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컴퓨터(이하 ‘이 사건 컴퓨터’라고 한다)는 타인의 급여명세서에 대한 접근권한이 제한되어 있지 않았고 피고인들이 부정한 방법이나 수단으로 급여명세서를 조회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들이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피해자들의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피고인 B: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피고인 C: 벌금 3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유죄의 이유’ 부분에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컴퓨터에서 자신의 식별부호를 입력하여 ‘베스트케어’에 접속한 후 이 사건 컴퓨터의 오류 등을 이용하여 타인의 급여명세서를 조회한 행위는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보관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한 행위에 해당하고 보아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 ‘침해’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도15457 판결 등 참조).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보호조치를 침해하거나 훼손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고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제48조와 달리 정보통신망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나 비밀을 보호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타인의 비밀 침해 또는 누설’에서 요구되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에는 부정하게 취득한 타인의 식별부호(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보호조치에 따른 제한을 면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등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하여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도1522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의 사내 정보통신망 온라인 시스템인 ‘베스트케어’(이하 ‘베스트케어’라고 한다)은 2018. 7.경부터 사용되었는데, 이 사건 병원의 임·직원들이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베스트케어에 자신의 사번과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로그인한 후, 개인정보 메뉴 중 급여개인명세서를 클릭하여 조회용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두 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및 제71조 내용<각주1> 및 개인정보 유출행위 등에 대한 경고 등의 문구가 기재된 팝업창이 화면에 나타나면 ‘예’를 클릭하여야 한다. 즉 베스트케어 서비스제공자인 이 사건 병원은 서비스이용자인 임·직원에게 자신의 급여명세서에 한하여만 접근권한을 부여하였고 제3자가 별도의 접근권한 없이 다른 임·직원들의 계정을 이용하여 베스트케어를 실행하거나 급여명세서를 확인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E노동조합 F 지부 소속이었는데 위 지부 사무실에 있는 공용 컴퓨터(이 사건 컴퓨터)를 통해 다른 임·직원들의 급여명세서를 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병원 내 다른 컴퓨터들과는 달리 이 사건 컴퓨터에서는 피고인들 자신의 식별부호를 이용하여 베스트케어에 로그인한 후 급여개인명세서를 클릭하면 타인의 이름과 사번을 입력하여 조회할 수 있는 창이 열리는 것이었다. 피고인들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베스트케어 프로그램으로 타인의 급여명세서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컴퓨터의 오류 등을 시스템 운영관리 부서 등에 알리지 않은 채 상당 기간 반복하여 피해자들의 급여명세서를 조회하였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식별부호를 입력하여 베스트케어에 정상적으로 접속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들의 급여명세서에 접근할 정당한 권한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컴퓨터에만 발생한 오류현상 등을 기화로 급여개인명세서 창에 피해자들의 이름과 사번을 입력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한다. 이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비밀번호를 부정하게 취득하여 입력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하였는바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 위반에 해당한다.
한편, 피고인들은 이 사건 병원이 베스트케어에서 타인의 급여정보를 조회할 수 없도록 접근권한을 제한하는 등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는바,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타인의 비밀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각주2>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병원은 급여명세서를 조회하기 위하여 2단계의 인증절차를 거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개인정보 유출행위에 대하여 경고하는 팝업창도 설정하였는바, 비록 기술적 오류 등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제한조치가 부분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병원이 타인의 급여명세서에 대한 접근권한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이 사건 병원이 위와 같은 오류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신속하게 발견하지 못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여러 정상을 종합하여 그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정당한 권한 없이 직장동료들의 개인 정보가 포함된 급여명세서를 조회하였다. 특히 피고인 A의 경우 범행기간이 15개월 이상, 범행횟수가 총 1,348회이며, 피고인 B의 경우 범행기간이 9개월 이상, 범행횟수가 총 1,033회에 이르는바,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한다.
판사 이정민(재판장) 정우영 장민석
각주1)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및 제71조] -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 정당한 권한이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각주2) 피고인들이 위 주장의 근거로 원용한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도1086 판결은 서비스제공자가 처음부터 별도의 로그인 절차나 개인인증절차 없이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주소를 해당 주소의 마지막 숫자 2자리만 다르게 설정하여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접근권한 제한조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인데 반하여, 이 사건은 상당 기간 여러 장치와 단계로서 접근권한 제한조치가 존재하였다가 기술적 오류 발생으로 인하여 제한보호조치가 일시적·부분적으로 느슨해진 경우이므로 위 대법원 판결과 사안을 달리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