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6. 5. 29. 선고 2026구단5002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 소속 배달 기사로서 (차량번호 1 생략) 이륜차(이하 '이 사건 이륜차'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음식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다.

나.

원고는 2025. 5. 1. 13:52경 이 사건 이륜차를 운전하여 인천시 계양구 C 앞 도로를 부천 방면에서 서구 방면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위 도로는 총 7차로로 되어 있는데, 중앙차로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용주행로(이하 '이 사건 전용주행로'라고 한다)<1>이고, 1, 2차로는 좌회전 차선, 3 내지 5차로는 직진 차선, 6차로는 우회전 차선이다.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는 'BRT전용 전일제' 노면표시가 되어 있고 이 사건 전용주행로와 1차로 사이에는 청색실선<2>과 차선변경차단봉이 설치되어 있다. 원고는 당시 부천 방면에서 서구 방면(D초등학교 방면)으로 진행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6차로 옆의 E 방면의 도로에서 나와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 차선인 1차로 진입하였고 1차로에서 차량들이 서행하자 차선변경차단봉 사이로 이 사건 이륜차를 주행하여 이 사건전용주행로에 진입하게 되었다. 마침 동일한 방향으로 이 사건 전용주행로를 하이퍼스프라임 버스(이하 '이 사건 버스'라고 한다)가 진행하고 있었던 탓에, 이 사건 이륜차와이 사건 버스의 앞 범퍼가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별지1 사고현장약도 참조).

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는 ① 다발성늑골골절, 좌측 4~11번, ② 외상성 혈기흉, 좌측, ③ 폐좌상, 좌측, ④ 비장의 손상, ⑤ 간 또는 담낭의 손상, ⑥ 양측 치골결합의 외상성 파열, ⑦ 좌측 상 치골지의 골절, ⑧ 좌측 하 치골지의 골절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

라.

원고는 2025. 5. 16. 피고에게 위 상병들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5. 7. 23.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신호또는 지시 위반'에 해당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5. 12. 26.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심사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8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백색실선이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버스전용차로를 표시하는 청색실선도 '진로변경의 제한'을 의미할 뿐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행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신호 또는 지시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범죄행위'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설령 원고의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행위는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버스가 제한속도 50km/h를 26km/h 초과한 76km/h의 속도로 주행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원고는 앞 차량과의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긴급히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이므로 원고의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낮은 불가피한 행위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행위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갑 제3 내지 5, 7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가)

이 사건 전용주행로는 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전용주행로로서 전용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차로에 해당하므로, 전용차량이 아닌 차량은 이 사건 전용주행로를 통행하여서는 아니된다(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3호 가목, 제4호, 제18조 제2항, 도로교통법 제15조 제3항 참조).

한편 전용차로표시 중 청색실선은 '차마가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임을 표시하는 것'이다(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6] Ⅱ. 개별기준 제5호 중 일련번호 504 참조).

도로교통법(제15조 제3항)이 직접 정해진 차종 이외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전용차로 구분선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정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가 청색실선을 넘어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행위는 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제2항,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에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나)

원고는 6차로 옆의 E 방면 도로에서 나와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 차선인 1차로까지 진입한 후 1차로와 이 사건 전용주행로 사이에 설치된 청색실선과 차선변경차단봉을 통과하여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하였고, 원고는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이 사건 전용주행로가 BRT버스전용차로인 것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원고는 요양급여신청서에 '배달 중에 소비자의 전화를 받고 빨리 와달라는 하여 급한 마음에 차가 많이 밀려서 피치 못해 순간적으로 버스전용도로에 진입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고, 피고에게 제출한 2025. 8. 1.자 의견서에는 '냉면을 싣고 가다가 차가 많이 밀려서 부득이하게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려고 하였다'고 기재하였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냉면을 배달하고 있었는데 냉면 같은 경우는 붓게 되면 환불이 많이 이루어져서 제가 4,000원을 벌려다가 20,000원을 물어내는 경우도 있다 보니 서두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가 급한 마음에 6차로에서 1차로까지 도로를 가로지른 후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점, 원고가 평소에도 이 사건 전용주행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청색실선과 차선변경차단봉을 통과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전용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서둘러 배달을 하기 위해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안전표지 등을 착오한 과실로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바, 이러한 행위를 이륜차 운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는 위 나)항에서 본 것과 달리 앞 차량과의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긴급히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고가 2025. 6. 3.경찰 조사 당시 '1차로의 앞 차량과의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핸들을 틀다보니 발생한 사고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피고에게 제출한 2025. 9. 5.자 추가의견서에서 '원고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은 앞 차와의 접촉사고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직후인 2025. 5. 16. 작성한 요양급여신청서 및 2025. 8. 1.자 의견서에는 위 나)항에서 본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하였다는 내용이 없는 점, '급한 마음에 차가 많이 밀려서' 또는 '차가 많이 밀려서 부득이하게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려고 하였다'는 기재는 접촉사고를 피하기 위해 긴급하게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하였다는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점, 앞 차와의 접촉사고 우려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앞 차량과의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긴급히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설령 앞 차량과의 접촉사고를 피하려고 긴급히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급하게 배달을 하기 위하여 6차로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1차로까지 주행하였던 점, 1차로에서는 앞선 차량들이 좌회전 신호에 따라 서행하며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달리 돌발적인 상황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원고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앞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당시에 비가 와서 노면이 미끄러웠고 바빠서 마음이 급해 서두르다보니 아무래도 빨리 가서 그렇게 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접촉사고의 위험은 원고가 급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면서 전방 주시 등을 태만히 하여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한 원인은 원고에게 있다.

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버스가 제한속도 50km/h를 초과하여 약 76km/h로 주행 중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버스가 원고를 인지한 지점은 충돌지점으로부터 약 20m 후방이었고, 이 사건 버스의 정지거리는 건조한 노면임을 전제로 약 56.6m(= 공주거리 21.1m+제동거리 35.5m)인데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가 내려 노면이 습윤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실제 정지거리는 56.6m보다 훨씬 길었을 것이므로, 이 사건 버스의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고 급제동하였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이 사건 버스가 제한속도 50km/h로 주행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건조한 노면임을 전제로 정지거리를 계산하면 약 29.1m(= 공주거리 13.8m+ 제동거리는 15.3m)이고 습윤한 노면으로 인해 실제 정지거리는 더 길었을 것이므로 20m 전방에 있던 원고와의 사고를 피하기가 어려웠다고 보인다. 한편 이 사건 전용주행로는 전용차량 외에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그 경계에 청색실선 및 차선변경차단봉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버스의 운전자로서는 어떤 차량이 이 사건 전용주행로에 진입할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사건 버스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주행한 것이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또는 주된 원인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장우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