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을 벌금 700,000원에, 피고인 B을 벌금 5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인천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고정1275
판결선고
2024. 12. 13.
범죄사실
피고인 A은 C단체 D노조 E병원 지부 지부장, 피고인 B은 위 D노조 소속으로 인천·부천 지역본부 조직부장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은 C단체 D노조 E병원 지부 지부장으로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명분으로 인천 남동구 F에 있는 E병원 본관 정문 앞 노상에서 '선전전'이라는 명목으로 오전출근시간에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피고인 B은 위 노조 인천·부천 지역본부 조직부장으로서 집회에 필요한 피켓 및 전단지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미신고집회를 개최하기로 공모하였다.
누구든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관한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2023. 7. 4. 07:17경부터 같은 날 08:00경까지 인천남동구 F에 있는 E병원 본관 정문 앞 노상에서,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문구가 기재된 피켓을 들고 '병원비보다 더 비싼 간병비!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 '누구나 마음 편하게 헌혈할 수 있도록 헌혈 휴가제도가 필요합니다'라는 글이 양면으로 기재된 전단지를 배포하는 집회를 주최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옥외집회 혹은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그에 관한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집회를 개최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G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서(피의자 H, I, J, K, L 전화통화)
카카오톡 대화내역
각 현장 사진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은 사유지인 병원 부지에서 병원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소수의 인원으로 짧은 시간 동안 통행 방해나 구호 제창 등 없이 마스크와 유인물을 나눠주고 건물 외벽에 붙어 피켓을 들고 있었을 뿐이므로, 피고인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옥외집회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관련 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이로 하여금 일정한 사항을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나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여 적법한 옥외집회나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고 하여 위와 같은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도9049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15797 판결 등 참조).
한편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이념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내용 및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집회의 목적, 방법 및 형태, 참가자의 인원및 구성, 집회 장소의 개방성 및 접근성, 주변 환경 등에 비추어 집회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나 일반 공중 등 외부와 접촉하여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조차 없거나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설령 외형상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라고 하더라도 이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미신고 옥외집회의 개최행위로 보아 처벌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도11518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1044 판결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들은 판시 병원 본관 정문 앞 노상에서 집회를 개최하였는데, 위 집회장소는 위 병원의 임직원은 물론 환자나 그 가족 등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장소인 점, ② 위 집회의 내용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간병비 문제 해결, 혈액 부족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위 병원 임직원이나 병원 이용자들 등 불특정 일반인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어 보여주고 전단지를 배포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위 병원 임직원들과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포함하여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실제 위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측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병원 내원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마치 병원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병원의 이미지 훼손과 신뢰 하락이 우려된다며 피고인들을 고소한 점, ④ 피고인들이 집회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거나 집회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사전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개최한 집회를 집회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나 일반 공중 등 외부와 접촉하여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조차 없거나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들이 개최한 집회는 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일정한 장소에 모인 경우로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인들은 위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한 노동조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옥외집회에 대하여 사전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목적, 위 집회의 경위, 목적, 시간, 장소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신고서를 제출함이 없이 위 옥외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들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항, 제6조 제1항, 형법 제30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피고인들 :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피고인들 :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판사 박종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