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4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B에 대한 사기의 점은 무죄.
이유
범죄사실(2022고단149)
피고인은 전북 장수군 C 소재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D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과 피해자 E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0. 6. 25. 서울 강남구 F건물 지하 1층에 있는 G 식당에서 피해자에게 " 항공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항공학원 면허 갱신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 1억 5,000만 원을 빌려주면 면허를 해결하는데 사용하고 한 달 후 바로 변제하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빌리더라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리조트 인테리어 비용, 경매방어 비용, 금융기관 이자 등에 사용할 계획으로서 피해자에게 고지한 바와 같이 항공학원 면허 갱신에 이를 사용할 의사가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2018. 7.경부터 2019. 1.경까지 H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였으며, 2014. 5.경부터 2015. 7.경까지 I 등으로부터 4억 5,330만 원을 차용한 후 이 중 약 2억 원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었고, 2020. 3. 31.경에는 춘천지방법원에 32,831,000원 상당의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된 상태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H은 2019. 4.경부터 서울보증기금 등에 855,697,000원 연체 채무가 있었으며, 2018년 영업 손해가 6억 6,240만 원 상당이었다. 게다가 피고인 운영의 D은 소유 토지 등에 채권최고액 87억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영업 손해가 4~6천만 원 상당이었고, 국세 미납 등을 이유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피해자에게 약속한 변제기인 한 달 이내에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0. 6. 25. 피고인 명의의 J조합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5천만 원, 2020. 7. 1. 같은 계좌로 1억 원을 각각 송금 받아 합계 1억 5,0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사건정보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판결
사건
2022고단149
판결선고
2024. 7. 11.
전주지방법원남원지원
판결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의 법정진술
증인 K의 일부 법정진술
카카오톡 대화내역, 이체내역, 사진
신용분석보고서 2부, 기업정보보고서 2부
동산경매기일통지서, 유체동산매각공고
1, 각 등기사항전부증명서(증거목록 순번 11~16번)
판결문 각 1부(증거기록 제1권 제74~87, 91~93면),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결과 1부, 판결문 2부
유죄의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 E에게 항공학원 면허 갱신에 필요하다면서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리조트 경매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돈을 빌린 것이고, 변제기도 4개월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1개월 내에 갚겠다고 말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1억 5,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처음 입금한 2020. 6. 25. 기준으로 피고인과 피해자는 만난 지 1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때였고,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금전거래가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만남의 시작에 관한 피고인 측 증인 K의 증언을 보면, 처음부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투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만난 것 또한 아니고, 우연히 만난 것에 더 가까웠다. 이처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인적 신뢰관계가 충분히 두텁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L리조트가 어려운 상태임을 알면서 L리조트를 위하여 선뜻 1억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정식의 차용증이나 담보 설정도 없이 빌려주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의 주장처럼 L리조트의 재산에 경매가 진행되는 등의 상황은 모르고(K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당시 L리조트 재산에 전체적으로 경매가 개시된 것은 아니고 수목 등 일부에 대해서만 경매가 개시된 것이며, 실제로 L리조트 소유 부동산의 등기부를 보면 이 사건 차용 당시 특별한 강제·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가 마쳐진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단지 항공학원 면허 갱신 문제 때문에 돈을 빌려줬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피고인 역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을 빌린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제일 먼저 대답한 내용이 "지금도 그런 마음이지만, 리조트를 처분하더라도 항공학원 만큼은 살리고 싶었습니다."