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1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사건정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결
사건
2019고단785
판결선고
2019. 11. 27.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군산시 B에서 산업구조물 제조업을 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의 대표이사이고, 피해자 주식회사 D(이하 '피해자 회사')는 시흥시 E에서 산업구조물 제조업을 하는 법인이다.
피고인은 2017. 9. 중순경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그 소속 상무인 F에게 '피해자 회사가 주식회사 G으로부터 수주받은 MAP-OHC 구조물 제작을 대신 해 줄 테니 2억 2천만 원을 선급하여 주면 이를 원자재 업체에 지급하여 미리 원자재를 확보한 다음 그 제작원가를 낮추어 위 구조물을 제작 및 납품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한 다음 피해자 회사와 구조물 제작 및 납품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 회사로부터 2억 2천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원자재 확보 비용이 아닌 C의 외상채무 변제, 대출금 이자 지급, 밀린 임금 등의 운영비 지급 등 소위 '돌려막기' 식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고, C의 부채가 합계 약 62억 원에 이르는 반면 별다른 자산이나 수익이 없어 끝내 2017. 11. 27.경 C에 대한 파산신청을 하게 되는 등 경제적 상황 역시 매우 열악한 상태였으므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송금받은 금원으로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거나 이를 통해 위 구조물을 정상적으로 제작하여 납품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7. 9. 22.경 C 명의의 H은행 계좌(I)로 선급금 명목의 2억 2천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J, F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경찰 및 검찰 각 피의자신문조서
J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파산신청서, 채권자목록, 비교대차대조표, 비교손익계산서, 일반채무현황, 조세 및 미지급 급여 현황, 소송현황, 각 소송자료, 수사보고(본건 선급금 사용처 확인), 발주서 1부, 자재납품내역 1부, 포드구조물 구입내역, 포드 제작 구분, 제작 LIST 1부, C 사급자재 사용 내역, 고소장(증거목록 순번 27 내지 36 각 첨부서류 일체 포함), 표준재무제표증명 등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납품대금의 30%를 계약금으로 선급받기로 했으나 그 일부만 지급받는 등 제때 대금결제를 받지못하여 납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사정이 있었고, 2017년 상반기 이후 총 15개 공사가 수주 예정이었고 투자금 유치나 3억 6천만 원 상당의 미수채권 보유 등 회사 운영상 재정적인 문제가 없었던 상태였으나 2017. 11. 거래처와의 분쟁으로 대외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갑작스럽게 파산신청에 이른 것일 뿐 피해자 회사와의 구조물 제작 및 납품 계약 체결 당시 정상적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에 대한 기망행위나 편취 의사가 없었다.
판단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며(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와의 계약 당시 선급금 명목의 돈을 받더라도 그에 따른 자재구입 및 구조물 제작·공급을 제대로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한 상태에서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선급금을 수령하였다고 판단된다.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J 및 실무를 담당한 상무이사 F은 최초 고소 시점 이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C와의 계약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자재대금 인상이 계속되고 있으니 구조물 제작을 위한 자재를 먼저 싸게 구매하여 확보할 수 있도록 납품대금 9억 1천만 원(부가세 별도)의 30% 상당액을 선급금으로 줄 것을 요구받았고, 이후 상호 협의를 통해 부가세를 포함한 2억 2천만 원을 지급해 준 것이며, 피해자 회사가 미리 확보하고 있던 7천만 원 상당의 자재까지 피고인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하여 위 구조물 제작·공급 계약상 납품 전에 미리 선급금을 지급한 경위에 관하여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자재구입을 위한 선급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사실을 자인하였는바, 그렇다면 당사자들 사이에 위 선급금이 오직 자재구입 목적으로만 한정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수수의 주된 원인은 이 사건 구조물 제작·공급을 위한 자재 확보 및 구입에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선급금 수령 당일부터 불과 4일만에 대출채무 이자, 거래처에 대한 외상대금, 체불임금 등의 각 지급과 개인 명의 계좌 이체 등으로 거의 전액을 소비해 버렸을 뿐 애초의 수수 목적인 자재구입에 사용하지 않았고, 2017. 11.까지 약정 납품물량 중 4% 상당에 불과한 55,000,000원(부가세 별도)의 구조물을 단 1회 공급한 것에 그쳤으며, 위 구조물은 대부분 피해자 회사가 기왕 제공한 자재로 제작되었고, 그마저 하도급업체에 도장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해자 회사가 대납 후 납품받았을 뿐이다.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전후 무렵의 C 재무상황을 보면, 자산 46억 원 대비 채무총액이 62억 원 상당으로 이미 부채가 자산을 크게 초과하고 있었고, 2017년 상반기부터 다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 문제로 근로기준법위반 진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140여 개 상당의 거래업체들에 대하여 제작·포장·운송 등의 각 관련 대금결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수차례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등 외상대금이 누적되어 있어 재정난이 심각했던 사정이 확인되고, 결국 2017. 11. 27. 공식적으로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는바, 이러한 전후의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의 구조물 제작·공급을 위한 자재를 원활히 확보하거나 구입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수주 예정 공사들은 그 수급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고 미수채권의 회수 여부 또한 불확실하였으며, 거래처인 주식회사 K와의 분쟁만으로 갑작스럽게 대외신뢰도가 하락하여 파산신청에 이르렀다는 피고인 주장이나 그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L의 법정진술은 이를 수긍하거나 믿기 어려운 반면, 앞서 본 각 재무상황들은 C가 상당기간 계속된 재정난으로 이미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착오를 유발 또는 이용함으로써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추단함에 아무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로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선급금을 수령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논지의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이유 참작)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양형이유
피고인이 구조물 제작·공급을 제대로 이행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2억 2천만 원을 수령한 범행 경위나 피해 규모 등 내용에 비추어 죄책이 중한 점, 피고인의 경영실패로 결국 회사가 파산에 이르러 현재까지도 피해자 회사와의 원만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보다는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책임을 엄히 물을 필요가 있다.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확정적인 고의로 이 사건 계약 체결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일부나마 피해자 회사에 공급된 납품 내역 및 반환된 자재 내역이 확인되고, 피해자 회사를 위해 5천만 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었던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범행 전후 정황 등 제반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하되 사회봉사명령을 부가하여 그 집행을 유예한다.
판사 노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