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 근로자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D이 하루 1~2시간 정도만 근무하는 대가로 월급 5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D은 매월 급여를 수령한 뒤 그중 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피고인 측에게 다시 반환하는 방법으로 월급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D이 1일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임을 전제로 계산된 임금,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퇴직금,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C과 D 사이의 실제 근로관계와는 맞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과 같은 금품 청산의무 및 퇴직금 지급의무,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 근로조건 명시서면 교부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D이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으므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툴 근거가 있어 일단 D이 주장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뿐이지 정당하게 산정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고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데, 원심판결에서 적시한 증거 중 공인노무사인 E의 법정진술, 의견서, 퇴직금계산결과표나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퇴직금계산결과표는 증거능력이 없거나 단순한 의견에 불과하므로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면 안되고, 그 외의 증거는 신빙성 및 객관성이 부족하다. 도리어 원심증인 G의 진술 등으로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위법이 있다.
판단
D이 실제로 피고인으로부터 임금 명목의 돈을 계좌로 수령한 다음 그중 일부의 돈을 다시 피고인 측에게 반환하였던 점, G이 원심에서 “피고인과 D, H과 식사를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당시에 D이 ‘사무실을 한두 시간 봐줄테니까 4대보험 정도만 보조해달라’고 피고인, H에게 이야기를 했고, 피고인, H이 30만 원 정도는 보조해 줄 수 있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하였던 점 등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일부 부합하는 정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심에서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D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품 청산의무, 퇴직금 지급의무,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 근로조건 명시서면 교부의무를 각각 위반하였던 사실 및 이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심은 크게 ① D 진술의 신빙성, ② 주식회사 C의 징계위원회가 작성한 2020. 8. 12.자 징계의결서(증거목록 순번 38)의 내용, ③ 그 밖에 F 사업비 변경의 건(증거목록 순번 33) 및 이에 첨부된 서류, 카카오톡 대화내용(증거목록 순번 41), ㈜C 근로계약서(증거목록 순번 46) 및 이에 첨부된 서류의 각 기재 내용을 이유로 들어, D이 하루 8시간을 근무할 의무가 있는 근로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였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D이 하루 1~2시간 정도만 근무하는 대가로 월급 5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에서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근로관계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앞서 가.항에서 언급한 사정을 제외한 급여명세표, 4대보험자료, I노동위원회 J 주식회사 C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정서 등 객관적인 자료는 모두 D이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인 근로자임을 전제로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부합한다. 그리고 D이 재직하는 기간에 ㈜C에서는 D이 하루 근로시간 8시간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계산된 임금을 매월 지급하여 왔다.
D의 월 급여가 기존 175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상승하거나(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형식적으로 책정된 D의 월 급여를 올려줄 이유도 딱히 설명되지 않는다), 4대보험료 공제로 D의 월 급여 실수령액이 매달 달라지는데, 그에 비해 D이 피고인 측에게 반환한 금액은 변동이 없다.
G의 진술도 D을 채용하기 전 피고인, D, H 사이에 그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일 뿐이므로, 최종적으로 피고인과 D이 실제로 그와 같이 동일하게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로 보기 어렵다.
D은 주로 ㈜C의 전주 본사 사무실에 있으면서 사무실을 관리하고, 간혹 피고인 측이 전주에서 처리해 할 업무가 있는 경우 그 업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D의 근무시간이 매일 1~2시간이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은 D의 채용 경위, D이 매월 수령한 급여 중 일부를 피고인 측에 반환한 사정 등을 참작해 보면, D의 근무내용이나 강도 등에 비추어 D이 월 급여를 받은 후 피고인 측에게 일정 금액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D과 사이에 그러한 약정이 있다고 해도, 이는 피고인 측이 D에 대하여 가지는 별도의 약정에 의한 반환채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금채권에 대한 공제 혹은 상계는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D의 약정에 따른 일정 금액 반환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피고인에게는 D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금품 청산의무, 퇴직금 지급의무,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 근로조건 명시서면 교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판결에서 적시한 증거 중 공인노무사인 E의 법정진술, 의견서, 퇴직금계산결과표나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퇴직금계산결과표는 증거능력이 없거나 의견에 불과하므로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의 의견서, 퇴직금계산결과표는 작성자인 E이 원심법정에 출석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하였고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각 수사보고<1>는 피고인이 동의하였으므로<2> 일응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나아가 E의 법정진술, 의견서, 퇴직금계산결과표나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각 수사보고의 내용은 단순히 의견이 아니라 D의 진술과 재직기간, 급여, 해고 경위 등을 토대로 임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금액을 계산한 계산자료로 볼 수 있으므로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D이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으므로, 퇴직금의 존부와 범위를 다툴 근거가 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고의가 없다고 주장한다.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089 판결). 그런데 원심에서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급여명세표, 4대 보험자료, I노동위원회 J 주식회사 C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정서 등 객관적인 자료는 모두 D이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인 근로자임을 전제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도 D에게 매월 급여로 50만 원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 그중 일부를 반환받았을지라도 위와 같이 서류에 기재된 금액(하루 근로시간 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일단 D에게 지급하여 온 점, ③ 그밖에 피고인이 D에게 밝힌 퇴직금 지급 거절 이유,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등 미지급 당시의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D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그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곤(재판장) 김진웅 오서진
각주1) 피고인이 주장하는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퇴직금계산결과표’는 증거목록상 무엇을 특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증거목록상 ‘퇴직금계산결과표’는 E이 작성한 것만 있다. 따라서 이후에는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각 수사보고’에 대하여 판단한다.
각주2) 변호인의 동의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증거조사 완료 전까지 그 동의가 취소 또는 철회하지 아니한 이상 일단 부여된 증거능력은 그대로 존속하는데(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도1628 판결 등 참고), 원심에서 증거로 채택한 ‘근로감독관이 작성한 각 수사보고’ 중 피고인의 동의 없이 증거능력이 인정된 것이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