라는 것(녹취서 제6면)에서 알 수 있듯이, 1억 5,000만 원 차용 당시 피고인에게 가장 급한 것은 항공학원 문제였기에 그 면허 갱신 명목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③ 피고인은 2020. 6. 25.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이후 피해자에게 항공기 관련 사진들을 다수 보내주기도 하였는바, 차용 명목이 항공학원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돈을 빌린 경위, 즉 항공학원 면허 갱신에 1억 5,000만 원이 필요한데, 사업 관련 면허라는 것이 한 번 취소되면 다시 취득하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던 자신이 도와주고 싶었으나, 당장 1억 5,000만 원을 빌려줄 여유는 없어서 난처해하자, 일단 5,000만 원을 오늘 주면 시간을 조금 벌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고, 며칠 있다가 1억 원을 추가로 주면 된다고 하여 그에 따라 합계 1억 5,000
만 원을 주게 된 것이라는 전체적인 경위에 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1억 5,000만 원이 사용된 용도를 보면, 공소사실이 적시하는 기망행위 내용인 항공학원 면허 갱신과는 관계가 없음은 물론, 심지어 피고인이 차용 명목이라고 주장하는 경매 중단 비용과도 관계가 없는 인테리어 공사비용 채무변제에만 1억 원 정도 사용되었다(심지어 이 채무는 2016년경 발생한 것인바, 이는 피고인에게 변제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유력한 징표이다). 또한 피고인의 검찰 진술대로라면 대출을 막고 있는 원흉이었던 체납된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차용인: 전북 장수군 L리조트 대표이사 A. 상기 차용인은 2020. 7. 1. 피해자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여, 2020. 10. 30. 상환하기로 약속합니다."라고 기재된 차용증을 근거로 변제기는 4개월이고, 차용의 목적도 항공학원이 아닌 L리조트를 위함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 차용증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피해자와 상의하여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받은 이후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한 문서로 보일 뿐이고, 피해자의 서명 또는 날인 등 피해자가 관여했다는 최소한의 표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은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을 어떻게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묻는 질문에 대하여 "코로나가 6월쯤 되면 끝난다고 이야기들이 있어서 1인당 1억 2,000만 원 정도 학생 교육비 생각할 때 '한 달'에 10명만 모아도 충분하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였다."라고 대답하였는바, 이 역시 최초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때 1개월 내에 갚겠다고 말하였다고 볼 근거가 된다.
피고인이 사건 당시 운영하고 있던 영업장은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체불 사례가 많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다수의 벌금형 전과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항공학원은 물론 L리조트 또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이거나 매출이 0원인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아니었고, 피해자의 대여금이 입금된 계좌내역을 보더라도 당시 피고인의 자금이 전체적으로 경색되어 있던 것 또한 확인된다.
피고인은 다른 법인이나 개인으로부터 L리조트를 담보로 하여 금전을 마련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편취의 범의가 없다는 취지로도 다투나, 금전을 대여한 3년이 지나도록 추가 담보설정에 성공하기는커녕 대여금 일부도 변제하지 못하다가 공판과정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원금을 분할하여 변제한 사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구상하였다는 방안이 현실성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는 면피용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이는 2023고단204호 사건에 증거로 제출된녹취록에서 피고인이 B에게 보여준 행동과도 일치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개월 ~ 10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2유형]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실질적 피해 회복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0개월 ~ 2년 6개월
[집행유예 참작사유]
주요긍정사유: 실질적 피해 회복
주요부정사유: 미합의
선고형의 결정: 징역 1년 4개월, 집행유예 3년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2007년에 횡령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적 있다). 공판 과정에서 피해 원금은 변제하였다.
