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의 발언 및 징계처분
원고는 피고의 B지역본부 본부장으로서 2021. 3. 24. 노사간담회 자리에서 사무환경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콜센터를 ‘사창가’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였다(갑 제2, 5, 7호증, 을 제4호증).
원고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원고는 “부임해서 직접 콜센터를 방문해 보았더니 조심스럽지만, 아크릴로 높게 막힌 답답한 사무환경이 마치 사창가가 연상되었습니다.”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칸막이가 쳐져 있고, 상담직원들이 밀집해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사창가 같다.”라거나 “상담직원들이 근무하는 콜센터 사무실 공간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마치 사창가 같다.”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이하 원고의 위 발언을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
피고 공단 이사장은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계절차를 거쳐 2021. 6. 24. 원고에게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갑 제2호증, 을 제4호증).
성희롱의 정의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이 사건 발언의 내용 및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갑 제2호증)에 의할 때,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발언이 위 성희롱의 요건 중 ‘상급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인지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하지 않고, ② 간담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는 피고 공단 콜센터 공무직 직원은 이 사건 발언의 상대방이 될 수 없으며, ③ 피고 공단 콜센터 공무직 직원과 같은 집단에 관한 발언으로 그 집단에 속한 개별구성원은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
성희롱의 요건으로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콜센터의 사무공간이 협소하고 밀집도가 높으며 아크릴판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을 사창가에 비유한 것은, 쇼윈도 구조로 되어 있는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염두에 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발언은 콜센터 직원들을 성매매 종사자에 비유하는 것과 같은 암시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와 관련된 언어적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직장의 상급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들이 일하는 모습을 성매매 종사자에 비유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발언은 성희롱의 요건으로서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원고에게 콜센터의 열악한 사무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견이 있으나, 표현의 본질적인 내용은 동일하므로, 위와 같은 차이는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인다.
콜센터 직원이 이 사건 발언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발언이 있었던 노사간담회에 피고 공단 콜센터 공무직 직원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적 언동에 의한 성희롱은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참조).
이 사건 발언이 이루어진 노사간담회는 피고 공단 B지역본부 노사 간 상견례 등을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원고는 본부장으로서 사용자 측을 대표하고 노동조합 측 참석자는 위 본부 소속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위 자리에서 노동조합 측 참석자에게 한 발언은 위 본부 소속 모든 근로자에게 공유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할 것이고, 실제로 이 사건 발언은 위 본부 콜센터 공무직 직원들에게 모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본부 콜센터 공무직 직원들에 대하여 노사간담회 참석자 등을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 공단의 다른 콜센터 공무직 직원 역시 노동조합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발언을 접함으로써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집단에 관한 발언으로 개별구성원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발언은 피고 공단 콜센터 공무직 직원이라는 비교적 작은 범위의 집단에 관한 것이고, 아크릴판으로 구분된 협소한 공간이라는 근무 환경은 위 직원들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공단 콜센터를 사창가에 비유함으로써 피고 공단 콜센터 정무직 직원 개개인에게 모두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발언이 집단에 관한 것이었다고 하여 그 집단에 속한 개별구성원에 대한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절차상 하자 유무
원고의 주장
피고 공단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사건처리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 의하면, 성희롱 고충의 접수·조사는 고충상담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고충상담원의 접수·조사 없이 감사실의 조사 자료만으로 징계가 이루어진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판단
피고 공단 감사실은 2021. 3. 29.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혐오발언 보고’라는 제목의 신고를 받아 2021. 4. 1.부터 이틀간 이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갑 제5호증). 감사실은 조사를 마친 후 2021. 4. 14. 피고 공단 인사혁신실(윤리경영부)에 위 사건에 관한 업무를 이관하였다(을 제1호증). 피고 공단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전문위원회는 감사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원고의 소명서와 콜센터 직원들의 진정서를 추가로 제출받고 2021. 5. 11. 위 사건에 관한 심의·결정을 하였다(갑 제5호증).
이 사건 지침 제4장은 성희롱·성폭력 고충이 있는 경우 고충상담원에게 신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고충상담원에게 이를 접수할 의무를 부과하며, 위와 같이 접수된 사건에 관하여 고충상담원에 의한 조사 기간·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위 사건에 관한 업무가 인사혁신실로 이관된 이후 고충상담원에 의한 별도의 사건 접수 및 추가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지침 중 고충상담원에 관한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양성평등기본법 등에서 이 사건 지침을 마련하도록 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그 신고 방법 등을 마련하고 조사 절차 등에서 유의할 사항을 정함으로써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규정을 고충상담원에게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접수·조사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기관에 의한 같은 사건의 접수 및 조사를 배제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는 없고, 고충상담원에 의하여 접수·조사된 사건에 한해서만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전문위원회가 심의·결정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고충상담원에 의한 사건의 접수 및 조사가 없었다고 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고충상담원에 의한 사건의 접수·조사가 없었던 것이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충상담원에 의한 사건의 접수·조사에 관한 규정이 피해자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고, 피신고인의 절차적 권리 내지 방어권 보장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잘못은 원고에 대한 징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남 현
판사 허윤범 김민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