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제주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3고정996
판결선고
2014. 5. 15.
제주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3. 3.경부터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동조합 호남제주지역본부의 C대학교 지부장을 맡고 있다.
피고인은 2013. 6. 19.경 C대학교 총장에게 전국대학노동조합 호남제주지역본부의 간부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회의장소를 대여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이를 이유로 2013. 6. 24.경 총장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다시 거부당하자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마음먹었다.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2013. 6. 25. 17:00경부터 같은 날 18:10경까지 사이에 제주시 D 소재 C대학교 본관 입구 계단에서 전국대학노동조합 호남제주지역본부 간부 및 C대학교지부 조합원 총 25명이 참가하여 일부는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십시오", "대학노조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우리와 대화하십시오"라고 기재된 피켓을 들고, 모두 함께 "노동탄압 중단하고 단체교섭 이행하라!", "합법노조 인정하라!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옥외집회를 주최하였다.
증거의 요지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 및 E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F, G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피고인의 진술서
미신고 집회 관련 판독결과 통보, 각 사진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항, 제6조 제1항
노역장 유치 :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① 이 사건 집회는 대학교 내에서 이루어진 집회로서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② 이 사건 집회가 신고 대상 옥회집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의 모든 업무가 종료된 17:00경부터 40분 정도에 걸쳐 정당한 이유 없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총장에 대하여 항의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대학교는 외부인이 대학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학생 및 교직원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출입이 허용되는 곳이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정도로 약간의 소음이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한 바 없는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집회의 주최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며, ③ 대학교 내 집회의 경우 경찰서에서 별도의 신고를 받지 아니하고 있어 피고인이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던 것이어서 이는 금지착오에 의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며,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의 집회는 설사 그곳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닐지라도 그 장소의 위치와 넓이, 형태 및 참가인원의 수, 집회의 목적과 성격 및 방법 등에 따라서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집시법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에 포함된다. 다만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이념과 집시법 제2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22조 제2항의 내용 및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집회의 목적, 방법 및 형태, 참가자의 인원 및 구성, 집회 장소의 개방성 및 접근성, 주변 환경 등에 비추어 집회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나 일반 공중 등 외부와 접촉하여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조차 없거나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설령 외형상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라고 하더라도 이를 집시법상 미신고 옥외집회의 개최행위로 보아 처벌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도11518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집회는, C대학교 총장이 2013. 6. 19.경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학노동조합 호남제주지역본부의 C대학교 지부장인 피고인의 호남제주지역본부 간부회의를 위한 장소 대여 요청을 거부하고 2013. 6. 24.경 이와 관련한 피고인 등 조합원들의 면담 요구 또한 거부한 것을 그 이유로 하였던 것이고, 그 다음날인 2013. 6. 25. 이루어진 사실, ② 이는 C대학교 본관 건물 외부에 돌출된 상태로 차량과 사람이 다니는 통행로와 접하여 설치된 현관 입구의 계단에서 25명의 참여 하에 이루어진 사실, ③ 당시 위 호남제주지역본부의 C대학교지부 조합원들 등이 위본관 입구 계단에 선 채 17:00경부터 약 1시간 정도에 걸쳐 "노조를 인정하라'는 취지의 피켓을 들고서 함께 '노동탄압 중단, 단체교섭 이행' 등의 구호를 외쳤고, 당시 일부 진행 발언이나 구호 선창이 위 현관 입구 계단 앞 통행로에 정차된 차량 상부에 설치되어 있던 확성기들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기도 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여기에 ④ 대학교는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곳으로 학사업무나 강의시간 중은 물론 그 종료 이후에도 학생 및 교직원 등 학교관계자들의 대학교 내 도서관, 교수실, 연구실 등의 시설 이용이나 교내 통행이 자유로이 이루어지는 곳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교내에 있는 건물의 출입이나 교내 통행이 전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사정 또한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집회는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의 집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면 그 집회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나 일반 공중 등 외부와 접촉하여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조차 없거나 일반적인 사회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집회는 집시법이 신고서 제출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나아가 형법 제20조에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4도5628 판결 등 참조), 옥외집회가 평화롭게 이루어지거나 혹은 이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 하여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소정의 신고서 제출 없이 이루어진 옥외집회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도2393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이 사건 집회의 경위 및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신고서 제출 없이 이 사건 집회를 주최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
끝으로 형법 제16조에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5526 판결 등 참조).
또한 대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 판결 참조), 위에서 본 이 사건 집회의 경위, 피고인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신고서 제출 없이 이 사건 집회를 주최한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법률의 착오에 의한 것으로서 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
판사 김태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