피해 회복과 별개로 피해자의 용서는 받지 못하였다. 원금이 회복되기까지 3년 넘게걸렸고, 피해자의 경제적 피해도 피해이지만, 긴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피해규모도 상당히 크다. 앞서 유죄의 이유에서 살펴보았듯이, 각종 이종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무죄 부분(2023고단204)
공소사실
피고인은 전북 장수군 C 소재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D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과 피해자 B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0. 2. 일자불상경 서울 강남구 봉은사역 인근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필리핀 수빅 공항의 전체 사용권을 가지고 있다. 공항 일부를 인테리어해서 사무실을 개관하고, 한국에 있는 M 항공의 비행기를 모두 옮겨 필리핀 수빅에 항공학원을 개설하고자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 또 필리핀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할 예정인데 비용이 부족하다. 3억 원을 빌려주면 6달 안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빌리더라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리조트 인테리어 비용, 경매방어 비용, 금융기관 이자 및 개인 생활비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고지한 바와 같이 필리핀 수박 공항 사용권 구매 등에 이를 사용할 의사가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2018. 7.경부터 2019. 1.경까지 H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였으며, 2014. 5.경부터 2015. 7.경까지 I 등으로부터 4억 5,330만 원을 차용한 후 이 중 약 2억 원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었고, 2020. 3. 31.경에는 춘천지방법원에 32,831,000원 상당의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된 상태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H은 2019. 4.경부터 서울보증기금 등에 855,697,000원 연체 채무가 있었으며, 2018년 영업 손해가 6억 6,240만 원 상당이었다. 게다가 피고인 운영의 D은 소유 토지 등에 채권최고액 87억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영업 손해가 4~6천만 원 상당이었고, 국세 미납 등을 이유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피해자에게 약속한 변제기인 6달 이내에 3억 원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0. 2. 24. 위 사무실에서 1억 원 수표 2장, 1천만 원 수표 10장 등 합계 3억 원을 교부 받았다.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B'을 기망하여 그로부터 3억 원을 교부 받았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고소장에 첨부(고소장에 서명날인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는 관계로, 고소장의 구체적인 기재 내용은 법원이 알 수 없으나, 고소장에 첨부되어 있다는 것은, 피해자가 인지하고 있던 서류임을 암시한다)한 각서(증거목록 순번 3번)에도 "각서인(피고인)은 2020. 2. 24. 피해자가 소개한 대주 N으로부터 5억 원을 차용하고, 그중 2억 원은 피해자가, 그중 3억 원은 각서인이 사용하였으나 (중략) 각서인이 사용한 3억 원과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800만 원을 2020. 9. 30.까지 변제하지 못할 경우 각서인 소유인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할 것을 각서한다."라고 되어 있어, 피고인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N으로부터 5억 원을 차용하였다는 취지이다.
또한 경찰 대질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돈을 빌려올 때에 5억 원에 대한 차용을 했고, 3억 원은 제가 쓰고, 2억 원은 피해자가 썼는데, 제가 차용증을 써준 사람은
N입니다. N에게 돈을 변제하여야 하는 거지, 제가 피해자에게 돈을 변제할 이유는 없는 거죠.'라고 답변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는 "최초 변제를 약속한 2019. 8. 15.까지 3억 원을 변제하였다면 피고인의 말이 맞지만, (그때까지) 돈을 변제하지 못하였고, 1달 정도 후 피고인을 찾아가 위임장을 보여주며 N에게 돈 모두 변제했으니 나에게 변제하면 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라고 반박하였고(증거기록 제2권 제356면), 이후에도 "저도 인정하듯이 최초 차용증의 대주는 N이 맞습니다. 변제기를 지키지 않아 제가 정리하고, 피고인이 저에게 각서를 제출한 것도 맞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권 제361면).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 역시 피고인이 2020. 2. 24. 돈을 차용한 상대방은 피해자가 아니라 N이고, 피고인이 N에게 변제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피고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자신이 N에게 대위변제하고 그 위임을 받아 채권자의 지위에 서게 되었다는 취지이다. 이는 오히려 2020. 2. 24. 당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고, 피해자가 증인신문 때에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서류라고 주장하던 N과 피고인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증거목록 순번 12, 15번)가 오히려 2020. 2. 24. 당시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서류라고 판단될 따름이다.
