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D 어린이집(이하 ‘이 사건 어린이집’이라 한다)의 지역사회위원으로 이 사건 어린이집의 원장 E으로부터 E과 F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 사이의 단체교섭, 쟁의조정, 단체협약 체결(이하 ‘이 사건 단체교섭 등’이라 한다)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고, 피고 B은 이 사건 노조의 보육지부지부장으로 이 사건 노조 위원장으로부터, 피고 C은 이 사건 어린이집 교사이자 이 사건 노조 조합원으로 이 사건 노조 지부장인 피고 B으로부터 각 이 사건 단체교섭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다.
원고는 E과 함께 사용자측 당사자로, 피고들은 이 사건 노조측 당사자로 2022. 4. 22.부터 같은 해 7. 15.까지 총 4회에 걸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가졌으나 결렬되었다.
피고 B은 4차례에 걸친 이 사건 단체교섭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내용을 녹음(이하 통틀어 ‘이 사건 녹음’이라 한다)하였고, 피고 C은 그 녹음 파일을 공인노무사 G에게 전달하였다.
이 사건 녹음 파일의 내용을 근거로, H단체는 2022. 12. 16.경 원고가 행정사로서 공인노무사 또는 변호사 자격 없이 이 사건 단체교섭 대리를 하는 등 공인노무사법과 변호사법, 행정사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로, 2023. 3. 28.경 원고가 E과 함께 단체교섭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로 각 원고를 형사 고발하였으나 모두 혐의 없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10, 1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 B은 원고의 동의 없이 총 4회에 걸쳐 총 153분 13초 동안 원고의 음성을 녹음하여 그 파일을 피고 C에게 제공하였고, 피고 C은 그 녹음 파일을 공인노무사 G에게 제공하여 원고의 음성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28,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이 사건 녹음은 원고의 동의에 의한 것이고, 가사 이 사건 녹음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행위 등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판단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그러나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살펴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B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음성을 녹음하였고 피고 C은 위 녹음된 파일 등을 원고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 원고의 음성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다소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측과 사용자측이 모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협의하는 과정으로 사적인 대화가 아니고 공적인 영역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특히 피고들은 이 사건 노조의 대표로부터 이 사건 단체협약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에 임한 사람들이므로 단체교섭의 내용을 향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여 이를 공유할 필요가 있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단체교섭의 과정을 녹음하는 것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 C이 이 사건 녹음 파일을 공인노무사 G에게 전달하게 된 경위도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도 2022. 4. 22. 처음 만난 자리에서 피고들에게 그 대화내용을 녹음하겠다고 했고, 피고 B도 이에 동의하였다(갑 제6호증 4면). 따라서 그 때부터는 이미 E에 의해서도 단체교섭의 내용이 녹음되고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적어도 그 이후부터는 비밀녹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격권으로서의 음성권은 말 하는 사람의 고유한 음성의 특성에 관한 권리일 뿐 음성을 통하여 전달하려는 내용에 관한 권리는 아니므로, 녹음으로 인한 음성권 침해에 있어서 음성권의 보호영역은 타인의 음성을 녹음하여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일신 전속적인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바, 이 사건 녹음이 원고의 고유한 음성 그 자체를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바, 이로 인해 원고의 인격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호소하는 정신적 손해의 내용도 원고의 음성권 침해 그 자체 보다는 주로 이 사건 녹음을 근거로 한 각종 고소, 고발,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한 고통이다(이와 같은 고소, 고발이나 언론 보도 등이 피고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사건 녹음 파일을 순차적으로 전달받은 H단체에서 이를 근거로 원고를 고발하고 언론에 제보하기는 하였으나, 이것이 원고의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이 사건 녹음 내용을 공개하였을 뿐 음성 자체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5)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하는데 제3자가 이 사건 녹음만으로 원고 개인을 손쉽게 식별하기는 어려워 이 사건 녹음으로 인한 원고의 개인정보 침해의 정도도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녹음 경위나 제3자에게 전달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녹음으로 인한 피고들의 공적인 이익도 있었던 점, 이 사건 녹음파일의 전달만으로 원고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부당히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희경(재판장) 윤정인 유성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