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 A, 피고 B, 피고 C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41,100,410원과 이에 대하여 2022. 12. 3.부터 2025. 8. 2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 D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A, 피고 B, 피고 C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D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피고 D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2022. 8. 5. 10시경 이천시 E에 있는 4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인 F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이 사건 화재로 인한 연기가 이 사건 건물의 4층으로 유입되어 그곳 G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H이 질식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원고는 망인의 사망사고를 산재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2022. 12. 2. 망인의 유족에게 합계 171,334,776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의 유지부터 점검,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비상대피 및 화재예방교육을 진행하며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대피유도 등의 긴급대응과 보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던 피고는 비상경보설비가 정상 작동되었음에도 이를 오작동으로 잘못 판단하여 화재수신기에 설치된 비상경보장치 차단 버튼을 눌러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들이 일시적으로 정상작동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등의 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2021. 11. 30. 법률 제1852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방시설법'이라 한다)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쳐 그 손해를 확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인 A, B, C과 공동하여 망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원고에게 구상금 141,100,41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피고의 위법행위 내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22. 6. 8.부터 이 사건 건물의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되었으므로,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으로서 소방시설을 유지·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잠금·차단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는데, 이 사건 화재 발생 직후 이 사건 건물의 1층 출입구에 설치된 화재수신기가 화재감지 신호에 따라 비상경보설비를 정상 작동시켰음에도, 이 사건 건물의 내부 상황을 확인하거나 실제 화재로 인한 작동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러한 소방시설의 작동을 단순한 오작동으로만 판단하여 화재수신기에 설치된 비상경보장치 차단 버튼을 눌러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들이 일시적으로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차단함으로써,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단 등의 행위를 하였고, 이는 소방시설법위반 등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리고 피고가 앞서 본 소방안전관리자 내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으로서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근거인 소방시설법은 특정소방시설대상물 등에 설치하여야 하는 소방시설 등의 설치·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거나 화재 등의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도 하다(현행 소방시설법 제1조 또는 구 소방시설법 제1조).
하지만 앞서 든 증거에 을라 제1부터 3호증, 을라 제5호증의 1, 2, 을라 제6호증의 1부터 5, 을라 제7부터 12호증의 각 기재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해 이 사건 건물의 1층 출입구에 설치된 화재수신기의 화재감지 신호에 따라 비상경보설비가 울리자 이 사건 건물의 밖으로 나와 화재로 인한 연기나 불꽃을 확인하였으나 연기 등을 발견하지 못하여 화재수신기의 오작동으로 잘못 생각하고 화재경보장치를 차단하였고 이 사건 건물의 내부 상황까지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러한 피고의 조치로 이 사건 건물의 소방시설들이 일시적으로 정상 작동하지 못하였지만,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위층에서 사람들이 불이 났다고 하면서 내려오자 바로 화재수신기의 비상경보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이 소방시설이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시간이 15초가량으로 매우 짧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화재수신기의 비상경보장치를 재작동시킨 후 바로 119 화재신고를 하였고,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연기 배출 및 간호사 탈출 등을 도왔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도 연기를 흡입하여 급성 기관지염 등을 않기도 한 점, ④ G의원에 연기가 올라오자 망인을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등은 신장투석 치료를 받던 환자들을 급하게 대피시키는 데 주력하였으므로, 설령 피고가 화재수신기 등을 정상 작동하게 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앞서 본 피고의 위법행위 내지 과실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망인의 사망 사이에 규범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법행위 내지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구상금의 액수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A, 피고 B,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 D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권순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