로 진료를 신청(청약)하고 I 등이 망인을 인수한 시점(2024. 1. 11. 09:15경)에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 E은 망인과의 의료계약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환자인 망인을 진료하고 그 과정에서 망인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의 주의를 다하여 필요한 처치를 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 이에 피고 E으로서는 I 등을 통해 망인을 인수한 즉시 망인의 혈압, 맥박, 호흡수, 심전도, 산소 포화도, 신경 이상증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 공급, 체위변경을 시행하는 등 망인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심장타격, 심장마사지, 인공호흡 등 심폐소생술, 적절한 수액치료, 혈압 상승제 투여 등 필요한 처치를 하였어야 한다. 피고 E은 I 등을 통해 09:15경 망인을 인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위와 같은 필요한 처치를 하지 아니하다가 약 8분여가 지난 09:23경에 이르러서야 최초 진료를 시작하였는바, 피고 E은 의료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또한, 피고 E은 의료계약에 따라 부수적으로 의료진의 관리·감독 하에 망인을 안전하게 이송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이 의료진의 관리·감독 없이 비의료인인 보안팀 직원에 의해 이송되도록 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은 이송 중 의료진으로부터 필요한 처치를 받지 못하였는바, 피고 E이 의료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음은 명백하다.

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의료인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하며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심정지 상태의 응급환자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발견하고 곧바로 응급조치를 시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은 물론 내원한 환자가 의료진의 관리·감독 하에 적절한 조치를 받으며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배려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비의료인인 보안팀 직원에 의해 의식불명의 응급환자인 망인이 이송되는 것을 발견하고도 최선의 처치나 응급의료를 행하지 아니하였고, 적어도 비의료인인 보안팀 직원에 의해 응급환자인 망인이 적절한 조치 없이 이송되도록 묵인함으로써 방치하였으며, I 등으로부터 09:16~09:18경 망인을 인수하고도 곧바로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였는바, 이는 의료진의 과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피고 병원 의료진들이 피고 E의 피용자이자 지휘·감독 하에 있었음은 명백하므로 피고 E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다.

I 등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I과 L은 피고 병원 보안팀 직원으로 비의료인에 해당하므로 쓰러진 망인을 인수한 뒤에는 곧바로 망인이 의료진으로부터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실에 호출을 한 뒤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그 지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망인의 상태를 살핀 뒤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망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임의로 망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응급실까지 이송함으로써 망인이 골든타임 내에 의료진으로부터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없도록 하였는바, 이는 I과 L의 과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또한, I은 30~40초면 바로 응급실로 출입이 가능한 동선을 두고도 휠체어가 지나갈 수도 없는 동선을 통해 응급환자인 망인을 3분 내지 7분이나 걸려 응급실 정문으로 이송하였던바, 1분 1초가 급한 심정지 환자의 이송을 지체한 것 역시 I과 L의 과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피고 E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J(이하 ‘J’)은 I 등을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 E에게 I 등을 파견하여 근로를 제공하게 하였는데 I 등은 질서유지와 같은 시설경비업무 외에도 환자 대응과 안내 등 업무를 하였고 그 일환으로 환자의 이송업무도 해왔으며 이 사건에 있어서도 I 등이 망인을 휠체어에 태워 응급실까지 이송하였는바, 위와 같은 업무는 피고 병원의 지휘·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 E의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 E은 I 등과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 E은 I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다.

라.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1)

망인은 주 5일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망인의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은 08:19:00까지이나 업무량이 많은 중소기업 특성상 아침 06:30 집에서 출발하여 07:00 피고 회사에 도착하여 조업을 시작하고 평균 21:00~22:00까지 남아 잔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망인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게시간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였고, 이에 망인은 발병 이전 12주간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약 61.35시간에 이르렀으며 피고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발병 이전 12주간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약 57.37시간에 해당하는 등 근로기준법에서 부여 및 준수하여야 할 주 52시간 한도를 훨씬 상회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 한편, 망인은 화장품 용기의 색상을 맞추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화학약품에 노출되어 마스크 등 보호 장구가 필요하였음에도 피고 회사는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망인은 화학약품과 그 냄새에 노출된 채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바, 망인은 장시간의 근무로 인한 과로, 신체적·정신적 부담과 긴장,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피고 회사로서는 망인이 52시간을 초과하여 과로하고 있었으므로 망인의 과로와 신체적·정신적 부담 및 긴장, 업무상 스트레스를 고려하여 근로시간을 조정하고 휴게시간을 명확하게 부여하여 망인이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고, 화학약품과 그 냄새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도록 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은 과로 등으로 인해 결국 이 사건 당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는바, 이는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2)

한편, 망인은 2024. 1. 11. 07:40경 출근하여 일을 하던 중 08:40경 좌측 가슴과 팔에 심한 통증이 오자 피고 회사의 직장 동료인 H 화장품사업부 과장에게 통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갔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운전이 불가능하여 1분 만에 돌아와 H에게 응급실에 데려다 달라고 말하였고, 이에 응급상황을 인식한 H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병원으로 가자고 하면서 피고 회사의 관리팀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망인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09:13경 피고 병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하였다. 망인은 피고 병원 응급실에 가기 전 회사에서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흉부 통증이 있어 H 과장에게 말하고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고, 피고 회사는 H으로부터 이와 같은 망인의 상태를 보고받았으므로, 119구급대를 부르거나 운전자(H) 외에 다른 직원을 동반하게 하고(특히, H이 주차를 하는 동안 피고인이 보호자 없이 대기하거나 주차로 인해 시간이 지연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므로 최소한 운전자인 H 외에도 다른 직원을 동반하게 하였어야 한다) 뒤따라서 피고 병원에 가거나 빠른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피고 병원에 전화를 해두는 등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저 H에게만 망인을 맡겨두고 사실상 근로자인 망인이 위급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는바, 이 또한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마.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주장

망인의 손해는 일실수입 335,689,121원, 위자료 60,000,000원이고, 원고들의 손해는 원고 A 20,000,000원, 원고 B, C 각 10,000,000원이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의 상속 비율(원고 A 3/7, 원고 B, C 각 2/7)에 따라 원고 A에게 189,581,051원(= 망인의 일실수입 상속금 143,866,766원 +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25,714,285원 + 원고 A 고유의 위자료 2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123,054,034원(= 망인의 일실수입 상속분 95,911,177원 + 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17,142,857원 + 원고 B, C의 고유의 위자료 1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다만 원고들은 명시적 일부청구로 위 손해배상액 중 1/2인 원고 A 94,790,525원, 원고 B, C 각 61,527,017원을 청구하는 바이다.

3.

판 단

가.

피고 E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피고 E과 경비계약을 체결한 J의 직원인 I 등이 쓰러져있던 망인을 휠체어에 태워 응급실로 이동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망인과 피고 E 사이에 의료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이 주장한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과 피고 E 사이에 2024. 1. 11. 09:15경 의료계약에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위 시점에 의료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원고들이 주장한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에게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신의칙상의 주의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있다거나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들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I 등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원고들이 주장한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I과 L에게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신의칙상의 주의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있었다거나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거나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I 등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원고들이 주장한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회사에게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었다거나 이를 위반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망인의 사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