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들은 K에 있는 재활용쓰레기 수집, 운반, 선별업체인 (유)L에서 일을 하는 회사원들로, 피고인 A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L 지회 지회장이고, 피고인 B는 같은 지회 사무장, 피고인 C은 같은 지회 안전부장, 피고인 D은 같은 지회 문체부장, 피고인 E은 같은 지회 홍보부장, 피고인 F은 같은 지회 회계감사, 피고인 G은 같은 지회 조합원, 피고인 H은 같은 지회 기획부장인 사람들이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L 지회는 2014. 2.경 결성되어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유)L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하였으나, (유)L 내에 한국노총 소속의 다른 노조가 설립되어 2015. 4. 중순경부터(유)L 회사로부터 단체교섭 단일화 요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노동조합(민주노총 측)의 조합원이 다른 노조의 조합원 수보다 적어 교섭대표노조에 선정되지 못할 것이 예상되자 2015. 5.경 집단으로 연차 휴가를 신청하여 회사를 압박하기로 마음먹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5. 5. 3.부터 2015. 5. 13.사이에 약 6일 동안 M에 있는 N시청 앞에서 (유)L로부터 연차휴가 신청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L 지회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 대우 시정, 조합원들에 대한 업무감시 등 근로조건의 향상 등을 이유로 하는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방법으로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2015. 5. 18.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위 (유)L로부터 연차휴가 신청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하루 5명씩 집단 연차휴가를 내고 위 (유)L의 다른 노조인 한노총 조합원 근로자들이 운행하는 재활용 쓰레기 공동수거차량을 따라다니는 등으로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노동조합 조합원의 투표 등을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함과 동시에 위력으로 피해자 (유)L의 쓰레기 수집, 운반 업무를 방해하였다.
판단
공소사실의 구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집단적으로 연차휴가를 신청하고 그 허가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하였는데,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는 쟁의행위를 위해 필요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만 한다) 제41조 제1항의 투표를 거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그 행위가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 행위의 목적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에 규정된 쟁의행위는 당사자가 임금·근로시간 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그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행위는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쟁의행위에 대한 각종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01. 23. 선고 90도28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쟁의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피해자 회사도 피고인들이 근로조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을 내세우면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업무저해성의 존부
쟁의행위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연차신청 후 노무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피해자 회사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없다.
피해자 회사는 N시로부터 재활용품 수집 운반 및 선별장을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총 근로자수는 88명 정도로서 공동주택 수집운반팀, 단독주택 수집운반팀, 선별장 3팀으로 구별하여 운영하고 있고, 피고인들은 38명이 근무하는 단독주택 수집운반팀 소속으로서 5톤 차량은 3인 1조로, 1톤 차량은 2인 1조로 근무하고 있는데, 연차신청인 수는 2015. 5. 8. 최대 8명이고 나머지 날들은 5 내지 6명이 연차휴가를 신청하였을 뿐이었다. 피해자 회사는 위 기간 동안 대체인력을 동원하여 현장에 투입하거나 3인 1조 팀을 2인 1조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거업무를 진행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 회사의 규모, 피고인들이 맡고 있는 업무 내용 및 업무의 대체가 능성, 집단적 연차휴가 신청인의 수 등을 종합해보면,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저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소결
따라서 피고인들이 근로조건을 목적으로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노동조합법위반 부분은 무죄이다.
업무방해의 점에 대한 판단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위력으로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위 나항의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사제출의 증거들(당시 민원이 증가했고 대체인력 충원을 위해 유형·무형의 노력이 필요했으며, 회사의 명예가 손상되었다는 취지의 피해자 회사의 주장)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피해자 회사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 부분 역시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피고인들이 N시청에서 회계감사를 요구하거나 위탁취소를 요구하는 등의 집회를 하거나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수거차량을 따라다니는 행위 역시 피해자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은 범죄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허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