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전라북도의 피해자에 대한 보조금지급내역 및 피해자의 보조금사용내역 등을 확인하여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문구를 기재할 수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확인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추측에 의거하여 피해자가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고용하였다는 사실관계가 확정적으로 존재한다는 취지로 피켓시위를 하였는바, 이는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 [다시 쓰는 판결]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6. 7. 15. 전주지방법원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같은 달 23. 확정되었고, 2015. 11. 12. 같은 법원에서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같은 달 20.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2016. 5. 20. 전주시 완산구 효자로 225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노동자 탄압에 대형로펌(F)을 고용하는 C! 그 비용으로 노동자 복직이 먼저다'라고 기재된 피켓과 '해고자 복직 요구에 소송결과를 보자던 전북도청! 보조금으로 대형로펌(F)을 고용한다. 전북도청이 책임져라!'라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여, 전북도청을 출입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마치 피해자가 전북도청으로부터 받은 재정지원금 및 벽지노선 손실보상금을 지원받은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형로펌 선임비로 사용하여 회사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처럼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해자 ㈜C이 전북도청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고용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도 같은 해 5월 말경 ㈜C 전무이사인 I으로부터 전북도청 보조금을 대형로펌을 고용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고, D과 E에 대한 C의 해고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같은 달 23., 24., 26., 27., 30., 31., 같은 해 6. 1., 6. 2., 6. 8., 6. 9.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1인 피켓 시위를 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총 11회에 걸쳐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각 훼손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켓에 기재한 내용을 '피해자가 전라북도에게서 받은 재정지원금과 벽지노선손실보상금을 지원받은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형로펌 선임비로 사용하여 회사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탄압한다'는 취지로 전제한 다음, 피해자가 전라북도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고용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도 피해자의 전무이사인 I으로부터 전라북도 보조금을 대형로펌을 고용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으며, D과 E에 대한 피해자의 해고처분은 정당하므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매년 운영적자로 재정 지원금과 벽지노선 지원금 등을 지급받아 운영하고 있으므로, 보조금으로 직접 대형로펌 선임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보조금 등으로 대형로펌을 고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피해자는 부당해고된 근로자들과의 쟁송에서 계속 패소하였음에도(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결, 대전지방법원 2015. 7. 15. 선고 2014구합102776 판결) 근로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은 채 대형로펌인 F을 선임하여 소송을 계속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1인 시위를 하여 피해자의 행태를 규탄하고, 감독관청인 전라북도에 대하여 관리·감독을 촉구한 것이고,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C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
판단
관련 법리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으로서 사실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사실 적시행위는 시간,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구체적 사실이란 표현에 사용된 의미를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의미에 좋아 이해할 때 오관의 작용에 의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화되고 증거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는 특정인의 과거 또는 현재 구체적 사건 또는 상태를 말하고, 의견은 가치 판단적이어서 단순한 사실과 구별되어 사실관계나 사람에 대하여 어떤 인식 또는 견해를 갖거나 평가하기나 판단하기나 태도를 결정하는 등 정신적 활동의 표현을 뜻한다(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등 참조).
문제된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 또는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과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구별은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 판결,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도19255 판결 등 참조).
형법 제307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범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하는데,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도1538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거나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설령 "보조금으로 대형로펌(F)을 고용한다"는 부분이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형법 제310조에서 정한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
피고인이 피켓 시위를 하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상급단체로 하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C지회(이하 '운수노조지회'라 한다) 조직쟁의부장 D, 사무장 E에 대하여 징계해고 의결을 하였고, 이에 D, E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 인용되었다. 피해자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다시 대전지방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관련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1>
피해자는 이에 소송대리인으로 대형로펌인 F 법률사무소(이하 'F'이라한다) 소속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2> 대전고등법원에 항소를 하였는데, 대전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해자의 청구를 인용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노동자 탄압에 대형로펌(F)을 고용하는 C! 그 비용으로 노동자 복직이 먼저다.", "해고자 복직 요구에 소송결과를 보자던 전북도청! 보조금으로 대형로 펌(F)을 고용한다. 전북도청이 책임져라!"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 탄압에 대형로펌(F)을 고용하는 C! 그 비용으로 노동자 복직이 먼저다"라고 기재한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는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운수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사실상 거부하였으며, 그에 대하여 적법한 단체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D, E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우발적으로 저지르게 된 것을 이유로 D, E을 해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대전지방법원 제1심에서도 계속 패소하였음에도 근로자를 복직시키지 않은 채 대형로펌을 선임하여 쟁송을 이어나갔다. 노조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은 표현이 이루어지게 된 전후 맥락 등을 감안하면, "노동자 탄압"이라는 표현은 사실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또는 평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인다. 또한, "그 비용으로 노동자 복직이 먼저다"는 부분도 근로자를 복직시키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부분 표현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해고자 복직 요구에 소송결과를 보자던 전북도청! 보조금으로 대형로펌(F)을 고용한다. 전북도청이 책임져라!" 라는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위 표현의 주된 취지는 감독관청인 전라북도에 대하여 관리·감독을 촉구한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피해자에 대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위와 같은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는 2015년경 전라북도로부터 재정지원금 및 벽지노선 손실보상금으로 3,410,636,000원을 지급받았고, 이를 전부 직원의 임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피해자는 전라북도로부터 위와 같이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았더라면 막대한 운영적자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3> 피해자가 대형로펌을 선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응 보조금에 의하여 재무상태의 건전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해자가 전라북도로부터 수령한 보조금으로 직접 F 선임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피해자의 운영적자가 심각하여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어야만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은 결국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선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켓시위를 하게 된 경위, 피해자의 재무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켓의 내용은 '피해자가 운영적자로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어 운영되는 회사인데도 고액의 수임료를 줘야하는 대형로펌을 선임하여 소송을 이어가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달리 '피해자가 전북도청으로부터 받은 재정지원금과 벽지노선손실보상금을 지원받은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형로펌 선임비로 사용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지 아니하는바, '보조금으로 대형로펌을 선임하였다'는 부분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고, 이는 정황의 과장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의 전무이사 I이 피고인에 대하여 '피해자는 전북도청 보조금을 대형로펌을 고용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보조금으로 대형로펌(F)을 고용한다"는 부분을 허위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고, 이에 포함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은 운영 적자인 대중교통 운수회사에 지급한 보조금 내역에 대한 전라북도의 감독을 요구하는 것으로 지역사회의 공동 관심사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항은 아닌 점, 피고인은 전라북도 청사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방법으로 시위를 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비방적 표현은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강두례(재판장) 김상우 박미영
각주1) 위 판결에는 'C이 올바른 통상임금을 산정하여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러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새로이 운수노조지회를 구성하고 노동조합법에 따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운수노조지회의 요청을 무시하면서 그 조합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여 왔다. 그리고 C은 법원으로부터 운수노조와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받고서도 오히려 쟁의행위 중에 세로이 근로자를 고용하고, 가처분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를 장기간 진행하면서 계속하여 단체교섭을 사실상 거부하였다. 그러자 운수노조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단체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D, E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우발적으로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운수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C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각주2) C은 F 법률사무소 변호사 G, H과 착수금 4,000만 원(부가세 별도), 성공보수 5,000만 원(부가세 별도)로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
각주3) 피해자의 재무제표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5. 4. 1.경부터 2015. 12. 31.경까지 국고보조금 5,814,207,420원을 수령하였으나, 당기순이익은 216,894,075원에 불과하고, 2015. 3. 20.부터 2015. 3. 31.경까지는 국고보조금 189,352,928원을 수령하였으나, 658,850,803원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