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버스 준공영제의 시행
피고와 B조합, 원고를 포함한 버스운송사업자 및 노동조합은 2017. 5. 19. 대중교통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버스 준공영제의 도입을 위하여 버스 준공영제 이행협약(이하 '이 사건 이행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버스 준공영제란, 버스운송사업자가 버스 운행과 노무·차량관리 등을 담당하고, 피고가 버스 노선 및 운행계통 등의 조정·관리권한을 가지면서 표준운송원가에 비하여 부족한 운송수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버스 운송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사건 이행협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17. 8. 26.부터 원고를 포함한 도내 버스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버스 준공 영제를 실시하였다.
피고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하여 2017. 8. 25. 제주특별자치도 버스 준공영제 운송비용 정산지침(이하 '이 사건 정산지침'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시행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를 포함한 버스운송사업자에게 표준운송원가 대비 부족한 운송수입금을 재정지원금으로 지급하여 왔다.
원고의 식사 제공 또는 식비 지급 현황 및 교육 실시 현황
원고는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전에는 운전자들에게 매 근무일 하루 2끼의 식사를 현물로 제공하거나 현물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하루 12,000원(1끼 6,000원)씩 지급하여 오다가, 버스 준공영제 실시 후인 2017. 8. 26.부터 9. 13.까지는 하루 2끼의 식사를 현물로 제공하였고, 9. 14.부터 9. 30.까지는 당월 9일의 근무일에 대하여 90,000원(1일10,000원)의 식비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7. 10. 1.부터 운전자들에게 식사 현물 또는 식비를 지급하지 않다가 2019. 4. 15.부터 현물로만 식사를 제공하는 대신 비용의 일부로 원고들의 급여에서 매월 9,280원을 공제하였다.
원고는 매월 2일간 교육실에서 안전운행, 친절교육, 성희롱예방교육 기타 관련 법령에서 의무로 정하고 있는 내용에 관하여 1일 2시간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피고는 운전자들에게 2일 중 1일의 교육을 각자의 휴무일에 참석하도록 하였다. 원고와 원고의 노동조합이 2015. 8. 15.경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월 2시간의 교육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원고는 휴무일에 참석한 교육에 대하여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식비 및 교육수당 지급과 관련한 피고의 답변
원고의 노동조합은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C을 2017. 11. 1.부터 2019. 4. 14.경까지 단체협약 규정에 위반하여 식비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및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 및 2017. 9.부터 2019. 2.경까지 휴무일 교육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고소하였다. 위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피고는 2018. 10. 23.경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준공영제 도입 이후2017년에 적용되는 운송비용 정산지침은 복리후생비 사용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2018. 1. 1. 이후 적용(2017. 12. 29. 개정)되는 정산지침은 현금 외의 물품 등으로 지급하되 총액의 30% 이상은 피복비, 그 외는 근로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복리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운송기사들의 실근로일에 대한 상시적인 식비지급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정산지침이 현금 외의 물품으로 지급하게 되어 있기 때문으로 물품으로 지급하는 식사의 직접적인 제공은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으로 답변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9. 2. 20. 피고에게 '복수 노동조합이 있을 때 특정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에게만 기타 복리비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문의하였고, 피고는 '복리후생 제공방법은 노사간의 자율적인 합의를 통하여 정하면 될 것이나, 식사를 지급하지 못하는 노선의 근로자에게 다른 물품이나 현금으로 대체하여 지급할 경우 통상임금이 될 수 있으며, 개별적 복리후생 제공을 이유로 추가적 증액분이 있는 임금 차액은 원고의 부담'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8. 10. 4. 피고에게 휴일 교육 실시에 따른 수당을 정산금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다.
원고와 소속 운전자들 사이의 소송 진행
원고 소속 운전자인 D 외 70명이 제주지방법원 2021가합10186호로 소를 제기한 것을 비롯하여, 원고 소속 운전자들이 원고를 상대로 2017. 10. 1.부터 2019. 4. 14.까지 의 식비 및 교육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선행 소송'이라 한다). 해당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면서 원고는 2021년 및 2022년에 근로자들에게 합계476,504,036원을 지급하였다.