한편 피고인이 제출한 서류 중 날인 등을 이유로 피해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 피고인과 N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증거목록 순번 12번)에 피해자가 2020. 9. 16. "본 계약서를 채무자(피고인)에게 반환함. 현금 2억 원을 피해자가 N에게 반환합니다."라고 자필 기재한 부분, ◦ 피고인이 2020. 2. 24. 피해자에게 2억
원을 변제기 2020. 8. 31.로 하여 대여하여 준다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증거목록 순번 16번), ◦ N이 "본인은 2020. 2. 24. 피고인에게 대여한 5억 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관련된 모든 사항에 관하여 피해자를 대리인으로 정하고, 위 사항의 업무 처리를 위한 모든 행위를 위임한다."고 하면서 작성하여 준 2020. 10. 12.자 위임장(증거목록 순번43번, N 증언 녹취서 제2, 3면)이 있는데, 이 서류들 내용 또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특히 피해자가 N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시점이 이 사건 차용일로부터 약 8달 정도 지난 때라는 사실은 적어도 2020. 2. 24. 당시의 대주는 피해자가 아니라 N이라는 결론에 더 부합한다. 왜냐하면 위임장의 일반적인 의미 자체가 진정한 권리 주체인위임인(N)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수임인(피해자)으로 하여금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므로, 대여금을 청구할 권리가 원래 N에게 있지만, 이를 피해자로 하여금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고인의 직접 관여 없이 피해자가 N을 찾아가 받아온 위임장이라는 사실 역시, 피고인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피고인과 N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피고인에게 반환한다는 2020. 9. 16.자 문구가 다른 계약서가 아닌 피고인과 N과 사이의 2020. 2. 24.자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것도 의미가 있다. 이는 결국 N은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받으면서 3자 사이의 법률관계에서 빠져나가고, 피고인이 사용한 3억 원에 관하여도 더 이상 피고인 상대로는 N이 청구하지 않겠다, 즉 나머지 3억 원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해결을 보되, 피고인이 누구에게 변제할 지에 대하여 불안할 수 있으니 안전장치 차원에서 N 명의로 되어 있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반환하겠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N도 법정에서, '나 머리 아프니까 피해자 보유 김포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발생하는 수익에서 5억 받고 끝내겠다.'고 피해자에게 말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증언 녹취서 제3면). 이는 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반환하기 전까지는 N이 피고인 상대로 무언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위(= 대주)에 있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위 서류들 작성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피고인이 필요한 돈은 3억 원이었는데, N으로부터 5억 원을 빌리는 것처럼 서류가 작성되었으니, 내가 필요로 하지 않고 실제로 피해자가 사용할 2억 원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차용하는 식의 서류를 작성한 것이다)은 자연스럽다. 반면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법률관계를 이해하기에는 작성된 서류들과 조화로운 설명을 하기에 곤란한 측면이 많고, 피해자의 연령이나 경력을 고려할 때 서류의 법적 의미를 잘 몰랐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피해자는 기소 직전까지도 N에게 실질적인 전보 조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증거기록 제1권 제185면 하단), 이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N에게 변제하였다는 증빙서류를 가져오면 피해자에게 변제하겠다는 각서(증거목록 순번 13번)를 작성하여 준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다투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피해자가 사건에 대한 기억이 비교적 정확하였을 수사 초기에 한 진술에 따르더라도 N이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이 있는 사무실로 와서 5억 원(현금 2억 원 + 수표 3억 원)을 주고 떠났다는 것인바(증거기록 제2권 제242면), 만약 N이 5억 원을 피해자에게
대여하고, 피해자가 그중 3억 원을 다시 피고인에게 대여하는 구조였다면, 굳이 N이 피고인의 사무실까지 와서 피고인을 본 후 돈을 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피고인이 N으로부터 직접 변제 독촉을 받는 등의 사정은 없었던 듯하나, 이는 N 입장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변제를 받든, 아니면 피고인을 소개시켜 준 B으로부터 변제를 받든 별 차이가 없었던 것에 기인할 뿐으로 여겨진다.
