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12. 4. 선고 2024노59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사기의 점)

피고인은 당시 F을 통해 피해자에게 디자인을 의뢰하였을 뿐, 피고인의 자금력이나 대금 지급 능력 등에 관하여 피해자를 직접 기망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에게 그 대금 1,100만 원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도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기망 행위 및 편취 범의를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자백의 번복

1)

피고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자백이 항소심에서의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증명력 내지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4091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기의 점에 대하여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부인하였다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뒤 제2회 공판기일에 번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여 자금을 결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하였는데, 당심에 이르러 다시 기존의 자백을 번복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에서 변호인의 조력 아래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있었던 상태에서 자백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자백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원심에서 했던 자백의 신빙성이 쉽사리 배척될 수도 없다.

더 나아가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정에 대하여 다음 항에서 살펴본다.

나.

사기죄의 성부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도8651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2021. 12.경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의 상무인 F을 통해 그의 대학교 후배인 피해자에게 ㈜D의 로고 디자인을 의뢰하였고(계약서는 작성되지 아니함),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로고 디자인을 납품받고도 대금 지급을 지연하다 2022. 1.경 F의 돈으로 대금 300만 원을 지급하였다.

②

피고인은 2022. 5. 2. F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G 그룹의 브랜드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을 의뢰하였고(이하 ‘이 사건 디자인 용역’이라 한다), 계약서 작성 없이 납품기한 2022. 5. 31. 대금 1,1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합의하였다. 피해자는 2022. 5. 25.경 이 사건 디자인 용역 결과물을 납품하고, ㈜D에 공급가액 및 세액 합계액 1,10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③

피고인이 운영하던 다른 사업체인 ‘Q’는 신용보증기금 대지급금 1억 9,185만여 원을 연체하여 그 채무불이행정보가 2021. 5. 17. 신용보증기금에 등록되었다. 피고인은 2022. 1.경부터 이 사건 계약 당시까지 ㈜D의 이사 E, 상무 F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결국 ㈜D는 2022. 11. 9. 인천지방법원에 91,198,000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록되었다.

3)

구체적 판단

관련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과 그로 인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당시 피해자에게 위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그 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디자인 용역을 공급받고도 대금 1,1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 과정에서 직접 피해자에게 자금력이나 대금 지급 방안에 관하여 설명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F은 ‘당시 피고인이 대금으로 1천만 원(부가세 별도)을 지급할 것이라고 하여 피해자에게 그 계약 조건을 전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 역시 수사기관에서 ‘계약단계에서 F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였지만, 피고인도 대금의 액수 등 이 사건 계약 내용의 조건을 잘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는 이 사건 디자인 용역 이전인 2021. 12.경에도 F을 통해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여 디자인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금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F과의 구두 협의 후 디자인 결과물을 납품하면 피고인으로부터 그 대금을 지급받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한 F을 통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보인다.

③

F은 수사과정에서 ‘당시 ㈜D는 피고인의 지인들로부터 단순히 견적문의만 받아 견적 작업만 해왔을 뿐이고 실제로 사업이 진행된 건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스스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D는 2022년에 발주처로부터 단 한 건의 사업도 제대로 발주 받지 못하였고, 이미 직원들의 급여조차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전화통화에서 ‘㈜D가 이 사건 계약 당시 대금을 지급할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시인하기도 하였다.

④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D 로고 디자인 용역 대금도 지급할 여력이 없어 F의 개인 돈으로 지급하였고, ㈜D가 2022. 11.경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록되었으므로 그 이전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채무를 갚아오지 아니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당시 해외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⑤

위와 같은 피고인 및 ㈜D의 당시 재정 상황, ㈜D의 객관적인 자금수급 가능성, 이후 피고인의 대금 지급 회피 정황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계약 당시부터 이 사건 디자인 용역을 공급받더라도 피해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범의도 넉넉히 인정된다.

다.

소결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은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의 양형은 피고인에게 유리․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부영(재판장) 이정원 이상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