버스 준공영제 운송비용 정산과 관련된 규정의 내용
이 사건 정산지침 중 이 사건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편, 2017. 12.29. 정산지침이 개정되면서 운전직 인건비와 관련하여 '인건비의 기타복리는 현금 외에 물품 등으로 지급하되 총액의 30% 이상은 피복비, 그 외는 근로자 개인에게 지급되는 복리비용으로만 사용하여야 하며, 개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기타 복리는 정산 삭감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및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 회계처리 지침 중 이 사건과 관련한 부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 9, 10, 12 내지 14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1>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이행협약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를 적절히 산정하고 이에 따라 제정된 운송비용 정산 지침에 관한 해석, 결정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표준운송원가에 교육수당을 반영하지 아니하였고, 원고에게 식비 지급시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정산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잘못된 안내를 하였다. 이로써 선행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함으로써 원고는 476,504,036원을 추가로 지출하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이 사건 이행협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으로 위 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을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이행협약 체결에 따라 원고에게 특정 항목에 대한 운송수입금을 정산하여 줄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하였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서 위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이행협약은,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함에 있어 피고가 전문기관용역을 통하여 매년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버스운송사업자와 합의하여 제주특별자치도 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버스 준공 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준공영제위원회를 설치하여 표준운송원가 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 · 의결하도록 하였다. 즉, 표준운송원가는 이 사건 이행협약이 아니라 전문기관의 용역과 위원회의 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결정에 의하여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이행협약 그 자체에서 원고에 대하여 운송원가 보전을 위한 비용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식비나 교육수당 정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 무렵부터 2017. 9.경까지 피고에게 식비 지급과 관련하여 질의를 하였는데, 피고가 위 항목이 복리후생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식사를 현물로 지급하여서는 안 되고 식비를 지급하는 경우 표준운송원가에 따른 정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원고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에도 2017. 9. 13.경까지 식사를 현물로 제공하고 이를 피고로부터 기타 복리후생비 항목으로 정산받았으므로, 이후에도 식사를 현물로 제공할 경우 그 비용을 정산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식사를 현물제공하지 않게 된 데에는 원고 측의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7. 12. 29. 이 사건 정산지침이 개정되면서 복리후생비를 물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으므로, 최소한 위 지침이 개정된 이후부터는 식사를 현물로 제공하는 경우 그 비용은 표준운송원가에 반영하여 정산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원고의 질의에 대하여 피고가 답변한 내용도 위 지침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19. 4. 14.경까지 소속 운전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에 대하여 검토하지 않았다.
비록 원고가 2018. 10. 4.경 휴일 교육 실시에 따른 수당을 정산금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 데에 대하여 피고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소속 운전자들에게 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은 원고와 원고의 노동조합이 2015년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월 2시간의 교육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지 피고의 위와 같은 부작위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 이행협약에 따라 피고가 개별 버스운송사업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해 검토, 판단하거나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여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버스 운송업자가 피고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하여는 업체협의회가 도지사에게 재정지원을 신청하고 도지사가 그 신청내용을 확인, 검토하여 재정지원금의 지급 여부 및 구체적인 액수 등을 결정하게 된다. 원고로서는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피고에게 추가로 지출하게 된 비용 상당액의 정산을 신청하고, 그와 관련한 피고의 처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2>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선행 사건에서 패소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와 피고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행정처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이때 공무원의 과실 유무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다104805 판결 등 참조). 어떠한 행정처분이 잘못된 법령해석에 근
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킬 만 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0586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행위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예비적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박수현
1이 사건 이행협약은 공법상 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관한 분쟁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함이 원칙이나, 이 법원과 같이 행정법원이 설치되지 아니하여 지방법원 본원이 행정법원의 역할까지 하는 지역에서, 지방법원 본원이 행정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을 민사사건으로 처리하거나, 민사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을 행정소송으로 처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사무분담의 문제일 뿐 관할위반의 문제가 아니므로, 원래 진행하여야 할 절차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의 문제만이 발생할 뿐 관할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점, 공법상의 당사자소송사건인지, 민사사건인지 여부는 이를 구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행정사건의 심리절차에 있어서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심리절차 면에서 민사소송절차와 큰 차이가 없는 점(대법원 2013. 2.28. 선고 2010두22368 판결 참조), 당사자들은 이 사건이 행정사건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에서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대전고등법원 2022. 1. 28. 선고 2021누11676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3. 10. 10. 선고 2023누10110 판결 등 취지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