한편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N에게 2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증언 녹취서 제13면). 하지만 정작 피해자가 받아 온 돈은 이를 훨씬 초과하는 5억 원에 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머지 3억 원을 피고인이 어떻게 사용한다는 취지의 말은 N에게 전혀 안 했다는 것이다. 필요한 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빌리면서도 나머지 사용 명목이나 사용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N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그중 일부인 2억 원을 다시 피해자에게 빌려주었고, 피고인 입장에서 어차피 N에게 변제할 금원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이 사용한 2억 원을 N에게 변제하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제출된 각종 처분문서 기재와도 부합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진행하던 부동산 사업 관련 자산으로 N에게 충분히 담보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그런 식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일 수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기소 무렵까지도 N에게 실질적인 전보 조치가 마무리되지 못한 이상, 그러한 입장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N이 피해자를 믿고 합계 5억 원을 빌려준 거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금전소비대차계약 당사자 자체는 N으로 보아야 한다. 피해자와 N 사이의 법률관계에 따라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제3자 변제 또는 보증인 대위변제 등에 따른 민사책임을 물을 여지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증거기록만으로는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고,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민사책임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형사상 사기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현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을 수정하여 유죄로 인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만약 피해자를 현재 피해자로 유지한다면 피해자가 단순히 변제할 것을 믿고 2020. 2. 24. 피고인에게 3억 원을 교부한 것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N과의 금전문제를 해결할 의사와 능력 없이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가 일종의 보증인처럼 N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만든 것이 주로 문제될 텐데, 이는 피해자의 주장과도 상반될 뿐만 아니라 기망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변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를 N으로 변경한다면, 피고인이 N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것인지 또는 일종의 삼각사기 사건으로 봐야하는지 여러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원식
각주1) 공소사실에는 "B 관련 3억 원" 부분 기재도 있다. 피고인이 B에 대하여 민사상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다고 보이나, 어찌 되었든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무죄로 판단하는 부분이다. 이에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해당 부분은 삭제하였다.
각주2) 실제로 피해자는 L리조트에 방문한 것이 돈을 주기 전인지, 돈을 주기 후인지 헷갈린다고 증언하였다. 피해자는 증인신문과정에서 휴대전화로 L리조트를 언제 방문했는지 찾다가 바로 찾지 못하고, 증언을 마친 후에야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다. 그 자료를 보면 피해자가 1차 입금 후 2차 입금 전인 2020. 6. 26. L리조트에 방문한 것이 확인되는바(즉, 돈을 주기 전이기도 하고, 후이기도 하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2020년의 상황에 대하여 기억에 기초하여 상당히 정확하고 진실되게 증언한 것으로 판단된다.
각주3) 기록상 피해 원금 1억 5,000만 원은 변제된 것이 확인되므로(2023. 8. 3. 6,000만 원 +2023. 8. 4. 5,500만 원 + 2023. 8. 25. 950만 원 + 2023. 8. 28. 1,600만 원 + 2023. 9. 18. 950만 원), 양형기준에서 말하는 '실질적 피해회복'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각주4) 기록에 등장하는 각종 서류 중 피고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D, L리조트로 되어있는 것도 있는데, 모두 사실상 피고인에 관한 서류들이므로, 이하에서는 이들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피고인으로만 특정한다.
각주5) 피고인이 돈을 빌린 직후인 2020. 3. 12.경 피해자와 통화한 녹취록에서도, "N 대표(N)한테 3억 원만 더 빌릴 수 있는가" 묻는 것이 확인되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대응을 전체적으로 보면 피해자가 대주의 지위에 있다기보다는 피고인에게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알선 내지 소개시켜주는 위치에 더 가까워 보인다(증거기록 제2권 제543, 544면).
각주6) 피해자가 N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취지로 작성된 서류(증거목록 순번 44번) 역시 이 사건 차용일로부터 한참 지난 2020. 9. 14.자의 것이다.
각주7) 참고로 피해자와 N 사이에는 5억 원에 관한 어떠한 차용증도 작성되지 않았다(증거기록 제1권 제186면, 피해자 증인신문 녹취서 제9면).
각주8)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초반부 및 증거기록 제1권 제34, 35면 등 참조
각주9) 이런 점에서 피고인과는 일면식도 없고 만나본 적도 없다는 N의 수사기관 진술(증거기록 제1권 제33, 37면)은¦
각주10) 신빙성이 없다.
각주11) 피해자를 상대로도 심한 독촉은 없었던 듯하다(피해자 증언 녹취서 제14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